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재난 극복과 소통, 치유를 위하여

2022. 12. 20. 16:57웹진<미디어리터러시>

 

 

공동체 재난 극복과 소통, 치유를 위하여

KATOM, ‘재난 상황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안내’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는 지난 10월 29일 참사 이후

‘재난 상황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안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했다.

소셜미디어가 중심이 된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국가적 대형 참사 현장의 이미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이를 반복적으로 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의 제작 이야기와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박유신 (석관초 교사·KATOM 회장)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 중에 어린이와 청소년,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할 내용으로 생각됐다.

평범한 다수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가 영상 제작과 공유의 윤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자각과 성찰을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강한 신호였다.

 

 


 

 

재난 상황에서 미디어는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시민들은 뉴스 보도를 통해 재난 현장의 상황과 사건의 경과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정보를 얻어 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재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현장에 있었던 개인이 촬영한 영상과 목격담은 재난에 대한 가장 생생한 정보가 된다. 피해자에 대한 안내와 공동체의 애도와 감정적 소통과 치유, 재난에 대한 기록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는 재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해 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미디어 생산자와 공유자의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얻기를 원하는 오늘날, 대형 참사 상황에서 현재의 미디어 구조가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가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미디어 경험 이야기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참사 공유

 

심야의 도심에서 일어난 참사는 현장에 있었던 무수히 많은 카메라에 의해 촬영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공유됐다. 트위터에서는 심야에 갑작스럽게 타임라인에 나타난 충격적 영상에 대해 많은 미디어 이용자가 함부로 영상을 공유하지 말아줄 것을 서로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사 다음날 많은 뉴스 보도는 걸러지지 않은 소셜미디어의 영상물을 하루 종일 송출했다. 곧이어 참사와 관련된 허위 사실들이 미디어를 통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공동체의 비극에 마땅히 함께 슬퍼할 일이지만, 하루 종일 미디어를 통해 사고 영상과 소식에 노출된 이들 중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악몽 같은 주말이 지나고 내가 속한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이하 KATOM)의 교사들도 각 학교의 상황은 어떤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지 걱정을 주고받았다. 이 재난의 중심에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이용자가 있었다. 그리고 분명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재난 대처 방안과 교육도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형 참사를 다 같이 공유하는 현상을 일찍이 우리 공동체가 겪어 본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정 상황에 대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KATOM은 이전에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 10가지’라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원칙을 만들어 배포한 경험이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전염병에 대한 허위정보와 공포, 혐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미디어-재난 경험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있는 교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재난 상황에서의 미디어교육은 일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과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더불어 재난 상황에서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보다 구체적인 상황 적시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곧 모두가 공감하게 됐다. 이 상황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며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는 충격적 재난의 현장이 있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 중에 어린이와 청소년,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할 내용으로 생각됐다.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여 미디어 영향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현상이 보편화 된 것도 이전과 달라진 미디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사나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다수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가 영상 제작과 공유의 윤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자각과 성찰을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강한 신호였다.

 

 

디지털 시민 의식 필요

 

공유 문서를 이용한 공동 작업, 토론과 수정 끝에 드디어 ‘재난 상황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안내’가 만들어져 포스터의 형태로 배포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번 참사뿐 아니라 일반적인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가 시민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안내문이다. 가독성을 위해 짧은 포스터 형태로 제작됐지만, 이 지면을 빌려 포스터에 못 담은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하고자 한다.

 

1. 반복적으로 재난과 관련된 뉴스 영상을 보는 것을 중단합니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미디어는 평소보다 빠르게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며, 이들 중 대다수는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이미지와 정보다. 이들은 일반적인 미디어 이용자의 궁금증과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빠져들기 쉽다. 하지만 단순하게 재난 장면을 확인하거나 피해자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뉴스를 지속적으로 켜 두지 말고, 기본적인 정보를 인지했다면 미디어를 끄거나 일상적인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이 좋다. 만일 뉴스 보도가 허용한 한도치를 넘어선다면, 다른 언론에 알리거나 항의할 수도 있다. 사건 영상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것과 뉴스 보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2. 비극적인 장면을 함부로 공유하지 않습니다.

미디어 이용자는 놀라운 상황을 보면 촬영하고 공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비극의 현장을 함부로 촬영하고 공유하는 것은 재난의 직접적 당사자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사이버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공유하려는 메시지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지, 공동체가 재난 상황을 이해하거나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단순히 조회 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밈, 이미지, 짧은 영상 등 어떤 미디어 형식은 재난을 전달하는 데에 적당한 형식이 아니라는 사실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3. 특히 어린이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곳에 충격적인 장면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경우 미디어의 비극, 폭력, 사고 이미지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도 미디어와 친구들을 통해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미취학 어린이의 경우 가급적 이미지 없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및 예시를 통해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좋고, 초등학생의 경우 사건에 대해 객관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처와 우리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지켜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어린이 또한 동료 시민이며, 디지털 시민의 일원이라는 점을 알려 주고 존중하는 것이 좋다.

 

4. 피해자의 사진이나 개인 정보를 게재하지 않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미디어 콘텐츠들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개인 정보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위로와 추모의 목적이더라도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올리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5. 추측, 거짓 정보, 추측성 보도, 모욕적인 메시지를 생산, 공유하지 않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허위정보는 쉽게 생산되고 퍼지며 그 자체가 폭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만들고 공유하는 이용자를 차단하고 신고하는 것이 좋다.

 

6. 특정 지역, 집단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혐오 표현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재난 상황의 공포와 두려움은 소수자에게 집단의 감정을 투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혐오는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만일 어떤 이용자가 고의적으로 특정한 정체성에 대한 혐오를 유도하고 있다면, 신고하고 차단하는 것이 좋다.

 

7. 댓글을 반복하여 읽거나, 다른 이용자와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재난 상황에서의 격해진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반응을 궁금해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하거나 반대되는 의견에 더욱더 자극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은 오히려 재난 상황의 스트레스를 높아지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8. 디지털 시민 의식은 공동체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재난 상황에서 공동체의 극복을 위한 디지털 시민 의식은 재난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다. 내가 올리고 공유하는 미디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가 보는지에 대해 잊지 말고, 좋은 미디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9.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보건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 생명의전화 등 다양한 심리적 지원 제도가 필요할 경우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와 ‘좋은 삶’

 

‘재난 상황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안내’는 다행히 재난 상황의 공동체에 도움이 됐다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안내문은 교육부를 통해 전국 교육청에 공유됐으며, <미디어오늘>,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에 보도됐다. 이번 안내문 제작은 우리 공동체와 개인의 좋은 삶이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다는 교훈이 됐다. 또한 교사의 사회 참여와 기여라는 면에서도 KATOM 선생님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역량을 키워준 기회가 됐다고 느낀다.

 

KATOM이 제작한 ‘재난 상황에서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안내’ 포스터. <사진: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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