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말하는 신문 읽어야 하는 이유

2013. 3. 20. 10:1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난 월요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대학신문읽기 강좌특강’이 세명대학교 학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연사는 1987년부터 사회부, 정치부에 몸담으며 우리나라와 국제정치계를 지켜본 KBS 김진수 해설위원이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언론계에 진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방송국에서만 근무했던 김 위원의 강연 제목은 <자기경영과 신문읽기>입니다. 방송국 해설위원에게 ‘신문읽기’라니 의아하시죠? 김 위원도 “신문읽기에 대해 강의해달라고 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사설’과 ‘칼럼’으로 나와 다른 생각도 읽어보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는 행위를 ‘신문 본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 위원 대답은‘그렇다’입니다. 신문사에서 정제, 가공한 콘텐츠를 보는 방법이 종이 대신 웹사이트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죠. 다만 김 위원은 정보 기사들만 읽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에는 ‘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칼럼이나 사설에 담겨 있습니다.

 

 

왜 칼럼이나 사설을 읽어야 할까요? 김 위원이 꼽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다른 이들의 주장을 보면서 자신의 입장을 보완하거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죠? 나와 다른 주장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역으로 자신의 입장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죠.

 

 



 


둘째, 지금 회자 되고 있는 사건들이 어떤 흐름을 타고 화제가 되었나 알 수 있습니다. 가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놀랄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곤 하죠. 사설과 칼럼에서는 이 사건이 과거의 어떤 사건과 맞물려 화제가 되었는지 잘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자신의 생각도 좀 더 깊이 있게 다듬을 수 있겠죠?

 

 

김 위원은 지난 대선 무렵부터 널리 쓰이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경제민주화’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2012년 대선은 2011년에 발생한 세 가지 큰 사건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랍 민주화, 유럽 재정위기, 반 월가시위입니다. 이 세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부터 출발되었습니다. 바로 2008년에 있었던 미국 금융위기입니다. 미국 금융위기는 곧 자본주의,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죠.

 

 

사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18세기 말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으니 200년 남짓 되었네요.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체제로 이어지고, 공산주의와 경쟁이 시작되면서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공산권이 붕괴된 후에는 세계화가 심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의 편중이 심화됐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모순이 2008년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죠. 그 결과 ‘그리스의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새삼 주목받는 국가가 중국입니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에서는 민주주의의 단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거가 없으니 포퓰리즘이 없고, 일당 독재이니 정책연속성이 높으며, 최고위층이 되기 위해서는 하위직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하니 자연스럽게 검증이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국가가 깊숙이 개입한 통제 자본주의다보니 집중 투자한 분야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죠.

 

 

물론 빈부격차, 내부갈등 같은 문제가 없진 않습니다.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경제민주화입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적절히 혼합해 단점을 최소화한 제 3의 길인 셈입니다. 결코 갑작스럽게 나온 용어가 아닌, 짧지 않은 시간동안 혼란과 위기를 겪은 뒤 찾아낸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고요. 그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겠죠?

 

 

 

신문읽기로 ‘씽크 스틸러’가 되자


김 위원은 신문을 ‘경쟁대상이자 없어서는 안 될 도우미’라고 표현했습니다. 언론인이기 때문에 신문을 많이 읽어야 했지만, ‘낙종’을 피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경쟁 상대이기도 하니까요. 더군다나 김 위원이 언론계에 발을 디딘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신문이 가진 힘이 방송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김 위원도 종종 신문기자들에게 봉변을 당하곤 했다는군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신문보다 방송사를 가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많고, 방송 카메라가 없으면 기자회견이 시작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거대 일간지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방송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방송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활자를 통해 길고 복잡한 내용도 압축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볼 수 있는 것이죠.

 




“남의 생각을 자꾸 읽어보면서 나만의 생각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영화용어 중에 ‘씬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주 잠깐 출연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를 일컫는 말이죠. 꾸준한 사설, 칼럼읽기를 통해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생각으로 주목받는 ‘씽크 스틸러(Think Stealer)’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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