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동안 이어진 가족신문, 그 행복한 이야기

2011. 5. 13. 13:1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늘상 가까이서 느끼는 공기처럼, 함께 있지만 소중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과 소통하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가족의 소중함을 잊는 사람은 없을텐데요. 여기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고 그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즐거운 가족이 있습니다.

27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발행한 가족신문 <비둘기집>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조영헌(38,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씨의 가족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가족신문을 만들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조영헌씨와 ‘비둘기집’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주인공인 가족신문, 27년의 역사


1984년에 창간된 가족신문 <비둘기집>은 조영헌씨의 동생 영한씨가 학교에서 학급신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학급신문의 편집인이었던 동생이 신문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우리도 집에서 신문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말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가족신문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이때부터 시작된 신문 만들기는 전부 손으로 쓰는 것에서 시작해 이제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월간 발간이 격월간으로 바뀐걸 제외하면 제작과정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매달 편집회의를 하고 가족들끼리 역할분담을 해 취재도 하고 만화도 그린 후 원고 마감일에 맞춰서 복사와 발송까지 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모이고 많은 대화도 오가면서 재미있는 가족신문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럼 가족신문은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까요? 조영헌씨는 “말 그대로 가족의 소식을 다루는 것이 가족신문이죠. 가끔 명절 때나 친척 모임이 있으면 그 일은 항상 신문의 톱기사입니다.”라며 가족과 친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는데요. 가끔 ‘가족 순례’라고 해서 친척집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루는 등, 어디까지나 신문의 초점은 가족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구독자가 늘면서 이제는 독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다루고 있어요.”라는 조영헌씨 가족의 가족신문은 현재 130명 정도의 독자가 있는데요. 신문을 발행하면 우편과 메일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척과 이웃 뿐이었던 신문 독자가 27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씩 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긴 세월 신문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은 독자들이 보내준 격려와 편지였다고 합니다.

많은 추억을 선물해준 가족신문


가족신문을 만들어온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발행을 그만둘지도 모를 위기도 있었고, 뿌듯했던 경험도 많았다고 합니다.

“항상 시간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서 신문 발행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조영헌씨와 동생 영한씨가 대입준비를 할 때는 공부하는 시간도 모자라 기사를 쓸 시간이 없었던다는데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합니다.

“첫 번째 위기를 넘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위기가 찾아왔어요. 저와 동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다행히도 이메일이 보편적이었던 시기라 해외에서도 메일을 통해 계속 신문을 발행할 수 있었어요.”

이런 위기뿐 아니라 뿌듯했던 경험도 많다고 합니다. 가족신문이 점점 알려지자 언론의 취재와 각종 방송 섭외가 들어오며 어느새 학교에서도 유명해지고,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도 요청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1994년에는 20세기 한국인 가정 대표로 선정돼 400년 후 개봉이 되는 ‘서울 600년 기념 타임캡슐’에 탑재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답니다.

글쓰기와 시간약속 가족신문을 만들며 배웠습니다

가족신문을 만들면서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 역시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조영헌씨의 딸 수하(12)양을 정식 기자로 임명해 기사를 부탁하고 있다고 합니다. ^^

그리고, 마감일을 지키는 훈련이 생활화되어 지각을 하거나 약속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조영헌씨는 이외에도 가족신문을 통해 변화한 가족에 대한 의미도 언급했는데요.

가족신문을 통해 우리 가족만의 정체성도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세상의 많은 가족들 중에 우리만의 특성을 기록하고 표현하니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라며 가족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가족신문의 매력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가족신문, 가족의 소소한 기록을 남기는 마음으로

 
이렇게 조영헌씨처럼 가족신문을 만들어보고 싶은 가족들을 위해 신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질문해 봤는데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가족의 정말 사소한 이야기라도 기록으로 남긴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라며 큰 계획보다 작은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써나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소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해두고, 가족회의를 통해 역할도 분담하여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문의 커버스토리를 정해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노하우라고 하는데요.

“가족신문도 신문이기 때문에 커버스토리와 뉴스가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도 신문기사처럼 찍어보고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이 담긴 뉴스거리를 하나씩 써보는 것도 가족신문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죠.”

신문을 직접 만들고, 친척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다 보면 평소 교류가 적은 친척끼리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가족신문은 친척과 우리 이웃에게 안부를 묻고 말을 건네는 특별한 수단이 아닐까 합니다.


30주년을 기념해 기네스북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조영헌씨는 그동안 꾸준히 쓰여진 소중한 가족의 역사가 혹시나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행했던 신문들을 모아서 만든 책 <비둘기집>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3년 후면 30주년이 되는데 그 때를 기념해서 가족신문과 관련해 세계 기네스북에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를 통해 전세계 가족신문과 관련된 사람들끼리 교류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상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기네스북에 오른다면 그 때 독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라며 3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가족신문을 만드는 신문인답게 조영헌씨 역시 신문 애독자였는데요. 매일 아침이면 배달된 신문을 꼼꼼하게 읽고 이를 강의에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내주는 과제 중 하나가 강의했던 내용이 신문에서 나오면 스크랩을 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서 학생들 사이에 신문을 읽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신문읽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조영헌씨는 신문을 만드는 편집인으로서, 신문을 읽는 독자로서 신문과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는 진정한 신문인이었습니다.

한가지 일을 꾸준히, 그것도 20년이 넘도록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영헌씨의 가족신문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서로 돕고 힘이 되는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이날 만나본 조영헌씨와 가족신문 이야기는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사이가 멀어지는 현대 가족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은데요.

가족, 이웃들과 즐거운 관계를 만들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신문 ‘비둘기집’의 다가올 30주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뜻깊은 만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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