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학생들의 ‘아침독서 4대 원칙’은?

2012. 2. 29. 09:3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독후감 강요하지 말고 부담없이 책 읽게 하세요" 

일본 학생과 교육계를 사로잡으며 단시간에 일본 열도에 정착한 '아침 독서 운동'. 독후감도 제출할 필요없고, 읽은 책의 목록을 정리할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아침독서 운동'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4대 원칙이 있습니다. 

 

▲ "독서삼매경에 빠진 어린이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독서>를 하는 장면. 가미히라이 초등학교는 지난 1996년부터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아침 독서>를 실시하고 있다. 집단따돌림과 등교 거부, 기물 파손, 교사에 대한 반항, 수업 불성실 등으로 '학교 붕괴' 위기를 겪고 있었으나 <아침독서>로 이 같은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고교 담임 시절 '아침 독서'를 일본에서 최초로 실시했고, 현재는 '아침독서' 추진위원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쓰카씨 에미코씨(62)는 "'아침독서'에는 철학이 담긴 4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쓰카 이사장에 따르면 '아침 독서'▲매일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10분 간 ▲학생과 교직원이 전원 참여해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교실에서 읽는다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의 4원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것은 교육실천으로는 매우 간단한 방법이지만, 여기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①전교생이 일제히 실시한다] 학생도, 교사도 모두 참여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학교 교육에 있어 교사 전원이 책임을 갖고, 학생 전원에 대해 공평히 책임을 느낀다는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또 이것은 학교라는 시스템이 독서활동에 가장 효율적이므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혼자라면 절대로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라도 학교라는 시스템이 총력을 기울여 움직이면 자연스레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②10분 간이라도 매일 한다] 여기에는 학생에게 '살아가는 힘'을 심어주기 위한 교사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교사는 독서를 학생이 성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몸에 필요한 영양분은 넘쳐나지만, 마음에 필요한 영양소는 크게 결핍돼 있습니다. 아침 10분이란 시간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비결은 조금씩이라도 끈기있게 뭔가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③책이면 뭐든지 좋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을 응시하고, 재발견하고, 자신의 숨겨진 능력과 가능성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학생 모두가 각자의 흥미와 관심 분야가 다른 만큼, 능력과 이해력도 차이가 납니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각자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책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좋습니다.

[④책을 읽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것 이외에, 예를 들어 독후감상문이나 기록 같은 것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그 순간, 생생하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 시간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현대인은 늘 뭔가 목적의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단 10분만이라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독서를 통해 자유롭게 해방감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TV도 없고 오락거리는 라디오나 책 정도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TV, 게임기, 컴퓨터, 휴대전화가 있으니 도무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아예 집안에 이렇다 할 책이 없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런 세태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접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와중에 아침 독서는 아이들에게 10분간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게 합니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접근법인가요. 극단적인 사례지만 일부 선생님 가운데는 '나는 책을 읽지 않고 이제까지 살아 왔고, 앞으로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아주 운이 좋아 선생님이 됐을 뿐이지, 지금 시대에는 이런 사람은 살아갈 수 없는 세상."


 ▲ 일본 '아침독서 추진협의회'에서 펴낸 아침독서 안내 책자들. 


오쓰카 이사장의 말이다. 오쓰카 이사장은 같은 '아침 독서'의 4대 원칙에도 조심해야 할 점은 있다고 주의를 환기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읽는 책의 목록을 기록해 집계하는 사례도 있지만, 책은 숫자와 분량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아침 독서'의 기본은 '그 아이에 딱 맞는 것어야 한다'는 것. 책의 권수를 따지기 시작하면 우수한 일부 학생들에게는 좋겠지만, 전체로 봐서는 도움이 안 되며 질투와 갈등을 만들어 내지 않는 학급운영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오쓰카 이사장의 지론입니다.

