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1. 10:0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서평 블로그를 만든지 올해로 6년 더불어 서평 파워블로거가 된지 이제 3년째입니다. 제 독서의 역사를 되돌아보니 최근 연속 3년간 서평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건 살면서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된 이전과 이후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죠. 직장생활을 하며 취미로 책읽기와 서평쓰기를 해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열차 출퇴근을 했던 저는 6년간 규칙적으로 아침, 저녁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망 때문에 블로그에 서평 한 편씩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게 모여 200여 편에 가까운 독서일기를 발표하게 됐죠.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던 서평 쓰는 일이 나중엔 습관이 되고, 결국 파워블로거라는 '감투'까지 쓰게 된 경우죠.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제 독서와 글쓰기가 아마추어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서가로서 아마추어리즘은 `영원한 결핍감'을 느끼는 상태죠. 그건 좋은 책과 다양한 지식, 뛰어난 글쓰기에 대한 선망과 갈망을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가 아닌 '아마'로서의 독서를 사랑하고,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사람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건, 신념이거나 습관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고백하자면, 독서와 글쓰기는 제게 습관이자 신념 같은 것입니다. 그만큼 소중한 일상이죠. 그런 가운데, 자연스레 책을 보는 눈도 생기더군요.
제 블로그의 주요 카테고리중 하나인 `이달의 책' 코너에선 매달 5권에서 10권 남짓한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몇 년 동안 진화를 계속해 왔죠. 처음엔 구입서적을 단순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다음엔 구입서적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책 한 권을 소개하는 것에서 요즘엔 제목을 아예, `이달의 책'으로 바꿨습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나머지 구입 서적을 간략히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매달 특정일 블로그 조회수가 수천 건으로 올라가는 날이 있는데, 바로 이달의 책 포스팅을 올리는 날이더군요. 오늘 이 기고문을 통해, 제가 이달의 책을 선정하는 기준 혹은 사연을 좀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선언하자면 저는 이달의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없는 게 바로 기준입니다. 특정 출판사나 작가 등으로부터 책을 받아 소개하지 않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소개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공간에 소개하는 책은 그러니 사심이 없는 책이랍니다. 유일한 사심이라면, 제 눈에 우연히 띄고 한눈에 반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연애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설명할 수 없지만, 설명되는 일, 그러니 바로 기준이 없는 게 기준이 되는 이상한 역설이 책을 고르는 일차적 원리가 되는 거죠.
▲거실 서재 모습
하지만, 생각해보면 기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개하지 않아도 잘 팔리고 유명한 책을 굳이 소개할 필요를 못 느껴서이지만, 정확히 전 '베스트셀러 무용론자'이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가 물론 한 시절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베스트셀러는 출판사의 마케팅과 물량 공세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닌 것은 베스트셀러를 가끔 읽고 난 후 느끼는 공통된 심사입니다. 가끔 낚였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 뿐이겠습니까?
다음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서부터 철학, 인문서까지 모든 분야의 책을 소개하려 하죠. 문학이나 실용서 등 한 분야만 파는 독서를 저는 지향하지 않습니다. 골고루 지식을 섭취할 때, 우리의 인식능력과 교양은 최적화 되지 않을까요? 이런 열린 마음을 갖고, 제가 읽어야 할 책을 찾아냅니다. 펜과 메모지는 필수죠. 지금은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이용하는데, 이곳저곳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는 즉시 제목과 저자를 입력해 놓습니다. 좋은 책은 우연히 독자를 찾아옵니다. 토요일자 각 신문의 신간서평 코너는 꼭 참고합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발견하는 책도 많죠. 우연히 서점에 들러서나 온라인 서점을 서핑 할 때나, 광고지에 난 책도 가리지 않습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입니다. 독서가에게 책의 선택이야말로 훌륭한 요리 재료를 찾아내는 일과 같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책을 고르는데 어려움을 느낄까요? 책을 고르는 기준과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자들은 자기계발서 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죠. 특정 자계서 저자들은 형편없는 글을 쓰고, 책을 내지만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책을 사주고 그를 베스트셀러 저자로 만들어주죠. 마치 교주와 신도처럼 같은 장단에 춤을 추며 자기들끼리 환호하고, 추종합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독자와 저자의 관계가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책은 비평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그게 서평의 본질입니다. 독자와 저자가 밀약을 맺을 때, 건강한 독서는 물건너갑니다.
이젠 콧대 높은 독자가 됩시다. 17세기 윤휴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당대의 주류 학문인 주자 성리학에 반발하며 명언을 남기죠. "세상의 이치를 주자만 알고 어찌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가?" 이젠 엉터리 자계서 저자들의 횡포는 잊고 주체적인 독자로 서야 합니다. 가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웃 블로거의 편지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지금 마음이 심히 당기는 책을 고르라’고 답해 줍니다. 사람의 관심사는 시시때때로 바뀝니다. 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초보 독자라면 일단 이유 없이 끌리는 책에 시선을 둡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분야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인내하며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가 되어서도, 언제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책을 고르는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서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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