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이 제안한 ‘사랑의 기술’

2012. 12. 17. 09:2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꿈꿉니다. 사랑스러운 상대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고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는 로맨스를 말이죠. 덕분에 서점가에서는 각종 로맨스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연애지침서와 같은 자기계발서 역시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관심은 비단 현대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나 봅니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완전한 것, 이상적인 것(이데아)에로 상승하려는 인간 영혼의 기본적 욕구’를 사랑이라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죠. 이와 같은 사례처럼, 사랑이란 무엇인지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하고자 했던 지식인들의 작업은 저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비밀


  이제 시점을 현대로 옮겨볼까 합니다. 독일 출신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서 ‘사랑의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젊은이들에게 많이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사랑의 기술’, 참 매력적인 제목입니다. 연애와 사랑을 잘 하고 싶은 건 현대인들의 대표적 욕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것만 같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 <출처:Yes24>




‘사랑의 기술’은 이론이 난무한 딱딱한 예술서도, 연애의 기술을 제시한 가벼운 조언서도 아닙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을 새롭게 재해석한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사랑이라는 문제를 사회학적·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사랑을 달성하기 위해 현대인이 갖추어야할 자세는 어떠한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꺼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대부분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에게는 사랑의 문제가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라는 것이죠. 하지만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결코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가 정의한 능동적인 사랑은 사랑을 준다는 행위 자체에서 나의 힘과 나의 능력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나를 박탈하거나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즉 생명을 주는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이며,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과 타인 너머의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동물이나 꽃에 대한 사랑의 경우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을 본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꽃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즉,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들의 적극적 관심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과 존경의 관계


또한 에리히 프롬은 진정한 사랑에는 존경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정의한 존경이란,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한 존경은 사랑하는 대상이 그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내가 만약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는 상대와 일체감을 느끼지만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상대가 나의 취향에 맞게 변화하기를 바라곤 합니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져나가는 것이기에 적당한 긴장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는 연인관계에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아온 두 개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치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관계를 잘 다져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 연인사이에도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사랑의 기술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저서가 젊은이들에게 아직도 널리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우리에게는 아직도 ‘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절실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현대사회로 들어와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리히 프롬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일종의 나침반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성공, 돈,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랑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자세를 갖춰야한다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속 명언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내가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까지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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