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림책으로 어떻게 분노를 해소할까?

2013. 4. 29. 14:0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감정을 느낀다. 즐겁고 행복한 감정 외에도 슬픔, 분노, 걱정,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며 매일을 살아간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부정적 감정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어른들은 “그 나이에 무슨 걱정이 있겠어!”라며 치부해버리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속상하다. 일어나는 감정은 무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해소해야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맥스만한 나이에 맥스 같은 장난꾸러기들은 무척 많다. 그 나이에 엄마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아이들은 자기들 크기만큼 세상을 이해하며 온갖 신기한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한다. 그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단지 어른들이 볼 때 말썽으로 보일 뿐이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출처-yes24]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사랑받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맥스의 장난 따윈 사실 아이들에겐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저 ‘놀이’일 뿐이니까. 그런데 엄마가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이라며 화를 낸다. 그러자 맥스가 강하게 반기를 든다.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고 말이다. 그 순간 아이들은 맥스에게 확 감정이입을 해버린다. 이 말이 아이들의 심정을 너무도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맥스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리겠다고 한 공격성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잔인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출처-yes24]




맥스는 자기 나름대로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아는 현명한 아이다. 맥스의 방법은 상상 속 나라를 탐험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맥스가 현실세계에 있을 때와 환상세계에 있을 때를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맥스의 현실이 표현된 부분은 여백이 많고 그림이 작은 반면, 환상세계로 변하는 동안엔 여백이 좁아지다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그림이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그리곤 또 다시 맥스가 현실로 돌아오고 싶어 할 때 그림이 줄어들고 여백이 늘어난다.



현실세계에서 맥스는 엄마의 잔소리와 억압으로 인해 행동과 감정에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환상세계는 다르다. 환상세계에선 맥스가 현실에서 표출하지 못했던 ‘소동’을 마음껏 부려도 아무도 혼을 내거나 제어하지 않는다. 이제 맥스의 환상세계를 조금만 들여다볼까? 



[출처-yes24]



엄마가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둬버리자 맥스는 눈을 감고 환상세계로 향한다. 맥스는 맥스호를 타고 괴물나라에 도착한다. 맥스는 무서운 소리로 으르렁대고, 무서운 이빨을 부드득 갈고, 무서운 눈알을 뒤룩대고, 무서운 발톱을 세워 보이는 괴물들을 마법을 써서 한방에 제압해버린다. 그리곤 괴물들의 왕이 되어선 큰소리로 외친다. “이제 괴물 소동을 벌이자!”스는 환상세계에서 괴물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큰 나무에 매달려 놀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은 맥스의 억압된 분노를 표출하고 해소하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맥스는 현실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해방감과 분노를 환상세계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표출하게 된다. 



하지만 맥스는 어린아이다. 아무리 엄마에게 야단을 맞아도 맥스에겐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만큼 크고 소중한 존재는 없으니까. 한바탕 놀고 난 맥스는 이제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 때 머나먼 세계 저편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 온다. 맥스는 제발 가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매달리는 괴물들을 뿌리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그리곤 마지막 문장에서 아이들은 엄마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하며 안심한다.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모리스 샌닥은 어린이들이 환상세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린다면 더 이상 좋은 방법은 없다고 했다. 모리스 샌닥의 말대로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과 닮은 주인공 맥스와 동일시하며 맥스가 환상세계에서 자신의 분노를 해소했듯이 생활에서 느끼는 자신들의 분노를 그림책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에게 권한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 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12-20 / 원제 Where the Wild Thing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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