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도 팔기도 애매한 헌책 200% 활용법

2012. 6. 29. 11:3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며칠 전 별안간 궁금증이 일어 현재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이 과연 몇 권인가를 또박또박 세어보았습니다. 2006년, 긴 외국생활을 접고 한국에 귀국하며 수중의 책 대부분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주변에 나누어준 터라 그 수가 현저히 줄었지요. 한 200여 권쯤 되려나 생각하고 세어보니 정확히 그 두 배인 400여 권. 2006년 가장 아끼는 책 열 권 남짓만 가지고 귀국하여 듬성듬성 하던 책장이 또다시 비집을 틈도 없이 팍팍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책만 보면 소유욕을 주체할 수 없으니 이 멈출 수 없는 탐닉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움베르토 에코처럼 저 역시 아직은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 대신 언제부턴가 저는 다른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한 무더기의 책을 구입하고 버리기를 죽을 때까지 반복할 거라면 기왕이면 ‘제대로 버리기’를요. 말하자면 다 읽은 책을 ‘폐지’로 분류하기보다는 ‘재활용품’으로 분류하자는 겁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치곤란인 책을 그냥 버리거나 지인에게 기증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헌책방에 판매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수고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은 발품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중고 책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한때 분신처럼 가방 속에 담겨 기꺼이 피와 살이 되어주던 고마운 책들에 대한 미미한 보답이라고나 할까요? 혹은 과거의 어느 날 지혜와 성찰을 안겨주었으나 현재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어디선가 굴러다니고 있는 책들에 대한 분가작업? 아무렴 좋습니다. 지금부터 중고책을 100% 활용하는 법을 살펴보지요.




하나, 북리펀드 제도로 반값 환불 받으세요.


네이버 북리펀드는 말 그대로 책의 의미 있는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먼저, 네이버에서 투표를 통해 선정된 북리펀드 도서를 구매해 읽습니다. 책을 다 읽었다면 가까운 편의점이나 서점 등 지정된 리펀드 장소에 책을 반납하는 겁니다. 반납이 완료되면 도서 정가의 반을 환불받는 제도입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리펀드한 책들은 전국 도서관에 전달된다고 하네요. 읽고 싶은 책도 읽고, 반값 환불도 받고, 나눔도 실천하고. 어쩐지 자신이 엄청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까지 뿌듯해 질 겁니다. 


▶북리펀드 홈페이지 바로가기




[출처-네이버 북리펀드 홈페이지]




둘, 아름다운 가게의 헌책 이벤트도 둘러보세요.


아름다운 가게를 아시나요? 과도한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 빈곤 등 사회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단체입니다. 나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 우리 이웃이나 제3세계 국가의 누군가에겐 지금 간절히 필요한 그것일 수도 있다는 단순한 철학이 지탱하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일을 행하는 가게이지요.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각기 다른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합니다. 헌 책을 기증하면 새 책을 주는 이벤트도 있고, 책 나눔 바자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올 식목일에는 한 지점에서 헌 책을 기증하면 묘목을 증정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열어 각광받기도 했지요. 헌 책 한 권이 이토록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아름다운 가게의 모든 수익은 공익과 자선에 사용된다하니 단골로 삼으셔도 좋을 법합니다.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 바로가기




셋, 비싼 커피, 헌 책으로 바꿔 먹읍시다.


커피마니아들에겐 특히나 반가운 정보가 아닐까요? 어차피 버려질 책이라면 엿 바꿔 먹는 대신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는 겁니다. 바로 카페 ‘시연’의 이야깁니다. 


홍대 근처에 자리한 카페 시연은 말 그대로 헌 책을 가져가면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색 커피숍입니다. 커피를 마시다 카페 구석구석에 즐비한 헌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책이 보인다면 직접 구입할 수도 있고요. 버리려고 쌓아둔 책 한 권을 슬쩍 가져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도 좋습니다. 홍대 근처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가볍게 한 번 들러보세요. 






넷, 나에게 꿈이 되어줬던 책, 누군가의 꿈을 위해 기증합니다.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는 문화혜택이 취약한 농어촌이나 군부대 등에 도서관을 건립하고 독서운동을 주도하는 단체입니다. 다 읽은 책을 기증한다면 가장 값지고 멋진 일에 쓰일 것이 분명하죠. 책을 나누는 일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거든요. 특히나 자신에게 꿈이 되어줬던 책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꿈이 될 확률이 높잖아요. 꿈 한 조각을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또는 문화운동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헌 책들을 기증해보세요. 아래는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사이트입니다.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사이트 바로가기 





라면받침이나 장롱받침으로만 쓰이던 헌 책의 변신이 참으로 다채롭지 않나요? 똑같은 물건이라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쓰임을 고민하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답니다. 


이 밖에도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헌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 합니다. 모교 도서관에 내 이름 석 자로 기증하는 방법도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각자 필요한 책을 물물 교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글에 서툰 해외 동포를 위한 도서관 건립에 보탤 수도 있고, 서울 청계천이나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 등에 내다 팔수도 있지요. 


모든 책은 마치 화폐처럼 각자의 운명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소개했듯 좋은 일에 쓰이거나 누군가의 꿈이 되거나 전국 각지를 떠돌며 읽히고 또 읽히겠지요. 그러니 해마다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며 죄책감은 그만 지우시고 책의 ‘행복한 순환’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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