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힘 느끼게 한 ‘갑을 논란’ 살펴보니

2013. 5. 13. 10: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비행기 탑승 중 라면이 맛없다며 승무원에게 폭행 등 행패를 부리다 사표를 제출하게 된 라면상무, 차를 빼달라는 호텔 도어맨을 괘씸하다며 폭행했다가 베이커리를 폐업하게 된 빵 회장,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한 녹음 파일이 널리 퍼지며 주가가 하락하고 불매운동에 들어간 조폭 우유 등 최근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처럼 여겨졌던 갑을 관계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는데요. 이 모든 사건에서 초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터넷 여론과 SNS였습니다. 오늘은 이른바 을의 반란을 실어나르는 SNS 바람에 대해 살펴볼게요.




[출처 – 서울신문]





을의 저항을 가능하게 만든 SNS의 힘


개인 소통의 도구로 만들어진 SNS가 선거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더니 이제 갑을 관계에서도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밀어내기나 불합리한 감정노동 등에 시달리는 을들의 울분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고 공감을 부르는 장이 된 거죠. 포스코 라면 상무나 프라임 베이커리 빵 회장, 남양유업 강매와 욕설 등 핍박받던 을들을 다른 을들이 모여 응원하고 같이 분노하기 시작한 겁니다.




[출처 – 서울신문]




최근 ‘갑의 횡포’가 잇따라 세상에 고발되는 과정에는 인터넷과 SN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상무가 항공기 내에서 “라면이 맛이 없다”며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라면 상무’ 사건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항공사의 내부 문서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상무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했고, 결국 기업 측의 공식사과와 상무의 사표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후략) 


인터넷·SNS 타고 ‘乙’의 목소리 커졌다 (세계일보, 2013-05-07)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녹취록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분노한 사람들이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로 이 사실을 퍼 나르고 다시 이 소식을 접한 그 사람들의 지인들이 함께 분노합니다. 이 분노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온갖 패러디가 등장하고 여론이 되어 취재 대상이 되기에 이릅니다. 이를 TV나 신문 등 기성 미디어도 보도하면서 온 사회가 이 사건을 알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고 불매운동에 휩싸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압수수색과 검찰 수사까지 받기에 이르렀죠. 




[출처 – 서울신문]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갑의 횡포와 관련된 잇단 사건으로) 갑과 을 사이의 권력관계가 역전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설 교수는 “과거에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게 가장 무서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갑이 을의 목소리를 힘으로 누를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후략) 


인터넷·SNS 타고 ‘乙’의 목소리 커졌다 (세계일보, 2013-05-07)



스마트폰이 전 국민에게 확대되고 녹음이나 사진, 동영상 등 증거를 남기고 SNS로 퍼뜨리기가 극단적으로 쉬워지면서 SNS 폭로는 을을 비롯한 약자들의 억울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SNS 폭로에 부작용과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한편 최근의 SNS 폭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습니다. 약자들이 적법한 수단으로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봐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는 억울함 때문에 분노를 터뜨리는 창구로 SNS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불법이나 범법행위에까지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SNS의 긍정적 기능 이면에 숨겨진 냉혹함을 직시해야한다는 겁니다. SNS로 인해 이 땅에는 '죽일놈, 나쁜놈'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전후좌우의 맥락 없이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측면만을 드러내는 SNS의 위험성도 간과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SNS의 자정기능에도 불구,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되거나 악용돼 '마녀사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합니다. 또 최근 디지털공간에서 '잊혀질 권리'가 부상하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은 누구나 원칙적으로 보호받아야합니다. 우리는 이미 SNS를 통한 집단적 분노와 성급한 여론몰이, 신상털기의 위험성을 체득해왔습니다.(후략) 


포스코 왕상무 라면사건, 그 이후... (머니투데이, 2013-05-11)



정의실현에 대한 목소리가 직접 반영되는 한편으로는 신상털기나 성급한 여론몰이 등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태나 쓰레기 만두 사건의 경우 성급한 여론몰이와 마녀사냥 식 비난 남발로 오히려 무죄였던 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본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다독다독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죠.



불안 파고드는 과잉보도 살펴보니 http://dadoc.or.kr/842



기성 미디어의 보도보다도 SNS는 전파력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의실현이란 이름 아래 명백히 불법인 신상털기 등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자제해야겠죠. 정의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질 때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일 겁니다.




사회의 요구에 맞춰 변화한 모습 보여야 할 때


이번 을의 저항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회식과 개인적 약속을 단속하기 시작했고, 남양유업은 결국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와 대리점 지원금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CJ대한통운은 연말까지 기사 수익을 40% 이상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현대백화점은 계약서의 갑, 을 표현을 없애고 협력사의 고충을 듣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국회에서는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에 대한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지요.




[출처 – 서울신문]




‘절대 갑(甲)’으로 인식돼온 대기업들의 “갑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바람이 일고 있다.


대기업들 ‘甲 포기선언’ 잇따른다 (서울신문, 2013-05-10)



최근 사건들은 불공정 거래 감시와 개선 등 정부와 국회가 먼저 나서서 바로 잡았어야 할 일을 SNS가 들고 일어서 해결 했습니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실현과 사회적 요구까지 이제는 기업이 변화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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