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에게 ‘언어폭력’ 더 치명적인 이유

2013. 5. 2. 09:5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2012년 8월 서울 송파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강 모양. 카카오톡을 통해 평소 친구들에게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강 양은 숨지기 20분 전까지도 욕설이 가득 담긴 언어폭력을 당하고 결국 죽음을 택했습니다. 악성 루머로부터 시작된 인터넷상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최진실과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언어폭력으로 자살한 남편 조성민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언어폭력은 큰 사회문제가 되어 있습니다. 이름 없는 소녀부터 누구나 다 아는 국민 배우에 이르기까지 벗어날 수 없었던 언어폭력의 아픔이죠. EBS 다큐프라임에 의하면 의학적으로 봐도 언어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뇌에 손상을 입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보이지 않는 폭력, 언어폭력에 대해 살펴볼게요.




[출처 – 서울신문]




초등생 70% 언어폭력 경험, 11%는 수시로 시달려


26일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토론회에서 권순달 수원대 교수가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언어폭력 및 심한 장난이 가장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초등생의 비율은 69.1%로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특히 초등학생의 비율이 69.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언어폭력과 심한 장난을 수시로 겪는다는 응답이 11%였으며 '일주일에 1번' 13.9%, '한 달에 2, 3번' 12.7%, '한두번' 31.4% 등으로 응답했다. 가해 경험 역시 '수시'가 6.1%였으며 '일주일에 1번' 8.4%, '한 달에 2, 3번' 15%, '한두번' 37.7% 등으로 조사됐다.


초등생 70% 언어폭력 경험…11% "수시로 당해" (뉴시스,2013-04-26)



언어폭력은 초등생의 피해가 가장 크며 중, 고교로 올라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발생 빈도의 문제 일 수도 있지만 클수록 언어폭력에 무뎌져서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남기는 결과네요. 집단따돌림, 헛소문유포, 신체적 폭력 등도 초등생이 가장 피해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금품갈취의 경우나 협박 정도만이 중학생의 피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전체적으로 언어폭력을 비롯해 학교폭력 피해자의 저연령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물론 학교폭력의 유형 중 가장 심각한 것 역시 언어폭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욕설과 모욕적인 말이 27.3%로 폭행의 18%보다도 높았습니다.



학교폭력 유형으로는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과 모욕적인 말이 27.3%로 가장 많았고 폭행이 18.0%, 협박이나 위협이 13.9%, 괴롭힘 13.2%, 집단 따돌림 12.5%, 돈이나 물건 갈취 7.6%, 사이버 폭력 4.5% 순이었다. 특히 학교폭력 중 사이버 폭력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2011년 1.8%에서 2012년 4.7%로 2배 이상 늘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학교폭력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45% “자살 생각했다” (경향신문, 2013-04-22)



이 중에서도 점차 비중이 늘어가는 것이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이라고 합니다. 2011년 1.8%에서 2012년 4.7%로 거의 3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스마트폰 대중화로 아이들 역시 카카오톡 등 SNS와 메신저로 대화하는 형태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 비율은 아이들 사이의 언어폭력에서 점점 더 늘어 갈 것입니다.



문제는 현실과 인터넷상의 언어폭력이 사회문제화 되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언어폭력이나 직접 폭행을 당해도 아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도움을 요청했던 학생들의 41.8%도 도움이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당해온 아이가 집단따돌림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이 경우 부모가 도움되기는커녕 그 아이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때문인지 피해 학생의 자살 고려 비율은 크게 늘었습니다. 2011년 31.4%였던 자살 고려율은 2012년 44.7%로 크게 늘었습니다. 피해자의 거의 절반이 자살을 고려했던 것이죠. 문제가 심각합니다.




스트레스 사회가 만든 언어폭력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을 자살로 몰아가는 언어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특히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사이버 공간의 폭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해방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학생들은 친구들 간의 스트레스나 공부 중압감을, 성인들은 직장 생활의 불합리한 처우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익명성이 보장된 사이버 공간에 자신보다 약자로 보이는 자들을 찾아 푸는 거죠.




[출처 – 서울신문]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 의학과 이영식 교수는 “10대들의 과격한 행동은 평소 자신이 갖고있는 분노감 등을 표출하는 수단”이라며 “이를 통해 쾌감을 얻고 또다시 반복하는 악순환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왕따·신상털기…죄책감 없는 사이버 테러 (이투데이, 2013-05-01)



댓글을 통한 욕설은 기본이고 SNS를 통해 집요하게 허위사실과 욕설 등 언어폭력을 무자비하게 자행하는 현 세태. 피해자는 정신적인 충격과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는 일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되도록 어릴 때부터 언어폭력의 심각성과 바른말을 가르쳐야


되도록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며, 바른말을 쓸 수 있도록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방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치료센터 김주희 팀장은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이 담보된 공간이고, 스마트폰의 보급 등이 사이버 폭력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무분멸한 사이버 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따·신상털기…죄책감 없는 사이버 테러 (이투데이, 2013-05-01)



특히 인터넷을 비롯한 SNS, 카카오톡 등은 아이들이 그냥 친구들을 따라서 하지 부모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문제를 키우는 거죠.



[출처 – 서울신문]



최근 충북의 영동 황간 초등학교는 청소년들의 언어폭력을 줄이기 위해 참신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실에 들어서는 학생들은 먼저 인사를 나누고 서로 꼭 안아준다고 해요. 프리허그가 아침 인사인 셈이죠. 그리고 나쁜 말 버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를 험담하거나 공격하는 언어를 쓰면 그 나쁜 말을 카드에 적어 나쁜 말 쓰레기통에 아이가 직접 버리도록 한다고 합니다. 나쁜 말은 써서는 안 되고 버려야 할 언어 습관임을 이렇게 교육하는 거죠. 그리고 고운 말을 가르치기 위해 주 2회 동요 교실에서 동요를 가르친다고 해요. 이 언어 순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말투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하네요. 나쁜 말을 버리고 고운 말을 배우는 수업, 학교와 가정에서 오늘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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