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7. 10:4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독립 영화, 인디 음악에서 독립은 보통 이윤 추구를 1차 목표로 하는 상업과 달리 거대 자본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예산을 확보해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 되는 문화를 가리키곤 합니다. 개성이 강하고 실험적인 면모가 강하죠. 그렇다고 대중을 도외시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코드만 맞는다면 일반적인 상업 문화보다 소통하기도 더 좋고 재미도 있죠. 워낭소리로 폭발한 독립영화라는 단어는 이제 제법 친근합니다. 크라잉넛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홍대 인디음악은 이제 낯설지 않은 음악이죠. 그렇다면 독립 잡지는 어떨까요? 독립영화나 인디 음악만큼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등장한 독립잡지는 요 몇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다독다독에서 독립 잡지에 대해 함께 살펴봐요.
[출처 – blinkreflex.com]
자급자족, 자기가 만들어서 읽는다! 직접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보통 잡지를 보다 보면 의아한 때도 있으실 겁니다. 잡지를 넘기다 보면 광고가 절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기사가 주일지 광고가 주일지 궁금해집니다. 이는 물론 잡지의 이윤 추구를 위한 부분이죠. 하지만 가끔 독자로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읽고 싶은 기사가 광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독자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멀쩡한 잡지사를 다니고 있던 김아람. 그녀는 왜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와 고난의 가시밭길로 들어선 걸까. 그녀는 참지 못해서 `BLINK`를 만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행인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가 그녀에게 `BLINK`를 만들게 한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막상 뛰쳐나왔는데 그만둘 수가 없었단다. 너무 재미있어서.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싶었던 그녀는 대중을 기만하는 지루하고 편협한 국내 사진 전시 현실에 염증을 느껴 A4사이즈의 갤러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BLINK`다.(후략)
너무 이윤만 추구해 주객인 전도 된 것 같은 잡지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김아람씨. 이처럼 독립 잡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자기가 보고 싶은 잡지 혹은 자기와 코드가 같은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잡지를 모토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욕구가 높은 세대, 독립 잡지의 주축은 아무래도 2~30대 젊은이들입니다.
[출처-서울신문]
젊은이들의 강렬한 욕구나 개성만큼 테마와 독자층 또한 다양한데요. 초기에는 아트북부터, 에세이, 사진집, 잡지 등의 형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존 미디어가 감히 독자층으로 삼기를 주저했던 층을 위한 잡지도 많이 존재합니다. 제목부터 비범한 월간 잉여나 록‘셔리가 그렇죠. 청년 백수와 백조를 독자로 하는 독립 잡지라고 해요. 사회의 잉여로 취급받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취미 생활 추천부터 유머러스한 고민 상담 에세이까지 풍부한 콘텐츠를 담은 독립 잡지들입니다.
아날로그 감성과 소장의 매력이 듬뿍, 독립잡지도 종이 잡지 열풍
주목할 점은 디지털 세대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임에도 종이 잡지가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SNS로 공유하게 되는 웹진과 이북을 더 좋아할 법하지만, 독립 잡지를 읽는 사람이나 내는 사람이나 종이 잡지를 선호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데요. 아트북 형식의 독립 잡지 에어 에디션스를 내는 류은지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온라인 웹진을 만들었던 그는 '손으로 만지고 소유할 수 있는 출판물'을 만들고 싶어 인쇄매체로 되돌아왔단다. 류 씨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심지어 전자책(e-book)도 등장했지만 디지털이 충족해 줄 수 없는 감성의 영역이 분명히 있다"며 "잡지는 나의 생각이 현실화돼 두 손에 놓이는 매력을 가진 매체"라고 말했다.(후략)
모든 것이 가상화되고 소유 개념이 희미해져 가는 오늘날, 옛것처럼 보이는 종이 잡지가 오히려 특별한 감성을 가져다주고 애정이 담긴 소장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내 생각이 현실화되어 내 두 손에 놓인다는 짜릿함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종이 책을 쉽게 저버릴 수 없는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매체 형식에서도 어떤 한 대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지속 가능한 독립잡지가 되려면?
여느 독립 문화들이 그렇듯, 독립 잡지에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의 꿈과 환상이 담겨 있지만 독립 잡지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못합니다. KT&G 상상마당의 지원으로 인디문화 소식을 전하는 잡지 브뤼트의 편집장 김봉석씨는 큰 출판사에서 펴내는 잡지도 어려운 마당에 독립잡지로 잘하면 대박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해서 번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고된 일이라고요. 실제 브뤼트의 경우 2011년 7월부터 휴간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예를 든 독립잡지 블링크의 경우도 당차게 박차고 나온 김아람씨가 발행인이자 에디터이고 디자이너이자 홍보 및 영업, 경리 사원입니다. 이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하고 있지요. 독립잡지는 온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책임과 재정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월간 잉여의 예에서 보이듯 독특한 독자층을 위한 독립잡지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독립잡지에서 보이는 20대의 화두는 단연 가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독립잡지는 한때 젊음의 치기에 지나지 않는 활동들일까요?
[출처-고래가 그랬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 생겨났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잡지가 수두룩하지만 지속 가능한 독립 잡지들이 분명 있습니다. 2003년 창간하여 10여 년 간 100호를 넘게 낸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월간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가 100호를 맞았다. 어린이 교양지라니. 정보도 학습도 아닌 교양만 주는 어린이 잡지가 광고도 싣지 않고 창간 8년을 달려왔다. 게다가 2011년부터는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7천부를 넘어섰다. (후략)
철저히 어린이들을 위한 내용과 그림을 싣고 어린이들이 말할 수 있도록 교양을 제공한 독립잡지 고래가 그랬어. 아마 어린이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신 이름일 겁니다. 발행인인 김규항씨에 의하면 창간호가 나왔을 때 어른들은 현란하고 어수선하다고 싫어했지만 어린이들은 재밌고 친근해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독자층인 어린이들을 위해 고민을 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어 이제는 후원 회원 3천 명을 넘어서게 되었죠.
독자들을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준다, 이것처럼 독립잡지 아니 잡지의 기본 정신에 딱 들어맞는 것이 있을까요? 고래가 그랬어의 작은 성공은 이것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창간호를 산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어린이들에게 고래가 그랬어를 후원하는 회원이 되는 선순환도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독립 잡지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네요.
요즘 마음에 드는 잡지가 없으세요? 그렇다면 수많은 독립 잡지 중에 코드가 맞는 잡지를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만약 그러고도 맘에 드는 잡지가 없다면... 한 번 직접 잡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면서 산다. 그것이 독립 잡지의 기본 정신 아니겠어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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