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검색과 빠르게 읽기 시대, 성인의 문해력도 위험!

2022. 12. 27. 17:01웹진<미디어리터러시>

 

 

쉬운 검색과 빠르게 읽기 시대, 성인의 문해력도 위험!

방송 출연기-<EBS>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얼마 전 한 지상파방송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력(리터러시) 길러주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금처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 문해력은 어린이나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관련 프로그램 출연기를 통해 성인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EBS> 강사)

 

 

대부분의 참가자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은 옳다고 생각하며,

검색 결과 중에서 가장 맨 앞에 나오고 조회 수가 높은 글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대신 검색 결과를 단순하게 믿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전 필자는 <EBS>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12부 “온라인 생존 문해력”(2022.09.29. 방영)에 출연했다. 해당 방송에 참여한 과정과 느낀 점을 블로그 형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학생들의 문해력, 즉 어휘력, 학습도구어 및 수업 핵심어1), 독해력, 비판적 판단력에 관한 현장 연구를 하던 중에 <EBS>의 연락을 받았다. 성인 문해력에 대한 방송에 함께하자는 내용이었다. 성인 문해력? 성인은 어휘력도 높고,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없으니 문해력이 좋지 않을까? 문득 뉴스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금일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사흘 후에 개시하겠습니다’를 ‘금요일에 지루한 사과를 드립니다. 4일 뒤에 공지하고 알리겠습니다’라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인 문해력도 중요한 화두가 되겠지. 그래, 출연해 보자.

 

 

검색과 사색의 균형 필요

 

이화여대 서혁 교수님과 한양대 조병영 교수님의 문해력 실험 도구에 정말 많은 성인이 참여했다. 어른으로서 자신의 문해력에 궁금증을 품었던 많은 성인들이 참여하면서 성인 문해력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성인 문해력 테스트 문항은 <EBS> ‘당신의 문해력’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2) 검색이 쉬운 시대, 속도의 시대, 빠른 읽기의 시대에 천천히 읽고 사색하며 읽으며 판단하며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하는 테스트였다. 검색만큼 중요한 것은, 사색! 검색과 사색의 균형을 갖추는 문해력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에는 ‘온라인 생존 문해력’ 방송에 참여했다. ‘온라인 문해력’이 아니라, ‘온라인 생존 문해력’!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이다. 그만큼 온라인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제목이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본 사진의 진위 여부부터 확인해 보았다. 2022년 여름에 폭우로 침수된 차 위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포착한 사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침수된 고가의 스포츠카 사진 등을 보고 연예인 패널들도 사진의 진위 여부에 혼란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두 사진 모두 사실과 다른 정보였다. 문제는 이런 사진이 뜨거운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지만, 사람들은 사실이나 진위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 그대로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에 내린 눈덩이를 라이터로 가열한 영상이 제시됐다. 눈이 녹지 않자 사람들은 가짜 눈으로 의심했고, 미국 정부에서 가짜 눈을 뿌린다는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가 퍼지게 됐다.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보면 일정한 환경과 조건에서는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기체로 승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는데, 어떠한 검증도 없이 음모론과 의심론으로 확산된 상황이었다. 누가 영상을 만들었고, 어떤 목적과 의도로 만들었는지 한 번 더 생각했다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연예인 패널에게 다음과 같은 온라인 생존 문해력 테스트 문제가 제시됐다.

 

Q. 다음의 SNS 글 중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① SBI 성격 테스트는 세계 3대 소셜미디어 이용자 200만 명의 ‘좋아요’를 받아 과학적 도구로 간주되고 있다.

② 미국 FDA 식품 라벨링 규정에 의하면, 음료 100ml당 4kcal 미만이면 ‘0칼로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③ AI 전문가 김성인 박사가 로마 여행 중 관찰한 내용에 따르면, 고대 로마인들은 수학적 사고에 특히 강했다.

④ 나노 코스메틱스의 실험 결과는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에 비해 피부 미백에 유독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다.

