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달라진 팬 활동 살펴보니

2012. 12. 11. 10:3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드디어 오바마 앞에서 말춤을 춘 강제 월드스타 싸이를 비롯해 소녀시대, 카라 등 K팝 스타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팬들입니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대사처럼 제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불을 비춰줄 팬이 없다면 그렇게 빛날 수가 없겠죠. 그렇다면 이런 팬 활동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오빠부대의 시작, 나훈아VS남진 그리고 조용필


한국판 팬덤의 시작인 오빠부대는 일반적으로 나훈아와 남진의 대결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라도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세련된 도시형 가수였던 남진과 가난한 부산 사나이로 푸근했던 나훈아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이야기감이었죠. 특히 남진은 오늘날처럼 매니저를 통한 적극적인 팬클럽 모집으로 당시 기록적인 2만 명의 팬클럽 회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팬클럽은 꽃다발부대, 박수 부대, 피켓 부대 등으로 남진의 공연마다 그를 지지했지요.



[출처-서울신문]




1960년대말부터 70년대를 거치면서 박정희와 김대중이 정치적 라이벌이었다면 가요계에는 남진과 나훈아가 있었다. SES와 핑클, HOT와 젝스키스를 라이벌로 기억하는 세대를 제외한다면 이땅에서 이들의 라이벌 관계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후략)


<‘오빠부대-라이벌 원조’ 남진과 나훈아> 스포츠경향. 2012. 4. 2



남진과 나훈아로 시작된 팬 문화는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에 와서 폭발하듯 꽃을 피웁니다. 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조용필의 팬클럽은 한결같이 그의 공연을 찾아다닌다고 하죠. 30년 동안 그 어떤 스타보다도 많은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용필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팬들의 성원이 한결 같았던 덕분이기도 할 겁니다.




[출처-서울신문]




팬클럽의 진화,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와 젝스키스 


남진과 나훈아가 팬 문화의 시작을 알리고 조용필이 꽃을 피웠다면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르러서는 팬들이 연대하고 조직화 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은 당시 한창 인기였던 PC통신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이벤트들을 자발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죠. 이후로 본격적인 아이돌 시대를 알린 H.O.T와 젝스키스 등은 공식 팬클럽이라는 말과 함께 다양한 서포트 활동에 들어갑니다.


아마 아이돌의 컬러 지정, 통일된 응원 도구 등 조직적인 응원과 함께 이때부터 더 폭넓은 팬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단순히 우리 오빠만 지키면 돼에서 한 단계 발전해 팬클럽 스스로가 단속을 하고 봉사를 하는 팬덤활동으로요. 콘서트나 관련 행사가 있으면 팬클럽이 자발적으로 그 주변을 청소하고 가는 것은 기본이고 요즘은 봉사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요즘 팬 문화의 대세는 쌀 화환!


그중에서도 요즘 두드러지는 팬덤 활동이 바로 쌀 화환인데요. 대표적으로 얼마 전에 소녀시대 멤버인 윤아, 티파니, 써니, 수영은 9만 명이 한끼를 먹을 수 있는 쌀 화환 11톤을 기부해 화제가 되었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 홍보도 돕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팬활동입니다. 이제는 쌀 화환이 연예인뿐 아니라 피겨 여왕인 김연아의 팬들까지 폭넓게 이루어지는 팬활동입니다.




[출처-서울신문]




김연아 공식 팬카페 ‘DAUM 연아카페’에서 소년소녀가장 돕기 쌀 화환 이벤트를 진행했다. (중략) 아이스쇼 공연장에 전시된 쌀화환은 이번 주 중으로 구리시 거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며, 이러한 형태의 기부 이벤트는 일회적이 아닌 지속적인 이벤트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후략)


<김연아 공식팬카페 1.2톤 쌀화환 기부 ‘김연아 낙원에 팬들은 기부’> 

서울신문. 2012. 9. 4 




이처럼 이제 팬 활동은 단순히 스타를 좋아하고 그 작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스타의 활동을 돕고 관리하는 경지까지 다다랐습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중국팬들이 그의 생일을 기념해 중국 오지 초등학교에 윤호 도서실이라는 도서실을 만들어 주었을 정도라고 하네요. 이런 팬클럽 차원의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요즘 팬 문화의 대세라고 하네요.



(전략) 1980년대 초 가수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시작으로 형성된 국내의 팬덤 문화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가수가 음반을 내면 언론사에 보도자료와 떡, 음반 등을 돌리고 배우가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 현장 스태프를 격려하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각종 기부 및 봉사활동을 통해 스타의 이미지 관리에 적극적이다. (후략)


<“오빠”만을 외치던 극성 소녀들, 이젠 ‘오빠’를 관리한다> 헤럴드경제. 2012. 6. 1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 아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소속사의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늘어난 삼촌 팬, 이모 팬들의 팬 문화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은 소액 주주로서 자신의 스타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만약 자신의 스타가 피해를 볼 상황이 오면 주주로서 스타를 보호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008년 슈퍼주니어와 2009년 동방신기의 팬들과 충돌을 빚은 SM의 주식은 당시 31.25%나 하락했었다고 하죠.



'팬질'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오빠부대'로만 불리던 SM 팬클럽에 삼촌팬, 이모팬들이 추가되며 이제는 소속사의 주식을 사는 것으로 스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후략)


<SM팬들의 특별한 '팬心'> 아시아경제. 2009. 11. 13




이렇다 보니 요즘 들어 지나친 팬 활동이나 일명 사생팬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죠. 물론 이런 문제들은 고쳐져야겠지만 이게 딱히 오늘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요즘 들어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팬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이미 오빠부대가 생길 당시부터 팬들 간의 신경전과 싸움은 늘 있어 왔거든요.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고 항상 지나치다고 하지만요 1969년 클리프 리처드가 내한 공연을 가졌던 이화여대 강당에서 흥분한 나머지 속옷을 무대로 집어던졌던 것도 그 시절 팬이니까요. 그분은 이제 환갑이 되셨겠네요.


팬클럽 활동에서부터 주식투자에 봉사활동, 쌀 화환까지 팬 문화의 변화는 끝이 없네요. 앞으로 또 어떤 팬 문화와 팬덤 활동이 나올지 기대되면서 궁금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