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탈진실의 시대, 《미디어리터러시》 역할 중요

2022. 12. 28. 10:06웹진<미디어리터러시>

 

선택적 탈진실의 시대, 《미디어리터러시》 역할 중요

《미디어리터러시》 시민 기획위원 활동 소감

 

 

2022년은 계간 《미디어리터러시》가 의미 있게 변신을 꾀한 한 해였다.

통권 20호(2022년 봄호)를 넘어서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동안 웹진으로만 발행하던 데서 나아가 오프라인으로까지 독자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미디어교육 전문가나 언론인, 언론학자

중심으로 구성됐던 기획위원에 처음으로 ‘시민 기획위원’을 모셨다.

올 한 해를 마감하며 시민 기획위원이 바라본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2022년을 정리해 본다.

 

 

한지유 (계간 《미디어리터러시》 시민 기획위원)

 

 

현재 《미디어리터러시》는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와 환경 아래 있다.

‘다양한 미디어 정보에 대한 진실성 판단’과 ‘자기 신념에 의거한 정보 판단 과정의 반성’ 등

새롭게 바뀐 미디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의제를 시민 속으로 깊이 던지지 못했다.

 

 


 

 

“오늘날 마주하는 사회적 딜레마의 핵심은 우리가 진실을 경시하게 되었다거나 진실에 무신경해진 게 아니다. 그보다 탈진실 경향성을 드러내는 데서 선택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적 적들이 탈진실이라는 것이다.”1)

 

심리학의 거장인 스타노비치(Keith E. Stanovich) 교수는 그의 저서 《우리편 편향》에서 위와 같이 주장한다. 그리고 이 주장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정치적 세태를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사회가 탈진실(Post-truth) 사회라고 이야기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탈진실 사회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사회 환경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주장과 맞지 않는 ‘적’들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오직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선택적 탈진실 경향성’이 우리에게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시민의 자구책, 미디어 리터러시

 

어떠한 정보든 우리는 모두 자신의 신념과 이념에 편향되어 정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다르게 고도로 발달한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우리는 더 강한 자기 편향성을 가지게 됐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집단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는 ‘가짜뉴스’를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최근의 미디어 환경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필터 버블(filter bubble) 등과 같은 개념도 최근 미디어 환경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선택적 탈진실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복잡다단한 미디어 환경에서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실행에 옮기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자구책은 ‘미디어 리터러시’밖에 없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조차도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단순히 ‘자기 주도성을 기반에 둔 미디어 정보에 대한 비판적 독해’ 정도로 정의 내리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만을 골라내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 정보에 대한 진실성 판단’과 ‘자기 신념에 의거한 정보 판단 과정의 반성’까지도 포함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생비자인 시민은 사진과 영상 등 시각적 이해도가 뛰어난 매체 안에 교묘히 숨어 있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도 판별해야 하고, 동시에 신념과 이념에 따라 자신이 내린 정보의 진실성 판단에도 의문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점차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이 매우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계간 《미디어리터러시》는 시민에게 더 다가가야만 한다. 《미디어리터러시》는 한 해 동안 △뉴스, 정확히 읽기 △미디어 리터러시와 인권 △기후위기와 미디어 리터러시 △재난 보도와 미디어 리터러시 등의 특별기획을 내놓은 바 있다. 때에 맞춰 시의성 있게 전문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디어리터러시》가 유일무이한 국내 미디어교육 전문지의 역할을 잘 해 내고 있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리터러시》가 미디어교육의 최근 동향을 잘 읽어 내는, ‘미디어교육 전문가를 위한 전문지’만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시민의 실천이 중요하다’라는 점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인 만큼, 급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민들에게 어떻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것이 좋을지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친근한 잡지로서의 위상도 제고해야 한다.

 

 

‘전문지’를 넘어 ‘시민 속으로’

 

현재 《미디어리터러시》는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와 환경 아래 있다. ‘다양한 미디어 정보에 대한 진실성 판단’과 ‘자기 신념에 의거한 정보 판단 과정의 반성’ 등 새롭게 바뀐 미디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의제를 시민 속으로 깊이 던지지 못했다. 시민들이 변화된 환경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실천할 수 있도록 방법과 내용을 깊이 있게 담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민 기획위원으로서 아쉽게 생각한다. 어쩌면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미디어교육의 동향, 교육방법론 등과 같은 학술적 주제 중심의 글들과 아직은 혼란한 《미디어리터러시》 자체의 방향성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정치학자 벤자민 바버(Benjamin R. Barber)는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도 교육의 목적은 ‘시민성(citizenship, 인간성·도덕성·사회성·정치성) 함양’에 있다고 봤다. 미디어 환경에서 많은 이들이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ry)’이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실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며, 동시에 그 변화의 주체는 ‘시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디어 환경에 잘 대처하기 위해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판단하고, 동시에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요구되는 내용은 무엇인지 면밀히 담아내어 시민과 미디어교육 전문가 모두가 함께 애독하는 계간 《미디어리터러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디어리터러시》가 잘 담아낼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도약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1) 키스 E. 스타노비치, 《우리편 편향》, (서울: 바다출판사, 20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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