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맞아 현직 작가들에게 듣는 여행

2012.07.27 10:2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여행. 단 두음절로 이토록 많은 이들을 가슴 뛰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우리는 삶의 다양한 굽이에서 여행을 꿈꿉니다. 하품 나는 대도시의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생각을 정리하며 다음 도전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필요로 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만 놓이고 싶을 때, 마음을 다쳐 조용한 힐링이 절실할 때. 때론 단순히 물놀이나 하이킹이 그리워 배낭을 둘러매기도 하고요. 떠나는 이유가 어찌됐건 여행이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낯선 이국의 골목을 거닐며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 테지요.


여기, 여행이 곧 일터이고 직업이며, 꿈이고 미래인 이들이 있습니다. 여행작가 배장환, 조명화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휴가철을 맞아 어디로 떠날까를 고민 중인 분들을 위해 이들과 여행에 관한 ‘담론’을 나누고 왔습니다. 여행에 관해서라면 1박 2일 강연도 가능한 그들이기에 지면의 제약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답니다. 







당신의 여행이 곧 당신입니다!


배장환 씨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를 위해 남동생과 단 둘이 쇼트트랙복장을 하고 세계 여행을 떠난 용감한 남자입니다. 그는 그 특별했던 여행을 책으로 출간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것을 계기로 현재 방송활동과 강연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지요. 그런 그가 전 세계 30개국, 5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얻은 철학은 의외로 간단명료했습니다. 



우리네 인생과 꼭 마찬가지로, 여행이란 한바탕 신명나게 노는 것! 



이보다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에게 여행이란 ‘자유로움’ 그 자체입니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처럼 마음껏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마시고 잠들고, 그러다 일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여행지에서는 단지 여행객이란 이유만으로 이 모든 것이 너그럽게 허용되니까요. 


여행학교 ‘세계견문록’을 운영하며 여행과 관련된 세미나, 교육활동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기획 중인 조명화 씨는 여행이란 바로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여깁니다. 다양한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여행의 모습이 존재하니까요. 사회는 지문만큼이나 각기 다른 우리들을 같은 크기와 모양의 천으로 재단하길 원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각자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게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게 있어 여행이란 ‘나 자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닐까 싶어요. 온 몸으로 다양하게 체험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두려움을 느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법정 스님 역시 말씀하셨지요. 여행이란 자기 정리의 엄숙한 도정이요, 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다, 라고요.



   





어디로 떠나느냐보다 누구와 떠나느냐가 중요!


궁금했습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흔적을 남기고 온 두 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는 과연 어떤 곳일까. 여름휴가를 고민 중인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여행지를 묻자 배장환 씨는 의외로 프랑스 파리를 꼽았습니다. 영화 <노팅힐>과 <비포썬셋>의 낭만이 묻어 있는 그곳에서 영화 속 주인공 같은 기분에 흠뻑 젖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프랑스 파리에서는 노천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행위 하나도 충분히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제가 촌스럽기 때문일까요?







반면 조명화 씨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대답을 해주셨어요. 그에게 여행은 목적지 그 자체보다 어떤 기분과 감정을 안고 떠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럼요, 그렇고말고요. 제게도 가장 아름다웠던 여행의 기억은 그림 같은 동남아의 섬으로 홀로 떠났던 여행보다도 가족과 함께 강원도 일대를 돌던 여행이거든요. 특별한 숙소나 특별한 음식 없이도 충분히 유쾌하고 넉넉히 행복했었지요. 



[출처-yes24]




신혼여행으로 다시 한 번 세계 여행을 꿈꾼다는 배장환 씨와 '저가항공 여행', '고전을 통한 여행’, ‘청춘을 위한 여행’등 다양한 여행을 시도할 계획이라는 조명화 씨. 여행에 대한 그 뜨거운 열정과 가슴 속 나침반을 따라 거침없이 걷는 그들의 행보가 부러웠습니다. 그들은 여행지에서 인생을 배우고, 꿈을 되찾고, 타인을 이해하고, 끝내 자신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지요. 그 역시 말합니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더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를 찾기는 힘들다. 



올 여름 휴가 때, 그도 아니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모양의 여행을 꿈꾸고 계신가요? 럭셔리한 골프여행도 좋고, 스펙터클한 오지여행도 좋습니다. 돌아와 다시 발 담글 일상을 더욱 소중하게 가꿔줄 수 있다면요. 이번 여행에서는 평소 엄두도 못 내던 원피스에 도전하거나 말도 안 되는 사치라 여겼던 와인을 마셔버리거나 낯선 이들과 어울려 눈 한 번 찔끔 감고 춤을 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이 허락한 다양한 것들을 생생히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행이라는 ‘내 안이 또 다른 생’ 속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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