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편집의 묘미,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2012. 4. 30. 14:4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문의 ‘편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보통 현장을 뛰어다니는 기자만을 생각하지만, 이런 ‘취재기자’ 외에도 신문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취재기자들이 땀 흘려 만들어낸 기사를 맛깔나게 요리해주는 ‘편집기자’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편집기자들은 기사의 끝에 달리는 바이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기사의 얼굴과도 같은 ‘제목’과 신문의 전체 모양새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편집기자들의 모임도 있습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인데요. 이는 전국일간신문 및 통신사 편집기자들의 단체로, 1964년 9월에 한국 신문의 발전과 더불어 편집기자들의 자질향상과 권익옹호, 친목도모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쓰여 있네요. 회원 1000여명과 회원사 50여개를 가진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세미나·친선체육대회 등을 개최할 뿐 아니라 이달의 편집상·한국편집상·사진편집상을 선정해 시상합니다. 한국편집상은 편집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보고 매년 3개 부문에서, 이달의 편집상은 재치가 뛰어난 작품을 대상으로 매달 시상하는데요. 일단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근 3년간 뽑힌 ‘한국편집상’ 수상작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최근인 2011년의 수상작인데요. <종합> 부문과 <문화>, <스포츠>면을 볼까요.

 

 

 

 

 

 

<종합> 부문 한국편집상을 수상한 ‘벗기는 法, 버티는 女’ 기사입니다. (동아일보/ 김영준 기자/ 2011.04.13/ 19면) 부르카 금지법에 관한 기사였는데 드러날 듯 말 듯 한 사진속 여성의 모습과 ‘벗기는 법, 버티는 여’라는 기사 제목이 절묘한 대구를 이루고 있죠.

 

다음은 <문화>면 수상작은 ‘신기한 물고기 언어영역’라는 기사로, 국제신문/ 박정은 기자/ 2011.01.21/ B3면에 실린 기사였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제신문은 전체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언어영역 시험지’로 다루는 과감함을 선보였습니다. 물고기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를 문제로 내면서 자칫하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기사’를 이런 수능 시험지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네요.

 

편집기자협회도 바로 그런 점을 높게 샀기 때문에 이 기사를 수상작으로 선정한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처럼 편집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사의 전달력과 흥미도를 높일 수 있답니다. 

 

 <스포츠>면 수상작은 어떨까요. 아마 사진보고 ‘아!’하신 분들 있을 겁니다. 유명 골프선수인 ‘타이거우즈’보다 웨스트우드가 더 점수를 잘 냈다는 기사를 쓰려했던가 봅니다.

 

 

 

 

 

 

‘우즈 위에 웨스트우드’란 제목으로 중앙일보 임윤규 기자가 2010년 11월 2일 내보낸 기사는 바로 이런 내용을 한 장의 사진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우즈의 머리 꼭대기에 웨스트우드 얼굴을 실어, 독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도 눈에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지요. 


 

 

 

 

그럼 2010년에는 어떤 수상작들이 있을까요? <종합> 부문의 수상작은 한국일보의 ‘헌재 결정 ‘본론-결론’달랐다‘란 1면기사가 차지했네요(이직 차장/ 2009.10.30) 한국일보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다루면서, 이를 보고 있는 언론사 노조 조합원들의 희비가 갈린 두 가지 표정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그를 비교해 실으면서 헌재 결정이 ’본론-결론‘이 달랐다는 제목과도 일치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청자는 기사를 읽지 않고도,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었겠죠?

 

 

 

 

 

2010년 한국편집상 <문화>면 수상은 경향신문이 차지했습니다.  2010년 8월 23일에 실린 ‘독거노인(獨居老人) 누가 내 손을 잡아줄까’란 기사(구예리 기자)였는데요.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일단 ‘누가 내 손을 잡아줄까’란 제목과 홀로 누워있는 노인의 손이 절묘하게 일치합니다. 기사는 사진 뿐 아니라 독거노인의 한자를 獨(홀로,아프다) 居(살다) 老(늙다) 人(사람다운가)라며 제각기 새롭게 해석하는 재치를 보였습니다. 전문성 있는 사진과 타 신문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목의 참신함이 바로 이 기사를 수상하게 만든 이유였겠죠?

 

 마지막으로 2009년엔 어떤 기사가 편집상을 수상했을까요?

 

 

 

 

 

 

바로 조선일보의 ‘소니, 우니?’란 기사였습니다. (정재원 기자/2009.1.14/B1면)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요. 일본 대표기업 소니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이를 일본 여성이 울고 있는 사진과 함께 ‘소니, 우니?’란 제목을 달아 한 눈에 알아보게 만들었죠.

 

마지막으로는 2009년 <레이아웃> 부문을 수상한 서울신문의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2009년 5월 23일을 기억하시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안타까운 날이었죠. 다음날 서울신문은 예외적으로 ‘호외’를 내면서 1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유언 내용을 그대로 실었습니다(이상훈 부장/2009.5.24/호외1면). 노 전 대통령의 고개 숙인 쓸쓸한 사진과 옆에 쓰인 유언 내용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 독자가 있을까요.


포스팅을 통해 최근 2009년부터 작년까지의 편집상 수상작들을 살펴봤습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신문편집상을 선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녹아있고 독자들에게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 줌은 물론 사건이나 시류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제시해 주는 제목과, 기사의 가치와 더불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돋보이는 편집이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http://www.edit.or.kr)

 

여러분들은 보고나니 어떠셨나요. 매일 매일 쏟아지는 기사 속,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나 정치 기사만 보다가 이렇게 재미있는 기사도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훨씬 더 신문이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근의 한국편집상 수상작만을 살펴봤지만, 앞으로 차차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 편집상 등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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