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우울한 초상, 베이비부머세대의 눈물

2013.05.08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며칠 전 방영된 드라마 <직장의 신> 권고사직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생각을 남겼습니다. 똑똑한 후배가 들어오고 직장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업무환경에 도태된 ‘고과장’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잘 알고 있지만,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무사히 회사에 붙어 있는 것이 꿈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직장의신,직장의신 고과장

[출처-서울신문]



우리나라 부모의 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험난하고 긴 편인데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결혼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부모로서 책임져야 할 일은 참 많습니다. 이런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살아온 많은 젊은이 마음속에는 각자 부모님에 대한 마음의 짐이 무겁기도 하죠. 보통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인 1955~1963사이의 세대를 베이비부머 세대라 일컫는데요. 오늘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 부모님의 현실, 베이비부머세대에 살펴보려 합니다.




갈수록 삶의 질 저하, 베이비부머세대의 눈물


지난 2년 사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 부모 부양부담은 증가하고 은퇴 후 삶을 위한 재정 상태는 악화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자녀 양육 부담과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오면서 부모를 책임져야 하는 베이비부머세대의 양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진 것이지요.


실제로 베이비부머의 66%는 18세 이상의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이들 자녀의 65%가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퇴 뒤 삶을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 준비도 취약하지요.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5명 중 1명꼴이라고 하니 그들의 노후가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년층 경제활동 참가 추이

[출처-서울신문]




베이비부머 세대의 눈물 속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고학력 사회로 치달으면서 20대를 압박해오는 등록금 문제부터 청년들의 취직난 그리고 고령화 사회 때문에 생기는 노인 문제 등 모든 세대의 문제 중심엔 이들을 책임져야 할 ‘베이비부머’가 서 있지요. 



노부모세대가 생존해 있는 베이비부머 비율은 2010년 83%에서 2012년 71%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중 10%가 노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68%가 노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고, 43%는 노부모의 간병이 필요한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0년에 비해 소득이 감소한 반면, 자녀관련 비용 지출(27%↑)과 보건의료비 지출(11%↑)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베이비부머, 부모·자식부양에 은퇴여력 더 나빠져(한국금융신문,2013-05-06




성공신화 중심에서 은퇴난민이 되어버린 베이비부머세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첫 사회에 발을 내디딜 당시 모든 사회가 성공을 부르짖던 시기였습니다. 비록 모두가 가난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성공을 향해 달렸죠. 실제로 성공 신화가 된 사람도 있고, 치열했던 삶 속에서 성공 신화를 열망했던 베이비붐 세대도 많았습니다.



그런 치열한 삶을 살며 젊은 청춘에게 성공 신화의 표상이 된 그들은 이제 은퇴 난민의 갈림길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한때 영업왕’이었던 <직장의 신> 고과장이 현재는 오늘내일하며 은퇴를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현재 사무직으로 입사했지만, 생산직으로 직무를 전환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다고 합니다.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가 되기 때문에 정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거나 권고사직의 위험 갈림길에 설 수 있기 때문이죠.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일자리 박람회,

[출처-서울신문]



정부는 ‘자식양육’,‘부모봉양’,‘노후준비’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년퇴직 60세를 보장하기 위해 법안을 준비 중이며 재취업을 위한 고용창출을 70%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20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1960~1958년 사이의 ‘낀 세대’의 문제와 관리 사무직은 만년 부장이나 과장으로 정년까지 회사에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일각에선 베이비부머 은퇴 대처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자 베이비부머 세대끼리 술자리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년 연장법’의 혜택을 못 보는 ‘낀 나이’도 생기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그 이전에 60세 미만의(예컨대 58세) 정년제의 문턱에 걸려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억울해진다. 


‘정년연장’ 베이비부머에게 복음이 될 지어다 (매일경제,2013-04-29)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년 연장은 50대 중후반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한층 더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 것입니다. 은퇴에서 국민연금 수령까지 소득 공백 기간인 ‘은퇴 크레바스’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구체적인 노후 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전보다 짧아진 ‘은퇴 크레바스’는 한결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세대 사이의 소외


삼중고를 겪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은퇴 두려움보다 그들을 더욱 짓누르는 것은 세대 사이의 소외감입니다. 성공신화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그들의 손에 놓인 것은 자신들을 어렵게 키워주신 노쇠하신 ‘부모님’과 자신들이 물심양면 힘들게 길러온 ‘자식’들 뿐이죠.



하지만 딱히 어느 한 쪽이라도 의지할 곳은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회가 외딴 섬처럼 서로가 서로를 등지고 서 있다고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 같은 경우 양쪽 어깨에 그 섬 모두를 짊어진 상태로 서로 외면하고 있으니 외로움에 대한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지요.



전문가들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 성과주의를 추구하며 성장한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 자녀와 멀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족과 소통할 새 없었던 베이비부머들 "의지할 곳은 산과 친구뿐"(뉴시스,2012-05-07) 



가부장 중심 사회와 조금 더 유연해진 젊은 세대 사고 사이에 낀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식’들과의 소통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가정에서 부모자식 간의 대화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나 한 가장인 아버지와 아이들 사이의 대화문제는 ‘아빠소외’라는 큰 문제를 낳기도 하지요.




베이비부머 노후

[출처-서울신문]



어쩌면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의 눈물의 주범은 그들의 양쪽 어깨를 잔뜩 짓누른 ‘경제적’ 문제보다도 그런 그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세대 간의 무관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단순히 특별한 행사처럼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지속해서 부모님에 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그들의 주름진 눈가 사이로 축축한 눈물보다는 웃음꽃이 사이사이 만발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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