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힐링캠프 직접 다녀오니

2012. 8. 22. 11:4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키친’, ‘하드보일드 하드 럭’, ‘암리타’,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우리나라에서는 데뷔작인 ‘키친’을 비롯해 요시모토 나라의 일러스트가 함께 한 ‘하드보일드 하드 럭’ 등의 작품이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더랬죠. 이 많은 작품들을 낳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신작 ‘막다른 골목의 추억’과 함께 한국을 찾아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에서 있었던 그 현장에 다독다독이 다녀왔어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테마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는 과정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치유의 문학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이번 독자와의 만남의 테마도 한여름의 힐링캠프였어요.


이미 몇 번 내한한 적이 있어서인지 독자들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님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여전하시네요.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를 다시 만나게 된 독자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는데요. 요시모토 바나나 역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독자들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셨답니다.^^





▲ '무단으로 촬영했음. 팬미팅의 팬들! 귀여워! (#^.^#)"
[출처 : 요시모토 바나나 공식 트위터 (@y_banana)]



한편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마트폰에는 주렁주렁 이승기 사진이 달려있었어요ㅎㅎ 기사로도 나왔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한류 팬 인증은 유명하죠.

(전략) 이승기는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서 가진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요시모토 바나나가 내 팬이라고 하더라.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부도칸 콘서트에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다"고 말했다. (후략)
이승기 "내 팬 요시모토 바나나, 손 편지에 부도칸 공연도 참석" (TV REPORT)


아마 이런 작가 본인의 에너지가 그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럼 그 에너지 넘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개를 직접 동영상 인사로 함께 보실까요?^^






아이가 생기면 더 이상 무거운 이야기를 쓸 수 없을 거 같아 아이가 태어나기 전 임신 기간 동안 쓴 책이라고 하니 정말 굉장하네요. 프로 의식이랄까 자신의 모든 삶을 오롯이 책에 바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들을 많이 쓴 거겠죠.^^

이번 팬 미팅은 사전에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에서 감동받은 글귀를 독자들이 응모했었는데요. 그 글귀와 함께 요시모토 바나나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힐링캠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글귀가 선정된 독자는 직접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자신이 작품의 글귀로 치유받았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선사받았어요. 자신의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 사랑을 간증(?)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응모하셨던 거 같습니다.ㅎㅎ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러 책들과 독자들이 감동 받은 문구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어요.^^

목욕탕에서 옛날에 언니에게서 해외여행 기념으로 받은, 좀처럼 닳지 않았던 불가리 동물 모양 비누가, 이제는 동물 모양이 아니라 그저 딱딱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또 엉엉 울었다. 시간이 가버린다.

'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

이 문구가 인상 깊었다는 독자에게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무언가를 잃었을 때 잃은 것을 인식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는 잊었다해도 거기 그대로 있는 것도 있어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와 사귈 때 갔던 찻집이 그대로 있다는 걸 문득 깨닫거나, 죽은 애완동물의 털이 어느날 오래된 쿠션에서 발견된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개인적으로 이런 것이 인간에게 가장 리얼하게 다가오는 쇼크라고 생각해요. 마치 누군가가 내면에 잠들어있다 깨어나는 기분이 들죠.”

그러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한 문구를 통해 자기 아버지를 떠나보낸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는 일본의 전쟁 책임론부터 학생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회문제에 앞장서서 발언하여 일본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시인이자 문예비평가인 요시모토 다카아키로 우리나라에도 부고 기사가 났었죠.

전후 일본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시인이자 문예비평가 요시모토 다카아키가 16일 타계했다. 그는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린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부친이기도 하다. (후략)

日 진보사상가 요시모토 타계 (조선일보)


“저는 작품 속에서 많이 다루기는 했지만 정말 친한 사람이나 동물이 진짜로 죽는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경험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제가 작품을 통해 써 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의외로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무거운 기분만 들지는 않았거든요. 뭔가 커다란 것에 얻어맞은 듯한 좌절감이랄까 상실감은 있었지만, 작은 일에도 웃게 되거나 평소보다 풀들이 더 예뻐보이고 차가 더 맛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삶의 기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죠. 나는 왜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맛있다고 느낄까, 예쁘다고 느낄까, 웃기다고 느낄까, 그런 죄악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분들께서 제 글을 읽고 아, 다들 그렇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고 느껴주시면 기쁘겠어요.”