*<EBS>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12부에 나온 문해력 테스트 문항

 

이 중에서 문제 제기가 가능한 것은 1번, 3번, 4번이다.

1번: 200만 명이 좋아한다고 해서 과학적 도구로 간주될 수 없다는 사실, 즉 다수결로 과학성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3번: 사람들이 ‘전문가’라는 말에 쉽게 속는 경향성을 보여주는 선택지로서, AI 전문가가 수학사, 수학 역사 전공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4번: ‘실험’을 했다면 검증이 완료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는 기관에서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신뢰성과 타당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2번: 미국식품의약국(FDA)이라는 공인 기관에서 작성한 규정이므로 신뢰성이 높다.

이 문제는 팩트체크를 하기 전에 제시된 정보의 출처와 근거부터 세밀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공유 전에 출처 확인은 필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BDNS’의 한 장면. <사진: ‘빠더너스 BDNS’ 화면 캡처>

 

위 사진은 실제 뉴스 방송 화면처럼 보이지만 코미디를 소재로 하는 한 유튜브 채널의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는 기자로 분한 유튜버가 뉴스를 전하며 물에 빠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뉴스와 똑같은 카메라 구도와 자막을 사용한 영상이다 보니 방송 사고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웃음을 전해주는 유튜브 채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자칫 오해할 수도 있다(실제로 방송 사고 모음 영상에 이 영상이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빠르게 공유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영상은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영상을 시청할 때 출처를 점검하고,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온라인 정보를 얼마나 잘 가려내고 있을까?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과 실험을 진행했다.

 

온라인 검색을 활용해 실생활 정보를 검증해 보는 미션 과제 화면. <사진: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화면 캡처>

 

참가자들에게 ‘음주 전에 우유를 마시면 속이 보호된다’라는 주제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해당 주제를 검색하기 전에 먼저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 뒤 포털 지식 검색의 답변, 블로그의 글, 동영상 플랫폼에서 정보를 검색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한 결과 6명 중에서 1명만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았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은 옳다고 생각하며, 검색 결과 중에서 가장 맨 앞에 나오고 조회 수가 높은 글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대신 검색 결과를 단순하게 믿는 모습을 보였다(한 참가자는 검색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지 않고 검색 미리보기, 즉 제목과 내용 한두 줄만 확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우유 섭취를 권장하는 단체의 블로그 글을 보고 판단을 내렸다).

 

 

온라인 문해력은 생존 능력

 

[그림1] 허위정보가 주로 확산되는 소셜미디어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2021.

 

소셜미디어에는 레거시 미디어나 주요 언론과 달리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스스로 콘텐츠를 검증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음식에 빗대어 표현하면 유기농 식품과 같은 유익하고 검증된 정보도 있지만, 불량 식품처럼 가짜 정보도 있기 마련이다. 냉철한 눈으로 정보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을 위해 필요한 태도와 자세는 무엇일까?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근거의 정확성을 검증하며, 미디어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위정보, 조작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전파자가 될 수 있다. 미디어 빅뱅의 시대, 정보의 혼재 시대 속에서 온라인 문해력, 미디어 리터러시는 생존 능력이자 필수 능력이다. 우리, 지금, 여기에서 나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성찰하고 돌아보자. 또한 다른 사람과 많이 대화해 보고, 현명하고 슬기로운 미디어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이것으로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출연 소감 끝!

 

 

 

 

 

 

 


 

1) 학습도구어(Academic Vocabulary)는 교과서나 학술적인 책에 나오는 어휘, 학습에 필요한 핵심 어휘를 의미한다. 수업 핵심어는 수업 시간에 등장하는 핵심 어휘와 키워드를 뜻한다. 학습도구어와 수업 핵심어를 제대로 알면 수업 내용이나 공부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상위 내용도 잘 이해할 수 있다.

 

2) https://literacy.<EBS>.co.kr/yourliteracy/literacyPlus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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