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권의 책과 함께 한 나의 이십대를 돌아보니

2012. 6. 1. 11:13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청춘의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이제는 까마득해져가는 저의 이십대를 되돌아봅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건넜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아쉬움과 회한이 한 무더기네요. 남들처럼 치열하게 학점관리를 하고 자격증을 수집하며 ‘고스펙’을 쌓아놓은 것도 아니고, 제 3세계 봉사를 다니며 대단한 통찰을 얻거나 견문을 확장한 것도 아니니까요.


청춘이 끝나면 무진장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그저 조금 덜 욕망하고 조금 더 만족하는 법을 익혔을 뿐, 저는 여전히 철저한 방황 중입니다. 하지만 20대를 돌아보며 ‘다시 태어나도 그 일을 하겠다.’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에 미쳐 지낸 나날들입니다.

 

 

 

 

 


저의 이십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한다면 바로 ‘독서’입니다. 누구나 겪는 이십대의 미숙과 혼돈을 처방하기에 독서만한 치유제가 있을까, 이제와 저는 생각해봅니다. 돌아보니 하필 청춘을 건너는 수단으로 독서를 선택한 것은 참으로 탁월했던 것 같네요.

 


독서로 마음의 풍경을 들여다보다


이십 대를 건너는 동안 천 권이 넘는 책을 읽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났고, 신경숙을 짝사랑했고,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지혜에 귀 기울였으며, 장 그르니에와 함께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기도 했지요.


<삼국지>(나관중 저, 이문열 역)를 읽느라 기말고사를 망치기도 했고, <열정>(산도르 마라이)에 취해 밤을 지새웠으며, <행복의 조건>(조지 베일런트)만 들고 긴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요.


생산성, 효율성 따위와는 거리가 먼 저는 스펙을 위한 ‘전략적 책읽기’를 외면하고 우선 마음의 방향이 가리키는 대로 책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청춘의 시절에 제가 책을 통해 얻고 싶은 바는 ‘지식’보다는 ‘지혜’ 였어요. 저는 삶이 내게 던지는 고질적인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아는 것보다 알쏭달쏭한 것이 더 많아지는 역설적인 세계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로 책만 한 것은 없다는 걸 절감했지요. 

 

 

 

 

 

 

 

독서는 저에게 마음의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이었던 셈이지요. 독서는 지치고 힘든 날 혹은 아프고 슬픈 날, 즐겁고 유쾌한 날 그리고 행복하고 달콤한 날에도 조용히 곁에 서서 비밀의 문을 열고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 문 너머에는 놀랍게도 닫혔던 세상의 문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렇게 천 권이 넘는 책들을 만났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보다 배는 열심히 독서노트를 작성하였고, 심장을 두드리는 몇몇 책들을 통째로 필사하기도 했으며, 온전히 책을 읽기위해 잠을 줄이는 (저로서는) 기특한 짓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는 사이 저는 5권의 책을 출간했고, 2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숱한 매체들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하였지요.

 


독서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루다

 

스물다섯, 취업 준비를 뒤로하고 학교마저 휴학한 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겠다.’는 꿈을 안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오직 데일 듯 뜨거운 열정만 품고 말이지요.


저의 첫 책은 중국문화에세이였는데 이를 위해 직접 카메라 하나 짊어지고 베이징, 상하이 일대로 취재 겸 촬영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원고지 500매 분량의 초고와 기획서를 작성한 뒤 손으로 꾹꾹 눌러쓴 출판사목록에 의지한 채 서른 곳도 넘는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저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지요.

 

이후 자신감을 얻은 저는 머릿속에 오랫동안 상상만 하던 꿈들을 하나, 둘 세상에 내밀어 보였습니다. 그 후 저는 여성 자기계발서를 출간하기도 하였고, 독서에세이, 청소년 인문서까지 20대에 모두 5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듯 제 청춘을 견디는 수단으로 ‘책’을 택했습니다. 수 십 군데의 도서관과, 수 백 군데의 서점과, 수 천 권의 책이 저를 지탱하고 응원했습니다. 저는 꿈에 가장 빨리 닿는 길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꿈에 가장 확실히 닿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행과 한탕주의를 버리고 지금껏 꿈을 이룬 국내외 수많은 이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매순간순간 독서를 통해 나를 경영하고 꿈을 키우는 것입니다.

 

현재 이십대를 건너는 많은 청춘들에게 조용히 제안해 봅니다. 혹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는 자기 비하감에 시달리거나 근거 없는 무력감이나 전망 없는 절망감에 소리 없이 앓고 있다면 책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를 받아 보기를요. 오늘 이 순간부터 여러분의 심장과 영혼을 두드릴 독서목록을, 그래서 여러분 영혼의 연대기가 될 ‘오직 나만의’ 독서목록을 작성해봄은 어떨까요?

 

우리들 청춘은 늦은 봄 꽃잎처럼 하나, 둘 저물겠지요. 하지만 우리들 젊은 날을 사로잡으며 지탱해 준 문장들은 임종의 순간까지 우리를 지키며 위로할 것을 믿습니다. 서머싯 모옴의 말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낼 피난처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독서와 함께 더 활짝 피어날 여러분의 청춘을 무한히 응원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