또다른 작품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통해 자신이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고향이라는 생각을 말씀해주신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지개’의 한 구절을 통해 자신의 결심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담담하게 일하고, 들뜨지 말고, 복잡하고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도 말고, 자기 발이 딛고 있는 땅을 찬찬히 내려다 보면서 걸어갈 것, 그리고 하루하루의 생활과 자연의 힘에서 얻은 행복과 즐거운 기억을 잊지 말것.

'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는 80년대 버블 붕괴 직전을 경험한 작가라 그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결심을 들려주었어요.

“일본은 80년대 경기가 아주 좋아서 모두 부자였어요. 모두 한류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같은? 지금은 그런 부자가 없지만요.(웃음) 그 시절을 돌아보면 살지도 않는 고급 맨션을 사고, 개인 헬기를 사는 등 지금의 상식으로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돈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았죠.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요. 그때도 저는 돈이 많지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로부터 자기들처럼 살라고 권유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봤는데 그렇게 살면 제 글이 글답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생활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죠. 지금은 하고 싶다고 해도 못 하지만요(웃음).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자기 손을 쓰지 않으면 머리도 멈춰 버려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거죠. 결심은 자기 생각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남의 험담만 일삼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참 배울 점이 많은 말씀이셨어요. 자기 결심을 생활에서 행동으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 멋지네요.^^

이 세상에서 이렇게 심경이 참담한 사람은 나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누군가가, 그리고 모두가 지나가는 길이라고.

'왕국 3 : 비밀의 화원', 요시모토 바나나

마지막 문구는 ‘왕국 3 : 비밀의 화원’였습니다. 이 책을 선택하신 독자분은 이 책의 주인공이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며 작가의 힐링 북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떻게 답했을까요?^^

“고민상담 요청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정말 종류별로 다양한 고민이 많더군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아니 저런 고민을 짊어지고 어떻게 저렇게 힘차게 살아가고 있지? 싶은 것부터 아니 왜 저런 별 것 아닌 고민으로 저렇게 낙담할까 싶은 것까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평범하게 가지고 있는 것에는 눈이 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대단한 장점일지라도요. 그래서 저는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 좋은 점은 보지 않고 나쁜 점만 이야기하려 할까 싶습니다. 어려운 때 일수록 자기가 미처 보지 못하는 좋은 점이 자신에게 평범하게 내재되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힐링북... 저는 일단 슬플 때 더 슬픈 책을 읽어요. 그러면 그보단 그래도 내가 낫지 않나란 생각에 구원받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있거나 슬플 때마다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책을 읽습니다. 인류학자인 미국인이 멕시코 원주민의 제자로 들어가서 여러 가르침을 받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굉장히 힘든 경험을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일본에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하기도 한 마르셀 서룩스의 ‘극북(Far North)’도 읽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MakePeace, 즉 평화를 만든다 인데 이름과는 달리 정말 끔찍하게 힘든 경험을 많이 해요. 번역하신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님도 제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솔직히 그 주인공보단 낫잖아?’라는 메일을 주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힘들 땐 더 힘든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독특하면서도 어쩌면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실 방법이네요. 가을 장마 속 자기만의 힐링캠프로 자기 고민과 관련된 책들을 쌓아놓고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독자들과의 힐링캠프를 마치고서 사인회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일일이 사인과 함께 하트 모양도 그래주시는 게 유쾌한 그녀답네요. 게다가 한국 독자들의 이름은 한글로 적어주셨답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겐 힐링캠프와 더불어 더욱 특별한 사인회가 아니었나 싶네요. 마지막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유쾌한 한국어 인사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 할게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