아침 독서 때 사용하는 책 고르기는 따로 지도하지 않습니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학급 문고에 넣어 놓고 꺼내 읽게 합니다. 아침 독서의 원칙이 '선생님도 학생도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을 뿐'이라고 돼 있기 때문인지 일부 교사 가운데는 독서시간에 떠드는 아이, 책을 읽지 않는 아이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쓰카 이사장에 따르면 지도는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책을 챙겨오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는 데는 학생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는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책을 읽지 않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데도 각각의 이유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지도를 계기로 학생과 교사가 대화를 나누고 좀 더 서로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선생님들은 결코 '평론가'가 돼서는 안 되며,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가 돼야 한다는 게 오쓰카 이사장의 소신입니다. 


▲ "선생님도 아침독서 동참"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의 한 여교사가 <아침독서>를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가 함께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 일본 학교의 교실에서 아침 독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오쓰카 이사장은 현역 교사 시절 진행한 '아침독서' 장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우선 교무실에서 오전 8시 15분부터 5분 정도 교직원의 회의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락사항은 각각 담당자가 회의 시작 전 칠판에 써둡니다. 회의가 끝나면 담임 선생 외에도 교장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배당된 학급에 갑니다. 전교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아침 독서'인 만큼 교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이번에는 진짜로 뭔가 하려는군', '학교 전체가 하는구나'라는 의식을 심어줘 진지하게 '아침 독서'에 참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오전 8시25분 벨이 울리면 동시에 10분간 전교 일제히 '아침 독서'를 각 교실에서 진행합니다. '아침 독서'를 마치고 오전 8시 35분부터 8시 45분까지는 홈룸시간으로 출석 확인과 통지사항을 전달합니다. 오전 8시45분부터는 제1교시 수업이 시작됩니다."

그럼 학생들은 <아침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요. 오쓰카 이사장은 담임 교사 시절 고교 1학년 학생에게 받은 감사 편지를 기자에게 공개했습니다.

"나는 독서가 싫어 초등학교 때부터 전혀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독서실의 도서 카드는 항상 백지인 그대로였고 책을 빌려도 읽지 않고 반납했습니다. 그 때문에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아침 독서' 시간에도 처음에는 10분이 길게 느껴지고 지루해 책을 읽지 않고 페이지만 건성건성 넘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마술에 걸렸는지 어느새 10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아침 독서' 시간 외에도 따로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하라 치하루)"

"중학교까지 나는 책을 대충대충 읽는 습관이 있어 끝까지 한 권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읽는 시간이 정말로 소중합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한자도 새로 익힐 수 있고 몰랐던 낱말의 뜻도 알게 되는 등 책읽는 재미 외에도 얻는 수확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책읽는 시간을 더욱 늘려가야겠습니다. (오카야마 미카)"

"이제까지 소설 등은 전혀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국어성적도 나빴습니다. 문장에 대한 시험 문제는 아예 뜻도 파악하지 못해 간신히 일부분만 읽고 답안을 작성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침 독서' 시간이 싫었습니다. '아침 독서' 시간에도 글자만 별 생각없이 읽은 탓에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머리 속에서 책에 묘사된 정경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침 독서'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됐습니다. (이토 기미코)"

이것만큼 '아침 독서'의 결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요?




ⓒ다독다독

  • 프로필사진
    BlogIcon 노지2012.02.29 09:44

    전 저 제도가 정말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프로필사진

      노지님 안녕하세요 ^^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부담없이

      책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이

      여기저기서 마련된다면 좋을 듯 합니다.

  • 프로필사진
    빈배2012.02.29 13:16

    네번째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공감이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프로필사진

      빈배님.

      그 부분은 저희에게도 굉장히 인상깊은 부분

      이랍니다. 원래 시키면 더 하기 싫어지는 일도

      내버려두면 괜히 하게 되는 그런 날이 많잖아요?

      이런 저런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 어느날 맘에

      드는 책을 드게 되는 순간이 독서의 시작일지도 모르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