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기자가 전하는 ‘잘 쓴’ 기사의 조건

2013. 4. 30. 14:0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사적으로나 업무상으로나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글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죠.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매력적인 글을 쓰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큰 과제인데요. 신문사 논설위원 등 현직 기자 8명이 글쓰기 방법을 전수해 드립니다. 바로 한국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고 이화여대 언론홍보 영상학부가 주최하여 발간한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인데요.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글쓰기 기본 원칙을 소개하는 강연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발간한 것이죠.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에서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려는 방안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지난 시간 살펴봤었습니다. (http://www.dadoc.or.kr/859) 오늘은 신문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 어떤 방식과 마음가짐으로 기사를 써야지 좋은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새로운 시각과 의미를 전달하는 글쓰기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 방법 중 하나가 

핵심 키워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말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종의 기법이지만 

동시에 그 사안을 바라보는 핵심적인 통찰력을 보여줄 수도 있거든요. 


박수련 (중앙일보 기자)



박수련 기자는 ‘새로운 팩트’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팩트’를 발견하는 과정은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도 중요하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 강조합니다. 기사는 단순한 보도자료가 아니므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요점을 찾는 것이 유능한 기자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정통 스트레이트 기사로 쓸 것인지, 혹은 기획기사로 쓸 것인지에 따라 이를 보는 독자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은퇴 베이비부머들인 단카이 세대가 한국 한의원에 몰려온다.’라는 사실을 기사로 쓸 때 대부분의 기자들은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를 정리한 정통 스트레이트 기사를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한국으로 해외 환자들이 몰려오는지,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어떤 사회성을 띄고 있는지에 대한 기획기사로 작성한다면 이 사건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각은 달라지겠지요.




취재력에 바탕을 둔 내용에 충실한 글쓰기


글쓰기는 참 쉽습니다. 취재하기가 어렵지요.

제가 쓰는 글쓰기는 정보의 배열입니다.

잔뜩 취재하고 정보를 모아놓고서는 배열하는 겁니다. 


이준희(한국일보 논설위원)



이준희 논설위원은 수습기자를 교육할 때 절대 글을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취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조합니다. 직접 발로 뛰며 주목할 수 있는 사건을 뽑고, 그 이야기를 얼마만큼 쉽고 재밌게 정리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고 합니다.



신문 기자의 글쓰기란 열심히 취재한 다음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기사를 계속 읽을 수 있게 사건을 잘 배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글을 쓰기 전 이미 한가지의 방향을 정해두고 자료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정보를 모아 잘 배열해서 글을 쓰는 것, 이것이 바로 기자가 갖춰야 할 글쓰기 기본기인 것이죠. 



▲현장성 있는 사건 전달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박대기 기자 [출처-서울신문]




주목할 수 있는 사건을 잘 뽑고 발로 뛰며 자료를 취재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신선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좋은 기사들의 공통점은 100퍼센트의 선악을 가르고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완벽히 옳다거나 비판 일변도로 가는 글은 좋은 기사가 아니지요. 70~80퍼센트 정도의 자신의 논조를 밝혔다면 20~30퍼센트는 여지를 두는 것이 좋은 기사의 조건이지요.




논설위원의 글쓰기


논설위원들은 사설을 통해 오랜 취재 경험과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회사의 의견을 밝히거나 칼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힙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기 위해서는

신문, 그 중에서도 논설위원들이 쓰는 기사를 읽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이승철(경향신문 논설위원) 



오늘날 신문에서 가장 부각이 되고 있는 지면은 어디일까요? 이승철 논설위원은 신문의 맨 마지막 장인 오피니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신문이 특종을 잡아 발행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지요. 그래서 좀 더 깊이 취재. 분석해 보도할 수 있는 신문의 특징을 살린 오피니언 면의 사설과 칼럼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에서 사설과 칼럼을 쓰는 역할을 하는 담당이 바로 ‘논설위원’입니다, 사설이 각 신문사의 견해를 밝히는 글이라면 칼럼은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글의 성질은 본질에서 다르나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의견 교환의 장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사설과 칼럼을 작성하는 논설위원 글쓰기의 특징은 전문적인 취재를 통해 얻은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입장과 의견을 밝히는 것입니다. 즉, 주장이 있는 글이 잘 쓴 글이 아니라 어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이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것이 잘 쓴 기사의 조건임을 이승철 논설위원은 강조합니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우리의 글은 철저하게 대중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글을 써야 해요.

그것이 기자의 글이 갖는 숙명이자 즐거움입니다.


이규연(중앙일보 논설위원)



신문사 신입 기자들이 첫 기사를 쓰고 난 후 선배 기자들에게 검사를 맡을 때 반드시 듣는 꾸지람이 “너만 아냐?”라고 합니다. 글쓰기 훈련이 부족한 신입 기자들은 자기만 알게 글을 쓴다는 것이지요. 신문은 신문기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자라는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읽고 독자의 반응이 어떨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반드시 생각한 후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감동이 있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업적 글쓰기를 써야 한다고 이규연 논설위원은 말합니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흥미를 끌 리드부터 흥미진진한 전개 그리고 이런 흥미를 충족시킬 충분한 정보들, 마지막으로 확실한 결론까지. 이 모든 박자가 갖춰줘야 재밌는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특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글의 마지막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전문가는 ~라고 말했습니다. 끝' 과 같은 글의 마무리가 아니라 독자들이 10초라도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하는 마무리를 하는 것. 이규연 논설위원이 말하는 좋은 기사의 원칙입니다.




[출처-YES24]




2편에 나눠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기자들이 한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기자들은 절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스로 모두가 자신들은 글쓰기 실력이 미흡하다고 말하죠. 다만 하나의 중심 주제를 뽑아내는 힘, 그리고 이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글쓰기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모든 자료를 모아내는 힘이 훌륭한 기자가 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말하죠. 기자는 나무를 아름답게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튼튼한 씨앗을 찾아 튼튼한 나무를 키워낼 수 있는 그런 존재입니다.<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으로 글쓰기의 부담을 이겨나가세요.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읽으십시오. 논픽션을, 신문을 읽으십시오. 그러다 훌륭한 글을 써내는 기자를 또는 칼럼리스트를 발견하면, 그의 코드(글쓰기 틀)를 해체하십시오. 글을 샅샅이 분해해 글쓴이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아내십시오. 그가 취재를 위해 어느 곳을 찾아갔고, 글을 어떻게 짜여 있으며, 왜 그 글이 흥미롭게 읽히는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핼버스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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