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만나는 기사 속 감동의 주인공들

2012. 6. 20. 11:5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신문에서 화제로 널리 알려지거나 단신 기사로 났던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신문의 ‘픽션’이 탄탄하고 현실감 넘치는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흥미진진한 영화 이야기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신문 기사 속 화제의 인물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두 영화, <철가방 우수씨>와 <머신건 프리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 두 영화를 만나볼까요.

 

 

행복을 배달합니다, ‘철가방 우수씨’
지난해 9월, 각 신문 사회면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할 만한 반 페이지 분량의 큰 기사가 났는데요. ‘기부천사’로 알려진 배달원 김우수 씨가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어요. 생전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신보다 더 불우한 아이들을 도왔던 김우수 씨의 사연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지요. 김우수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SNS 등 각 매체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우수 씨가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며 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배달원 故 김우수씨 발인[출처-서울신문. 2011.09.29.]

 


배달원으로 평생을 보내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를 도왔던 故김우수 씨는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방화범으로 몰려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어린이재단에서 발행한 ‘사과나무 책자’를 통해 후원을 시작했다고 해요. 출소 후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에 애썼는데요. 월급 70만 원의 중국음식점 배달부로 일하면서도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형편이 더 어려운 어린이들을 후원해왔다고 합니다.

자신 앞으로 보험금 4000만 원의 종신보험도 들었는데, 이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들었다고 해요. 이런 기사 내용을 접하며 영화감독 윤학렬 씨는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온 고인의 삶을 영화로 만들기고 결정했다고 하네요.

 

 

영화는 어떻게?
영화를 제작하려면 주인공과 주변의 세세한 부분도 많이 알아야 하지만, 고인은 가족이 없는 분이라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영화의 스토리는 일단 언론보도를 토대로 고인이 일했던 중국음식점 동료를 만나 고인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고인이 살았던 고시원의 유품을 모아 가며 만들었다고 해요.

예를 들면 김우수 씨가 살던 방 벽에는 여수행 기차 시간표가 붙어 있었고, 장기 기증서류, 펼쳐진 성경책이 있었으며, 건강음료 박스 안에는 조조 영화를 보고 그 표를 모았다고 해요.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영화의 대본과 각본이 된 것이죠.

영화와 실제 이야기가 다른 점은 고인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한 고인의 어머니와 만나는 장면이 더해지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여수행 기차 시간표’를 바탕으로 고인이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 다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해요.

김우수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여유가 있을 때 돕겠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눔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했어요. 고인의 뜻에 따라 윤학렬 감독은 이 영화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나눔은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가능하며, 그 나눔을 통해 기쁨이 돌아온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12일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는데요. 고인의 삶 자체가 워낙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분이 눈물을 보였다고 하네요. 영화의 수익금은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해 쓰인다고 합니다. 오는 9월 개봉하는 ‘철가방 우수 씨’로 올 가을 영화관이 더욱 풍성해 질 것 같네요.

 

 

성경 대신 기관총을 든 목사, 머신건 프리처
기관총을 들어야 했던 목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아시나요? 기관총과 목사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실존인물 샘 칠더스의 실제 삶이에요. 칠더스의 실화를 영화화 한 ‘머신건 프리처’를 소개해 드릴게요.

 

▲영화 <머신건 프리처>의 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마약거래상이었던 샘 칠더스는 어두운 과거를 씻고 종교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의 집 수리를 돕기 위해 수단으로 떠한 샘 칠더스는 그 곳에서 운명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돼요. 50년 이상 진행된 내전으로 아프리카 전 지역은 모조리 파괴됐고, 아이들의 삶은 처참했죠. 이에 샘 칠더스는 아이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고아원을 지어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굶주림과 질병은 수단의 아이들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죠. ‘신의 저항군’이라 불리는 악명 높은 반군은 우두머리 조셉 코니를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상상도 못할 온갖 잔혹 행위를 일삼았어요. 샘 칠더스는 반군에게 희생되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구출작전부대를 지휘했고, 그때부터 기관총을 들어야 했습니다. 칠더스 목사는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아이들을 구했고, 수백 명의 전쟁고아가 그의 고아원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해요.

 

▲샘 칠더스 목사 자서전 <Another Man`s War> 표지[출처-인터넷 서점 알라딘]

 


샘 칠더스 목사의 자서전 표지가 의미심장하죠? 칠더스 목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권총과 성경을 나란히 들고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터라고 해요. 그는 ‘Another Man`s War’라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담아냈고, 그의 삶은 ‘머신건 프리처’라는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그의 삶은 다시한번 화제가 됐죠. 샘 칠더스는 미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에 출연하면서 지금도 고초를 겪는 수단의 아이들을 알리고 있어요.

▶ 샘 칠더스 홈페이지 바로가기

감동적 영화의 서막에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더 울컥했던 경험, 있으시죠? 인간의 삶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죠. 오늘 소개해드린  <철가방 우수씨>와 <머신건 프리처>의 주인공 삶이 모두 그렇죠. 故 김우수 씨와 샘 칠더스 목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사실을 전하는 신문기사만으로도 이들의 삶은 감동적이지만 영화적 상상력과 연출이 더해져 얼마나 더 진한 감동을 전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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