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별 신춘문예 당선작들 살펴보니

2013. 1. 18. 10:1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수십 년만의 혹독한 한파로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지만 문학계에는 이미 새 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신춘문예 발표의 시기가 온 것이죠. 신춘문예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주로 신문사에서 주최를 합니다. 연말에 문학 작품을 공모하여 새해의 시작과 함께 당선 작품들을 지면에 발표하죠. 당선자에게는 명예와 함께 상금이 주어집니다. 1925년 동아일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신춘문예는 명실상부한 한국문학의 산실이자 보고입니다. 이어 1928년 조선일보, 1954년 한국일보에서도 신춘문예 제도를 창설하였고, 나중에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에서도 실시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잡지사나 지방신문, 나아가 인터넷 포털 등 글을 연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채널이 있지만, 문단의 등용문으로 가장 전통과 권위가 있는 제도는 아직도 중앙일간지의 신춘문예입니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소설 ·시 ·희곡 ·동화 등을 신춘문예에 투고하여 등단하고 활동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2013년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작과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볼까요?



▲시와 시조 부문 예본심 심시위원들이 응모작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조 시인  이근배, 한분순, 소설가 백가흠, 문학평론가 정홍수, 소설가 하성란씨[출처-서울신문]





서울신문의 2013 신춘문예


16일 동화작가 채인선, 시인 손택수, 소설가 성석제, 소설가 방민호, 평론가 김종회, 시조시인 이근배, 시조시인 한분순, 시인 정끝별과 서울신문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정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시부문에는 ‘이끼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김준현 씨가 당선됐고, 소설에는 ‘젤리피시’의 조수경씨가 당선됐습니다. 이밖에 희곡 부문에는 ‘기막힌 동거’의 임은정. 시조는 ‘번지점프’를 쓴 송필국. 그리고 동화는 ‘하트’를 쓴 김보름. 평론은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의 유인혁 씨가 수상했죠.  



[출처-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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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과 가장 가까울 소설 부문은 현재 SBS 라디오 작가로 일하는 중인 조수경씨가 수상했습니다. 유명한 소설가 성석제씨와 방민호 평론가가 심사위원이었는데요.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바라본 이완의 ‘아빠의 네트워크’와 성인용품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여성의 시점을 취한 ‘젤리피쉬’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고 합니다. 둘 다 수작임에 틀림없지만 심사위원들은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추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 젤리피쉬를 최종적으로 선정했다고 하네요.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현 세태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문제작을 선정했습니다.



 


동아일보의 2013 신춘문예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신춘문예 제도를 시행한 동아일보도 같은 16일 당선자와 당선작에 대한 시상을 거행했습니다. 전통 깊은 신춘문예답게 시상식에는 소설가 이문열, 강영숙, 한강, 윤성희, 편혜영, 박성원, 시인 장석주, 장석남, 시조시인 한분순, 문학평론가 권성우, 손정수 그리고 동아일보문학회 회원들이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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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소설부문에 단편소설인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와 중편소설 ‘이교도’를 당선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소설가 구효서, 성석제, 오정희씨, 평론가 조남현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하네요. 단편소설 부문은 인생의 각 시절에 갖게 되는 묘한 정감을 주는 우울감이 화두였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흘러오며 살아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최종 낙점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의 묘한 우울감과 남루한 초상이 단연 돋보였다고 하네요. 중편소설 부문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확연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내세울 점도 확실했다고 하는데요. ‘이교도’는 특히 서사와 인물에 대한 천착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남달랐다고 해요. 다만 세태를 꼬집는 방식이 평범했던 숙제로 남았다고 합니다.





2013 경향신문 신춘문예


경향신문의 신춘문예 시상식은 서울신문과 동아일보에 하루 앞선 15일 열렸습니다. 당선작은 심사위원인 시인 김민정, 김요일씨, 소설가 손홍규, 구경미, 박형서씨가 선정하셨습니다. 경향신문의 신춘문예에서는 20대가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특히 예민한 감성의 시가 특히 더했다고 하는데요. 20대 젊은이들이 흔히 겪는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이 시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이런 척박한 현실 때문인지 20대의 시가 오히려 3~40대의 시보다 늙어 보이는 조로현상도 보였을 정도라고 하네요. 소설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해서 힘든 시기임을 반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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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통과한 22편의 소설을 최종 심사한 것은 최윤, 박상우 작가입니다. 최종적으로 ‘무너진 식탁’과 ‘자정의 질주’를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당선된 것은 조영한 씨의 ‘무너진 식탁’입니다. 우리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나 그것을 펼쳐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두 작품에 큰 차별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서사와 캐릭터의 일관성이 당락을 결정지었다고 해요. ‘무너진 식탁’은 폭력성에 노출된 현대인의 왜소하고 나약한 초상을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보여준 작품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의 시상식도 연이어 열릴 예정


이미 시상식까지 마친 세 신문사에 이어 23일 세계일보, 28일 조선일보, 29일 한국일보의 2013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미 당선작은 모두 발표가 되었지요.


2013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발표

2013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발표

▷2013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발표






1925년 동아일보 제1회 신춘문예 소설 입선 작품은 최자영(崔紫英)의 ‘옵바의 이혼사건’이었습니다. 근 100년에 이르는 신춘문예가 발전시켜온 한국문학. 그 최선단에 선 2013년 신춘문예 수상작들을 읽으며 교양을 쌓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추운 겨울도 더 빨리 누그러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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