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입맛대로 읽기’의 위험성

2011. 4. 29. 09:3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바야흐로 웰빙 시대입니다. 웰빙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음식이 발효식품입니다. 백과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발효’라고 합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요구르트 등은 모두 발효 작용을 이용해 만든 식품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최강의 발암 억제식품으로 새롭게 평가 받는 된장 역시 발효식품의 대명사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발효의 범위를 넓혀 볼까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발효는 식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도 발효는 생명력을 갖는 단어입니다. 인간의 삶 역시 발효를 거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도, 즐거운 추억도 모두 긍정적인 발효 과정을 거치면 인간을 한층 더 원숙하게 만듭니다. 과거 어른들은 ‘군대를 갔다 오면 철이 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역시 군대가 인생의 발효 환경이었다는 것을 쉽게 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발효는 독서

그런 면에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발효 환경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독서, 즉 읽기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을 넓힙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읽기는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인간을 ‘발효’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문기자인 필자 입장에서는 많은 읽기의 대상 가운데서도 신문이야말로 양질의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체라고 단언합니다. 게다가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사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신문이 주는 읽기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소위 오프라인 매체인 신문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이 인간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신 한편으로는 읽기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는 인터넷에서는 보고 싶은 정보만 꼭 집어서 보는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온라인, 하이퍼텍스트는 정돈된 세계가 아니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터넷 주소의 머리 부분에 붙은 ‘http’는 Hyper Text Transfer Protocol의 약자입니다. 이는 웹이 하이퍼텍스트로 쓰인 문서를 전송 •전달 •검색하는 정보장치임을 뜻합니다. 또 하이퍼텍스트는 끈(link)들에 의해 연결된 일련의 텍스트들의 덩어리로 읽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다른 경로를 제공합니다. 즉 겹겹이 포개진 종이의 한쪽을 묶는 책과는 달리 하이퍼텍스트는 쪽에 해당되는 마디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이것들이 끈(link)들로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이퍼텍스트에는 독자들을 여러 방향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끈들이 있습니다.
 
어느 끈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마음대로입니다. 이 연결의 끈을 통해 검색이 가능합니다. 무수히 많은 거미줄 같은 끈들을 통해 이용자는 온라인상의 정보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하이퍼텍스트는 전 세계의 정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들로 연결된 텍스트로 ‘다큐버스’(docuverse)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문서가 긴밀하게 연결된 문서의 우주인 셈입니다.

대신 하이퍼텍스트의 세계는 오프라인처럼 일사불란하게 정돈된 세계가 아닙니다. 미로의 세계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 세계입니다. 이는 개인주의 시대 또는 다양성의 시대와 일맥상통하고 매 순간마다 우연히 무엇인가를 찾게도 해줍니다. 이것이 하이퍼텍스트로 대표되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입니다.

‘입맛대로 읽기’의 양면

그런 면에서 인터넷은 읽기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입맛대로’ 읽기가 대세입니다. 보기 싫은 글은 아예 클릭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는 보고 싶은 글만 클릭합니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심한 현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양질의 글이 외면 받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대신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피싱’ 제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읽기 문화의 변화는 신문의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문 한 부는 옆구리에 끼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검색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신문은 필연적으로 읽기의 편식 현상을 야기시킵니다. 독자들이 보고 싶은 글만 보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매일 매일 사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백화점입니다. 독자가 오프라인으로 신문을 읽으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골고루 맛보게 됩니다. 독자는 신문지면을 넘기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뿐만 아니라 이것 저것을 섭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신문 지면의 다양한 배치는 마치 어머니가 어린 자식에게 반찬을 골고루 차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편식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듯이 정보의 편식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신문이 정치면이나 사회면뿐만이 아니라 경제면과 문화면, 체육면 등 두루 갖추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도 “‘맥락적 정보’는 신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종이 신문을 꼭 봐야 한다. 비린 듯 산뜻한 잉크 냄새로 아침을 맞으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 바 있습니다. 김 교수가 출판사에 넘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한 챕터 제목도 원래는 <신문은 힘이 세다>였다고 합니다.

자! 이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잉크 냄새에 익숙해집시다. 잠시 인터넷을 떠나 보시죠. 그리고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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