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지 오웰이 기자로 활동한 사연

2012. 7. 18. 13:5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전체주의에 젖은 인간사회를 우화형식으로 비판한 소설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동물농장’뿐 아니라 그가 말년에 집필한 또 하나의 작품인 ‘1984’에서 등장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권력, 빅브라더는 거의 고유명사가 되었을 정도로 흔하게 쓰이고 있는 단어인데요. 현대사회에서 도래할 미래권력을 빅브라더라는 새로운 단어로 정의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깊은 통찰력으로 예언에 가까운 소설을 썼던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부유한 집에 태어났던 그가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사연은 무엇일까요?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출처: yes 24]





밑바닥 삶에 뛰어들다 

 

충분히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20대의 조지 오웰은 프랑스 파리의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며 접시닦이 생활을 하고 영국 거리의 부랑자들과 어울렸습니다. 우리에게 작가로만 알려진 조지 오웰은 밑바닥 인생을 살며 기자로서의 바탕을 다졌던 것입니다. 그 후 <트리뷴>지의 문예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잡지와 신문에 에세이와 기사뿐만 아니라 서평과 칼럼 등을 기고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기자로 처음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버마에서의 경찰 간부 생활이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으로 인해 버마에서의 삶은 조지 오웰에게 죄책감만을 남기게 되는데요. 조지 오웰은 거의 속죄하는 심경으로 밑바닥 인생에 스스로 뛰어 들게 됩니다.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출처: yes 24]




“나는 안 맞는 직업을 택하여 5년을 지냈고 그 뒤로 빈곤과 좌절을 겪었다. 그로 인해 권위에 대한 나의 타고난 반감이 커져갔고, 처음으로 노동계급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버마에서 일 해본 덕분에 제국주의 본질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 1946>





삶 속에서 얻은 의문을 넘기지 않다


국가와 계층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의 진실에 눈을 뜨게 된 조지 오웰은 문학 잡지, 시사 잡지, 신문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저술 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는데요.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잉글랜드의 탄광촌을 취재하고 집필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생활했던 경험을 고백한 <버마 생활>은 기자로서 활발히 활동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조지 오웰이 세상에 남긴 글의 양이 너무나 방대한 나머지 국내외 출판사에서는 대표적인 에세이나 칼럼 등을 꼽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오웰의 글에서는 무언가를 고발하고자 하는 바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가 하층민의 생활에 뛰어든 이유도 부잣집 도련님의 치기 어린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당시의 억압 시스템을 고발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었기 때문이죠. 약자에 대한 조지 오웰의 애정 어린 시선은 그가 남긴 칼럼과 에세이 등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출처: yes 24]





나는 코끼리를 보자마자 쏴서는 안 된다는 걸 완벽하리만큼 확실히 알았다. (중략)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돌아서다 나를 따라온 군중을 흘낏 보고 말았다. 막대한 인파였다. 적어도 2000명은 되고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모두 코끼리한테 총을 쏠 것이라 확실히 믿고서 제법 흥이 나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마술사의 묘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은 날 좋아하지 않았지만 마술의 소총을 든 나는 잠시 봐줄 만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내가 결국 코끼리를 쏴야 한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중략) 그리고 손에 소총을 들고 서 있는 그 순간 나는 백인의 동양 지배가 공허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 무장하지 않은 원주민 군중 앞에 총을 들고 서 있는 백인인 나는 겉보기엔 작품의 주연이었지만 실은 뒤에 있는 노란 얼굴들의 의지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바보 같은 꼭두각시였던 것이다. 


<코끼리를 쏘다 Shooting an Elephant, 1936>






끊임없이 물은 질문, ‘왜 쓰는가’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조지 오웰은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바로 ‘왜 쓰는가’라는 자문(自問)입니다. 조지 오웰의 삶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쓰는 이유들 중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고 말했습니다(<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 1946>). 즉,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글을 쓰는 목적을 찾기 위함이 조지 오웰의 인생 그 자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가’ 조지 오웰 속에는 ‘기자’로서의 조지 오웰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합니다. 살면서 얻은 의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그 속에 뛰어들어 취재하고 글로 비판했던 조지 오웰. 그런 그의 기질이 위대한 작가도, 열정적인 기자도 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동물농장’과 ‘1984’가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자로서의 조지 오웰이 앞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치열한 취재의 결과물이 바로 ‘동물농장’과 ‘1984’로 이어진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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