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6.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안녕하십니까. 동아일보 기자 주성하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북한 신문에 대해서 여러 회로 나눠 연재하려 합니다. 북한이라는 사회의 특성상 신문이라는 것도 보나마나 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싶지만, 의외로 그 뻔해 보이는 북한 신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북한의 신문은 존재 목적 자체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대다수 신문과는 다릅니다. 우리의 신문은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신문은 새 소식 전달보다는 노동당 정책을 선전하고 사람들을 교육시키려는 목적이 더 큽니다.
존재 목적뿐 아니라 구독 행태와 배달 방식, 신문사 운영 방법 등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신문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의 눈에 때론 황당하고, 때론 웃기고, 때론 진지하게 보일 북한 신문에 대해 이제부터 하나하나 설명 드리려 합니다.
경쟁이 없는 북한 신문
북한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노동신문을 포함해 민주조선, 청년전위 등 16종의 일간지를 포함해 모두 30여종의 신문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요. 북한의 신문은 생존 경쟁이라는 것이 전혀 없으니 판매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의 신문사도 한번 생기면 쉽게 문을 닫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각 회사끼리 경쟁은 합니다. 그러나 북한 신문은 경쟁도 없고, 판매부수 걱정도 없고 수익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난 1991년 5월 25일자, 북한 노동신문의 1면>
북한에서 신문은 돈이 많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에 충성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에서 지정해 준 사람들, 즉 일정한 직책을 가진 간부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신문사끼리는 독자유치 경쟁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신문사가 폐간된다면 그건 북한 통치자가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통치자의 입장에선 강력한 대중 선전수단인 신문을 폐기시킬 이유는 전혀 없겠죠.
북한 신문들은 대부분 기관지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기관지인 ‘청년전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북한의 3대 신문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이지 그날 써야 할 주요 기사는 노동당 선전부에서 따로 내려 보내 줍니다.
노동신문은 북한 모든 언론의 논조와 성격을 좌우하는 척도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1946년 9월 1일에 창간된 노동신문은 북한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신문입니다. 한국 신문사 사장 또는 발행인과 같은 지위를 북한에선 책임주필이라고 합니다.
노동신문 책임주필은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장보다는 좀 낮고 부부장보다는 좀 높은 자리로 볼 수 있습니다. 실례로 현재 북한의 선전선동부장인 김기남은 1960년대 노동당 선전부 부부장을 지내다가 1976년 노동신문사 책임주필이 됐고 지금은 다시 선전선동부장을 지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사 책임주필은 조선기자동맹 위원장직을 자동적으로 겸직합니다. 노동신문은 연중무휴로 제작되며 모두 광고 없이 6개 면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때 발행부수가 50만 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용지를 감당할 수 없어 지금은 30만 부 이하로 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신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따로 구체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민주조선은 하루 4개 면을 제작하며 월요일을 제외한 주 6회 발행됩니다. 발행부수는 보잘것 없습니다. 노동신문이 노동당 세포비서 이상 간부에게만 배달된다면 민주조선은 동사무소 같은 곳에 배달됩니다.
여담이지만 민주조선 책임주필은 1986년부터 25년 동안 김정숙이라는 여성이 맡고 있는데 이 여성은 북한에서 김정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유일한 여성입니다. 북한에선 김일성 가계의 이름은 일반 사람들이 가질 수 없습니다. 김일성과 그의 부모 김형직, 강반석,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손자 김정은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김정은이 급부상하면서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모두 고치게 했습니다. 북에서 김정은은 주로 여성 이름인데 수많은 여성들이 졸지에 강제 개명 당한 것입니다. 김정숙이라는 이름도 약 30년 전에 모두 고쳐졌습니다. 그런데 민주조선 책임주필인 김정숙만이 이름을 고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김일성의 고종사촌으로 예외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남편인 허담은 북한 외교부장과 부총리를 지낸 김정일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숙 주필이 김일성의 고종사촌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저 여성은 대체 어떻게 대단하기에 김정숙이라는 이름을 계속 쓰는지 몹시 궁금해 합니다.
청년동맹 기관지인 청년전위와 인민무력부 기관지 ‘조선인민군’은 각각 청년동맹 조직과 군부대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방지는 노동당 지역위원회의 기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양신문은 평양시당에서, 황북일보는 황해북도당에서 발행하는 식입니다. 이런 기관지는 내용의 절반 이상은 노동신문과 대동소이하고 나머지 면에 각 지역별 소식을 싣는 형식입니다.
일간지 외에 어린이용 신문이나 전문 주간지도 많습니다. 15살 이상 청소년들을 위한 신문으로 ‘새날’이 있고 그 아래 연령대 학생들을 위한 신문으로 ‘소년신문’이 있습니다. 이런 신문들에는 학생들의 심리에 맞추어 옛이야기나 만화 등이 실리기 때문에 선전선동 내용이 위주인 성인용 신문보다 더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이런 신문들을 애용하면서 자랐습니다.
내각 각 성에서 발행하는 ‘교통신문’ ‘건설신문’ ‘교원신문’ 등의 전문지들도 주간지 또는 격주간지로 발행됩니다. 각 대학별로 대학신문도 발행되는데 김일성대인 경우 대학신문 제호는 대학이름 그대로 ‘김일성종합대학’이었습니다. 이런 신문들은 나름 직업별 특색을 살려 편집되기 때문에 인기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과 평양주재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영자지인 ‘평양타임스’도 매주 토요일마다 발간됩니다.
북한 신문들의 중요한 특징으로 광고가 없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엔 평양신문에 아주 예외적으로 광고가 실리긴 하지만 이런 것도 당에서 선전을 해주라는 지시를 하달했기 때문에 실린 것이지 광고비를 받고 싣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첫 회라 북한의 각 신문들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하려다 보니 흥미로운 글이 되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쉽네요. 다음 회부터는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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