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의 신문읽기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랑스

2012. 3. 21. 15:2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2011년 11월, 프랑스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분석센터(CAS, Centre d'Analyse Stratégique)>는 <디지털 시대의 신문 : 어떻게 정보의 가치를 증대시킬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프랑스의 신문이 어떤 형태로 진화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적 장기 플랜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문의 위기’ 문제를 국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의 위기 그리고 신문 독자의 감소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자 어느덧 만성화 단계에까지 접어든 것이다.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람의 비율은 1989년 43%에서 1997년 36%, 그리고 2008년에는 29%로 줄어들었다. 저널리즘의 건강성과 언론 산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뉴스와 정보의 다원주의를 통해 공동체와 시민 생활, 그리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계기임을 고려한다면, 이는 심각한 위기의 징후라 하겠다.


보고서는 저널리즘과 신문 기업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디지털화’와 ‘젊은 층 독자 발굴’은 대단히 중요한 정책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프랑스 미래전략연구센터의 홈페이지>




젊은 층 70만 명이 무료 구독 체험



첫째, 젊은 층에 대한 종이신문 구독 지원을 ‘온라인 구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2009~10년, 대토론회 후속 조치의 하나로 프랑스 정부와 신문협회는 공동으로 <몽 주르날 오페르(Mon Journal Offert)>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이것은 젊은 층의 신문 구독 확대를 목적으로, 1년간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이후 유료 구독자 전환을 유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으로 이 프로젝트는 벌써 3번째 시즌(2011~12년) 사업을 마치고, 누적 인원 70만 명의 젊은 층에 신문 구독의 경험을 제공하였다.



사업의 핵심은 궁극적으로 1년의 무료 구독 체험을 유료 구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시작 당시 업계나 정부는 매년 참여자의 최소 25%는 유료 구독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지만, 실제 수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10~13% 수준에 불과하였다. 보고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온라인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매체들과 더 이상 종이신문을 읽지는 않는 새로운 ‘디지털 독자’들에게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종이신문의 유료 구독 뿐 아니라, 온라인 유료 뉴스 사이트에 대한 가입비 역시 지원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참여 언론사의 범위 속에 유료 구독제를 실시하는 기존 신문사의 인터넷 판, 그리고 독자적인 인터넷 언론사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은 결국 디지털⋅스마트 미디어의 일반화 추세 속에서 젊은 층의 뉴스 소비가 사실상 온라인 경로를 통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제안은 젊은 층의 신문 읽기를 디지털⋅모바일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뉴스 읽기’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의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멀티미디어 뉴스 제작 교육 지원 



두 번째 제안은 기자교육의 현장에서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뉴스 콘텐츠의 포맷이 디지털 멀티미디어 중심으로 전환되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더불어 온라인 저널리즘의 확산에 따라, 반드시 기존 언론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젊은 층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하겠다. 그 결과 <르몽드>나 <리베라시옹>과 같은 주요 언론사들은 물론 <89번가(Rue 89)> 등의 신생 인터넷 언론사들에서도 텍스트 기사와 동영상, 인포그래픽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의 뉴스 콘텐츠 생산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분야에 대한 인력 유입의 활성화 및 재교육 강화를 위한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 제작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를 현 단계 프랑스 저널리즘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주요한 과제로 간주한다. 우선 기자 교육 및 재교육의 현장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필요한 각종 기술적 도구 이용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의 신설⋅확충에 힘쓸 것을 제안한다. 정보 처리, 인포그래픽 작업, 데이터 저널리즘과 관련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의 신설과 확대가 기자 교육 기관에서 수행될 수 있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여기에는 멀티미디어 관련 교육 기관을 별도로 언론사 및 현업 협회가 공동으로 설립하고, 이에 정부가 설비를 포함한 각종 지원을 수행하며, 또한 신설 기관을 통해 멀티미디어 뉴스 기술 표준이나 공동의 모듈(module) 개발 등의 사업에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장기적인 계획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분야에 선택과 집중


세 번째 제안은 디지털 시대의 신문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전이 신문업계에 끼친 충격은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작업은 프랑스 국내에서 몇몇 기관과 연구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그렇기에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체계적인 조사⋅분석⋅연구 작업을 수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프랑스 내 13개 저널리즘 스쿨들이 민간 전문 연구기관을 공동 설립하도록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구상은 -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공공 섹터 주도형이기보다는 -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재단(Niemann Foundation) 등 이른바 영미권의 ‘비영리 언론재단’의 모델의 도입에 해당한다. 신설 전문 연구기관은 국내외 주요 언론사 및 각종 현업 단체(전국 및 지역 신문협회, 기자협회 등)들과의 협력 네트워크 속에서 국내외 언론 산업의 현황과 전망, 디지털 저널리즘의 사례, 저널리즘 퀄리티 향상을 위한 콘텐츠 개발, 그리고 전자책을 포함한 스마트 미디어 시장에 대한 조사⋅분석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태블릿 PC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미디어의 활용 전략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네 번째 제안은 디지털 미디어 기기(스마트 미디어)용 뉴스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뉴스 지원 대책의 마련이다. 여기에는 언론사들이 스마트 미디어를 미래 전략의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보고서는 스마트 미디어가 종이신문의 장기적인 대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태블릿 PC는 젊은 층의 신문 이용을 새롭게 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프랑스에서도 스마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에는 프랑스의 인터넷 이용자의 18%가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유료) 온라인 언론사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율을 기존 언론사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언론사에는 일반 산업체와 동일한 19.6%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기존 언론사에는 신문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2.1%의 세율이 적용되어 왔다. 따라서 보고서는 온라인 유료신문이 여전히 언론 시장 내에서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한 신생 업종임을 고려하여, 이들에 대하여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율을 기존 언론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온라인 언론사의 경영 개선을 위한 간접지원 효과를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언론 지원 전략이 절실한 한국



이 보고서에서 거론된 제안 사항들은 국내의 언론진흥 정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물론 제안 사항 그 자체는 국내에서 행해지는 여러 정책들과 비교하여 진정 새롭거나 ‘선진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보고서는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 창출의 과제를 우리에게 제기한다. 우선 이 사례는 국내에서 시행 중인 언론 지원제도의 정당성과 그 위상에 대한 새로운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신문의 위기, 디지털화 그리고 젊은 층 중심의 독자 발굴과 읽기문화 조성의 과제를 국가 미래 전략의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그 위상을 새롭게 규정하는 높은 차원의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의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또한 그것은 현실적으로 언론 지원제도의 중장기 전략 목표의 수립 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만든다.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정책 의제의 도출은 기존의 제도와 자원 분배 방식의 재검토 및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다. 몇몇 중점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체계화함으로써, 이른바 ‘백화점식’ 지원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의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면들을 고려한다면, 프랑스 정부의 이번 보고서가 향후 구체적인 정책 행보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하겠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3월호> 중 박진우(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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