현대 사진의 비전을 보여주는 2011 서울사진축제

2011. 11. 10. 13:0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여러분은 신문을 볼 때 가장 먼저 어디를 보시나요? 아마 1면에 실린 헤드라인 제목을 훑어보는 분도 있고, 아니면 뒷면에 있는 사설부터 읽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면에 실린 그날의 메인 사진에 눈길이 가실 거예요. 아무래도 글보다는 사진 이미지가 쉽게 눈에 들어오고, 사진 한 장만으로도 최근 이슈나 트렌드, 계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사진은 기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보도사진 부문을 따로 모아 시상하기도 하고, 사진기자들이 찍은 개인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하지요.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사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찍는 사실성이 중요했다면, 포토샵 등을 통해 후보정이 가능해진 지금은 원본을 가공해 사진에 어떤 메시지를 담는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지요. 그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현대 사진의 비전을 보여주는 2011 서울사진축제

11월 한달 동안 열리는 2011 서울사진축제는 현대 사진의 다양한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경희궁 분관 2군데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변형과 조작이 가능해진 현대 사진에 대해 ‘재현의 위반’, ‘개입의 전술’, ‘매혹하는 현실’의 3가지 테마로 나누어 알아보는 전시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주축이 된 요즘, 사진에 담아내는 ‘이 시대의 현실성’은 무엇일까요?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재현의 위반

우리는 직접 가본 적이 없는 많은 장소를 사진을 통해 보게 됩니다. 유럽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에펠탑이 어디에 있는지, 이집트에 가본 적 없어도 피라미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죠. 하지만 나중에 직접 가서 보면 사진으로 보던 이미지와 조금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현실의 재현이라는 사진 기능에 연출 및 조명, 구도와 같은 사진가의 시선이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장소들이 실제보다 더욱 멋지게, 색다르게 보입니다.

‘재현의 위반’은 그러한 실재의 현실과 사진 속의 현실의 차이를 드러내는 파트입니다. 흔히 보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 재현의 위반이라는 간극 때문일 거예요. 다음 사진을 보시죠.


<김도균, sf.Be-6, 2010, C-print, Mounted on Plexiglas, 160 X 200cm>


<백승우, Archive project-#001, 2011, C-Print, 150 x 193cm>


개입의 전술

흔히 냉장고를 찍은 광고를 보면 예쁘다고는 느끼지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가정에서도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냉장고를 잘 정돈해 놓지도 않을 뿐더러, 과일부터 고기, 음료수까지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들로 꽉 채워둘 수 없기 때문이죠. 이는 사진가들의 연출에 불과합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자신이 의도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소품을 이용하고, 조명을 설치하고, 모델을 고용하기도 하죠. 이것을 서울사진축제에서는 ‘개입의 전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연출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들 역시 현실의 한 부분이라고 동일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현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죠. 


<해나 스타키,The Dentist, 2003, C-type print, 122 x 163 cm>


<로사 무노즈, Apartment for two, 2003, C-Print, 125 x 160cm>


매혹하는 현실

사진가들은 가끔 모형이나 디오라마(diorama)를 사용해 ‘있을 법한 현실’을 재창조하기도 합니다. 또 현실의 단편들을 조합하거나 현실의 풍경들을 조합해 새롭게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가공적인 현실’은 때때로 현실 그 자체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매혹하는 현실’은 이렇게 현실 장면을 가공해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을 거친 사진들은 모아둔 파트입니다. 현실에 있었던 일들을 수집해 가공의 작품을 만드는 소설처럼, 사진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모아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다음 작품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박승훈, TEXTUS 042-1, Digital, C_Print, 100cmx125cm, 2011>


<토마스 브레데, Football Pitch, 2008, C-print, 140 x 180cm>


<파올로 벤츄라, L’automa #02, 2010, C-print, 129 x 103cm>


어떠셨나요? 조금 어려운 주제였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답니다. 신문기사를 볼 때 ‘기사 너머의 기사’ 즉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사진을 볼 때도 ‘사진 너머의 사진’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눈에 보이는 작품보다 작가가 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또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진정한 태도가 아닐까요?

이제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 서울사진축제를 찾아 깊이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떠세요.^^


2011 서울사진축제 관람정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화~금 10:00~20:00(토/일/공휴일 18:00까지)
경희궁 분관 : 화~일 10:0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입장시간 :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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