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7. 13:2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리핀에서 1년 남짓 공부하고 돌아온 저에게 아버지께서는 사회 적응에 가장 좋은 것은 신문이라며 신문을 내미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조사’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뇌물 수수, 600만 달러, 시계 등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여러 페이지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께 하나씩 물어 가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워하며 읽던 그 기사에서 말한 사건 때문에 자살하신 것이었습니다. 한 달 전에 읽은 신문 기사들이 좀비처럼 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이런 느낌 때문에 매일 아침 신문을 들여다보시는 것일까?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만 보던 저를 신문은 그렇게 딴 생각, 딴 세상으로 안내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종종 신문을 함께 봐 주셨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의 흐름과 새로운 소식들을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제게 종이 신문 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처음엔 아버지의 의도를 조금 알 것 같다가도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에 익숙해 있어서 종이 신문 기사들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저도 아버지처럼 신문 읽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20분 정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저는 아버지와 나란히 신문을 보며 세상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정치면에 관심을 가지셨고, 저는 사회면과 해외 소식에 눈길이 갔습니다. 요즘 제가 판타지소설 쓰기를 흉내 내고 있는데 신문 기사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으로 본 기사가 신문 기사와 너무 달라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분명히 같은 내용의 기사인데도 뭔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런 저의 모습을 보시고서 칼럼을 읽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저와 어머니, 누나 셋이서 여러 칼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칼럼을 요약 정리해 보고 저의 생각을 쓰기도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저의 생각과 다르지만 그 생각 역시 옳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나 소설 등을 좋아했는데 나도 내 이야기를, 상상해 오던 것들을 한 번 글로 써 보고 싶은 충동이 점점 커져 갔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심심하거나 지루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있을 때 상상했던 이야기를 공책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쓴 글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다가 요즘엔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제 글을 읽고 난 뒤 공감하고 웃어 주는 것에 또 다른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가 칼럼을 읽고 공감하거나 다른 생각을 품었던 것처럼 친구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신문의 해외 토픽이나 기념적인 사건들은 제 글의 빈틈을 채우고 저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중 중등부 금상 이예신 님의 ‘신문과 나의 상상력’을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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