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도 자유이용권이 있다? 홍대 북카페 ‘토이(TOY)’
2012. 1. 6. 09:18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홍대 앞은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유행의 들고 남이 가장 빠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와 술집, 옷가게 등이 뒤섞인 홍대 거리에서 ‘파리지앵’ 감성을 지향하는 이들이 가는 곳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홍대 앞의 새로운 아지트로 떠오른 상수역 카페거리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화력발전소와 공장, 사무실이 밀집한 이곳에 카페거리가 조성된 건 지난해 하반기쯤. 홍대의 한 유명카페를 비롯한 몇몇 카페가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과 함께 ‘카페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옮겨졌는데요. 아담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들이 곳곳에 퍼즐처럼 숨어 있어 카페 순례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죠.
애니메이션 장난감과 책이 만나면?
상수역의 수많은 카페들 중 책의 향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몇 곳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아늑하고 조용하기로 소문난 카페가 바로 ‘토이(TOY)’입니다. 보통 북카페라고 하면 약간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드는데요. 토이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언제든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게 장점이죠. ‘토이’라는 말 때문에 언뜻 키즈 카페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요. 알고 보면 마니아층이 꽤 두터운, 상수동에서는 이름난 카페라고 합니다.
입구부터 만화적 분위기로 손님을 반기는 토이 카페는 말 그대로 장난감들의 천국입니다. 스머프와 가가멜, 심슨가족부터 아톰, 도라에몽까지 종류도 꽤 다양하죠. 카페 안의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장난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내부 공간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가운데 여럿이 함께 쓰는 탁자와 2~4인용 탁자, 개인용 탁자까지 구색을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요. 한쪽 벽을 차지한 커다란 책장에는 이달의 신간부터 잡지, 소설, 실용서적 등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어 ‘북카페’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문고본 메뉴판, 쪽지 계산서…카페 곳곳에서 묻어나는 센스
조용한 분위기 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자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줍니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선불 방식이 아닌, 카페를 나갈 때 계산하면 되는데요. 사소한 점 같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돈을 내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머물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을 얻게 됩니다.
‘토이’는 문고본 책 한 권을 메뉴판으로 쓰고 있었는데요. 요즘 카페마다 메뉴판을 색다르게 치장하는 게 유행이죠. 텅 빈 공책에 크레파스로 큼직하게 메뉴를 적어놓는 카페도 있는데, 토이의 경우 책장에 메뉴를 슬쩍 붙여 넣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계산서 역시 둘둘 말아서 동물 모양의 집게에 집어 쪽지처럼 전해주죠.
마침 한가로운 오후에 방문해서인지 카페 내부엔 조용한 피아노 음악 소리 외에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아늑하고 편안하게 책을 읽기 딱 좋았는데요. 전화를 받는 사람들도 조심조심 낮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옆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죠.
도서관보다 자유롭고, 카페보다 고즈넉한 곳
카페 토이에서 포인트는 바로 일렬로 앉을 수 있는 창가자리입니다. 혼자 온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창가 쪽에 자리를 배치한 것인데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살을 맞으며, 또 비오는 날에는 운치를 느끼면서 독서에 푹 빠질 수 있죠.
학교 과제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은 왕주희(23) 씨는 “도서관이 답답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을 때 꼭 이곳을 찾는다”며 “혼자서 와도 몇 시간이고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 평소 단골로 찾는 카페” 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창가에 다양한 이야기가 적힌 메모지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토이’를 방문한 사람들의 한마디, 카페 방문 후기, 또는 이런 저런 소소한 얘기들을 적어놓은 것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메모지들을 하나하나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 중 하나죠.
‘늘 익숙한 곳보다 새로운 곳을 찾자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다. 이 카페는 나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혼자 명상하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뭐라고 끼적이고 싶을 때 이렇게 쓴다. 다시 여기를 찾을 땐 한결 성숙하고 밝은 얼굴로 왔으면.’
자유이용권 구입하면? 한 달 간 매일 커피 한 잔이 무료
‘토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곳’인 것 같은데요. 스터디나 파티 등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대관도 해준다고 하네요. 얼마 전엔 북카페 1개월 자유이용권이 나와서 단골들에게 입소문이 났는데요. 6만 원권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한 달 동안 매일 아메리카노 혹은 녹차를 한 잔씩 마실 수 있죠. 커피샷은 추가할 수 있고, 매주 한 권씩 책도 덤으로 빌려준다고 하네요.
홍대에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싶을 때, 나만의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카페를 찾는다면 ‘토이’가 적당할 듯싶은데요. ‘토이’는 합정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자이갤러리 옆 골목으로 들어오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토이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온라인 카페(http://www.bookcafetoy.com)를 방문하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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