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에디터, 유혹하는 헤드라인

2012. 5. 2. 14:3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안녕하세요, 저번 포스팅에서는 신문에서의 ‘편집’의 중요성과 한국편집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편집상’ 수상작들에 대해 감상해 봤는데요. 오늘도 신문의 편집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문 ‘제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인터넷에서 소위 ‘낚시성 제목’에 낚여 기사 클릭해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의 비밀’처럼 뭔가 알려줄 것처럼 은밀하게 써놓고는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실상은 별것 아닌 내용이었다거나 하는 경험 말이죠. 이렇게 제목으로 사람들을 ‘낚는’ 기사는 사실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에서의 낚시 기사는 약간 불쾌하지만, 신문 지면에서의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기자들 또한 좋은 방향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하기 때문이죠.

 

생활하기에 바쁜 독자들이 때로는 내용이 아닌 ‘제목’만을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제일 앞에 붙는 제목은 전체 기사의 흐름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편집기자들의 중요성이 확인되는 대목이겠죠. 그렇다면 좋은 신문기사 제목이란 어떤 것일까요? 한겨레의 편집기자로 유명한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에디터>란 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제목을 뽑아야 좋은 제목인지를 확인하면서, 다독 친구 여러분들도 앞으로 제목을 통한 ‘편집’의 묘미를 알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은 고경태 기자가 제시한 ‘헤드라인(제목)을 제대로 뽑는 일곱 가지 원칙’입니다.

 

 

1. 왜 그렇게 두서없이 말하세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요.


- 제목에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되었다는 건지를 간략히 짚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강릉 단오신주빚기를 주제로 쓸 경우 제목을 ‘술 축제’라고만 쓸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열리는지, 무엇을 주제로 한다는 건지를 써줄 필요가 있다.

 


2. 짧고 깔끔하게 말씀해주시면 안 되나요?


- 제목은 정보를 알려주면서도 사족 없이, 간략하게 핵심만 골라서 말해야 한다. 통상 신문기사 제목은 10자 이내, 부제는 20자 이내로 정해져 있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이 글자수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제발 같은 말 좀 반복하지 마세요.


- 제목은 물론이고 아래 달리는 ‘부제’와 ‘중제’에서도 동어반복을 피해야 한다. 해외로 파견하는 인력에 대해 안전 관리를 해야 한다는 기사일 때 ‘안전’과 ‘해외’가 몇 번이나 들어가게 될까? 일단 주제에서 한번 언급한 내용은 부제와 중제에서는 피하고 더 디테일한 내용을 말해줘야 한다.


 
4. 이왕이면 호기심 유발되게 말해주세요


- 무뚝뚝하게, 건조하게 말하면 독자는 금방 재미없어 한다. 예를 들어 이혼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는 여성을 위한 가정전문 변호사’라고 쓰면 과연 독자는 얘기를 끝까지 듣고 싶어할까? 그보다는 흥미로운 제목을 지으려 노력해야 한다. 실제 한겨레21에 실린 해당 기사의 제목은 “손찌검하면 국냄비 집어던져라”(한겨레21 521호, 20004년8월12일자)였다.

 

 

 

 

 

 

5. 좀 새롭게 말하면 어디 덧나나요?


- 판에 박은 듯한 문구나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 말 ‘클리셰’. 이는 사람들 뿐 아니라 신문기사에도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 테러가 급증하니 안전에 유념하라는 기사, 이 기사는 ‘안전대책마련 시급’과 ‘대책마련 절실’, 그리고 ‘해외안전 빨간불’이라는 제목이 쏟아졌다. 누구나 예층 가능한 제목은 재미없다. 그 예측을 배반해야 주목도 있는 제목이 나오는 것.

 

 

6. 그렇다고 뻥을 치시면 안 되죠


- 신문기사는 원칙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제목에서도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감동의 도가니’나 ‘야만의 역사’같이 주관적이고 감정이 들어간, 과장된 제목은 독자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7.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시면 안 되나요?


- 제목이라고 해서 꼭 막연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예를 들어 ‘대체복무제 입법을 위한 공청회’가 기사라면 독자는 무슨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해 할 텐데, ‘다양한 개선점’이나 ‘입법 본격화’라고만 적어놓으면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고경태는 제목을 뽑지 않는다, 심는다…. 그는 한 마리 대책 없는 ‘편집짐승’이다”

 

 

 

 

<중앙일보>의 문화 데스크 정재숙이 쓴 추천의 글은 그가 편집 분야에서 얼마나 대가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고경태 기자는 편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는 편집자가 일종의 ‘대변인’이라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대변인은 달변가는 아니더라도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전달자여야 한다고 말이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핵심을 요약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는 편집자도 다르지 않다고 그는 말합니다. 또한 기자를 관리하는 데스크들도 이런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데요.

 

 

“편집경험이 없어도 편집기자가 놓친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제목을 새로 뽑을 것을 지시하거나 지면의 빈틈을 찾아내는 센스와 통찰력을 지닌 데스크들도 있었다. 데스크들에게 편집 감각은 필수다. 편집을 알아야 지면을 제대로 장악한다. 그들이 제목이나 지면 배열에 ‘노력하게’ 간섭할수록 매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고경태, ‘유혹하는 에디터’, p121)

 

 

결과적으로 좋은 신문기사 제목이란 어떤 것일까요? 짧으면서도 구체적인 제목,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제목. 구체적이고 간단하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잃지 않는. 또한 신문기사답게 너무 선정적이거나 단정적인 표현은 자제하는 제목이 바로 좋은 제목에 해당하겠죠. 다독 친구 여러분은 앞으로 신문을 볼 때 ‘제목’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다독다독 블로그를 통해 배운 제목에 대한 내용, 잊지 마시구요! 제목까지 꼼꼼히 확인하다 보면 앞으로는 신문을 볼 때 더욱 풍성한 시각을 갖게 되실 거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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