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6. 09:5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아침 여섯 시. 현관에 걸린 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내 오는 건 내 역할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1면부터 읽겠지만 난 뒤쪽 스포츠나 방송, 문화면을 먼저 읽는다. 신문을 읽기 시작한 2년 전에도 그랬다.
그래서 엄마가 내신 아이디어가 ‘신문 일기’였다. 꿈이 기자인 아들 녀석이 매일 스포츠면만 읽는 것을 고민하던 엄마가 좀 더 신문을 잘 활용하려고 생각해 낸 것이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정치나 사회, 경제면의 기사를 한두 개 스크랩한 후 그 기사를 이용하여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장의 왼쪽에는 스크랩한 기사를 붙이고 오른쪽에는 다양한 내용으로 채웠다. 정치나 경제와 관련된 어려운 단어 조사가 일기의 내용이 되기도 했다. 주말에는 문화면에 소개된 영화를 보고 소감문을 쓰기도 했다. 칼럼이나 논설을 요약하기도 했고 같은 주제로 내 주장을 써 보기도 했다. 가끔은 야구 뉴스를 통해 승률을 계산하는 수학 문제를 만들거나 나와 관련이 깊은 ― 예를 들면 왼손잡이의 날 ― 기사를 읽고 내 이야기를 기사나 수필처럼 써 보기도 했다.
신문 일기를 쓰니 좋은 점은 매일 거의 똑같은 일상이지만 일기의 글감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긴 방학 동안 일기의 글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던 정치·경제 기사들을 읽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하는지, 기자들은 어떻게 기삿거리를 찾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단어나 시사용어들을 조사하니 모르던 단어를 공부하는 효과도 있었다.
신문을 비교적 꼼꼼히 읽은 효과는 중학교 입학 후 방송반 작가 필기시험 때 나타났다. 여러 기구 영어 약자의 원래 단어를 쓴 학생은 나밖에 없었다며 선배들이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매일 일기를 쓰지는 못하지만 신문을 읽는 것은 내 일과의 시작이다. 여전히 스포츠면부터 펼치지만 이제는 1, 2면도 꼼꼼히 읽는다. 나에게 신문 읽기의 유익한 점은 첫째, 신문을 통해 세계와 국내의 소식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온 세계가 몇 장의 종이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둘째, 티브이로 본다면 그냥 보고 지나칠 것들을 글자로 읽으면서 다시 새겨 보게 되고, 나에게 중요한 정보는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신문은 또 하나의 공부가 된다. 신문을 읽으면서 글을 읽는 능력, 중심 내용을 찾는 능력 등이 많이 향상되었다. 사건에 대하여 비판도 하고, 사설을 읽으며 글쓴이의 주장을 파악하고,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도 발전하였다. 내 경험에 따르면 신문 읽기는 국어 능력을 자기도 모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요즈음은 어린이 신문도 종류가 늘어나 초등학생들도 신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도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한 신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기자에 대한 꿈도 키우고, 읽는 재미도 알아 갔다. 1주일에 한 번 교실로 배달되는 얇은 신문이었지만, 나에게는 참 많은 도움이 됐다. 다양한 어린이 신문이 더욱더 많이 나와 어린이들에게 티브이나 게임보다 더 많은 지식과 재미를 전해 주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중등부 동상 김현우 님의 '신문 기사가 일기의 주제가 됐어요'를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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