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저작권 포기 운동, 대학가 봄바람 될까?

2013. 3. 5. 10:2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려운 입시와 허리가 휘는 등록금을 내고 드디어 대학에 입학! 이제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기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난관이 하나 더 남아 있었네요. 바로 교재 값입니다. 시간표 맞춰 전부 다 사자니 교재 값만 학기에 2~30만 원이 넘어가게 생겼어요. 결국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교재를 사서 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게 되었습니다. 최근 대학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이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학가의 저작권 분쟁 실태와 대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출처-서울신문]

 

 

대학가 저작권 비상 사태!

 

올 2월 저작권 강화로 대학가에서 공공연하게 묵인 되어 온 교재 복사, 동영상 상영 등 강의를 위한 행동들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 문제 때문입니다.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지난해 말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북대, 명지전문대, 서울디지털대 등 6개 대학을 상대로 저작물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분쟁에 휘말렸다. 또 대학들이 홈페이지에 서체를 무단 사용한 것도 저작권 분쟁을 겪고 있다. 최근 윤디자인연구소, 산돌커뮤니케이션 등 서체 업체들이 대학 홈페이지와 대학통합 이미지(UI), 인쇄물에 사용하는 자사 서체의 사용료를 요구했다.

 

                                    저작권 분쟁, 일상 생활까지 위협해 대 ‘혼란’예고 (파이낸셜 뉴스, 2013-02-13)


 

저작권은 자신의 저작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하거나 이를 남에게 허락할 수 있는 인격적, 재산적 권리를 말합니다. 문학, 영화, 음악 등의 예술 작품부터 교재나 글씨체 등에 이르기까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요. 헷갈리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저작권은 특허와 달리 등록하지 않아도 저작을 한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발생되어 보호를 받는 권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여태까지 강의 교재를 사지 않고 복사하는 행위는 저작권에 저촉되는 행위인 게 사실입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은 소송에 뛰어 들거나 라이센스를 구매해 애초에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과 관련하여 복사전송권협회에서 요구한 보상금이 너무 과하고, 애초에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대학 측에서도 취소 소송을 낸 상황입니다.


요약하자면 암묵적으로 용인 되어 온 관행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재로서는 저작권에 저촉되는 것이죠.

 


 [출처-서울신문]

 

 

원인은 지나치게 비싼 교재값과 모호한 저작권 침해 기준

 

사실 학생들이 강의 교재를 복사하거나 제본해서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재값이 학생들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전공과 교양 등 7개 과목을 수강 신청해 필수 교재만 구입했는데도 비용이 20만 원을 훌쩍 넘었다"며 "교수님들이 권장한 참고서적까지 구매한다면 책값 부담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매 학기 30만 원 이상 되는 책값 마련을 위해 항상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 19학점 수강 책값만 30만 원 넘어… 등록금 못지않은 '폭탄' (부산일보, 2013-02-27)

 


물론 기본적으로 저작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또한 대학 교재들 역시 다년간의 비용과 시간 그리고 공을 들인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므로 걸맞은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 교재에도 거품이 너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필요치도 않은 하드커버나 코팅표지를 써서 가격을 올리거나, 목차나 연습 문제 일부 정도만 바꿔놓고 개정판 혹은 뉴 에디션이라며 매년 가격을 올려 받으니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불황 속에 학생들은 알면서도 십시일반 교재를 한 권 사 복사해 나눠가질 수 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이런 추세는 고스란히 대학가 서점의 피해로 돌아갑니다. 책값이 비싸다고 마진이 높은 것도 아닌데 그마저도 팔리지 않고 복사해 나눠가지니 서점들은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저작권에서 촉발된 피해가 돌고 돌아 상대적 약자인 학생과 서점에게 떠넘겨 지는 거죠.

 

 

이에 더해 애매모호한 저작권 침해 기준과 대학 당국의 저작권에 대한 무지도 상황을 복잡하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저작물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업으로 인정되는 강의의 범위를 대부분 잘 모르죠. 또한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대학 당국은 사용한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차후에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교수뿐 아니라 대학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를뿐더러 어떤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교재 거품 빼고 저작권 포기 운동 등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야

 

지난해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34년간 미국 대학 교재의 가격 상승률이 812%에 이른다며 교재비 거품을 지적했다. 실제 현재 미국 대학생들이 정가로 교재를 살 경우 1권에 200~300달러(21만~33만 원)의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

'교재 거품' 어떻게 뺄까 "대학 차원서 중고서적 거래 활성화 해야" (부산일보, 2013-02-26)

 


비싼 교재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대학생들에게도 큰 부담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학들은 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학교 차원에서 중고 서적 거래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책상태와 발행년도에 따라 정가의 10~50% 수준에 판매하고 있죠. 교수들은 허울뿐인 개정판 대신 꼭 필요한 커리큘럼으로 교재 변화를 최소화하면 더 좋겠죠.

 

 

 [출처-서울신문]



동시에 대학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를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지역 대학들의 도서구입 예산도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보니 주요 교재 대출 경쟁이 치열하죠. 이렇다 보니  뻔뻔한 몇몇 학생들은 학기 내내 교재를 반납하지 않고 독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반납으로 인한 벌금이 교재값보다 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 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른 한 방법은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입니다. 최근 부산대 경영학과의 조영복 교수는 자신이 저술한 교재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교과서 공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학생들이 비싼 교재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자기 책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교과서 앱을 다운 받으면 PDF로 된 교재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저작권 기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금 기준에 따르면 대학은 어문자료 A4 1쪽당 7.7원, 음악 1곡당 42원 등의 보상금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생 1인당 연간 1천879원∼3천132원 수준이니 별로 많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금액만 2억 5천만 원이 넘어갑니다. 앞으로 저작권의 범위는 더 넓어질 테니 당분간 대학과 학생, 저작권 협회의 고민과 분쟁을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합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서로의 기득권을 양보하고 조금 융통성의 묘를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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