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9. 09:0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작년 전 세계를 휩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올해 초 후속작인 젠틀맨의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열기를 단박에 밀어내는 가수가 혜성처럼 등장했죠. 한류 스타도 아이돌도 아닌 조용필이었습니다. 조용필은 가왕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이지만 2000년대 이후 콘서트 위주로 활동하여 대중적인 인기는 다소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19집 HELLO로 음반차트와 음원차트, 음악방송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차트 올킬을 하기에 이릅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조용필과 함께 한 세대인 4~50대는 물론 조용필이 한창 TV에 나올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1~20대들까지 폭넓게 이번 노래를 지지하고 있다는 거죠.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출처 - 서울신문]
세대통합, 가왕의 세대를 초월한 인기
조용필의 19집 HELLO가 발매되는 날, 오랜만에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광화문을 비롯해 주요 앨범 판매장 앞에 오픈 시간 전부터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팬들이 줄을 서서 구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이처럼 조용필의 주요 팬 층인 4~50대뿐만 아니라 음반 시장의 주요 고개인 2~30대도 이번 조용필의 앨범에 큰 관심이 있다는 건데요. 이는 앨범 판매 비율에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실제로 조 씨의 새 앨범은 20~30대의 구매 비율이 46%로 주요 팬층인 40~50대의 51.6%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앨범 시장에서 1위에서 5위를 차지했던 아이돌 그룹의 경우 구매 연령대가 젊은층에만 집중됐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20대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문의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싸이의 젠틀맨(74%)이 조용필의 신곡 헬로와 바운스(64%)보다 높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싸이(38%)보다 조용필(53%)의 공연에 더 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 조용필 공식 유튜브]
이처럼 전 연령대가 조용필의 노래에 호감을 느끼며 열광하는 것에서 음악과 같은 문화가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답니다.
이택광(경희대 교수) : "일방적으로 권위를 통해서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세대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후략)
현시점에서는 싸이가 한류의 아이콘이라면 조용필은 대한민국 전 연령층 화해와 소통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용필은 어떻게 자신의 원래 팬층인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까지 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개방성, 수용성, 영웅성. 진화하는 가왕의 면모
조용필이 이번에 젊은 층에 큰 열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방송 환경과 사회적인 맥락에서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등 요즘 가수가 과거의 명곡을 멋지게 부르는 방송이 많이 생겨 옛날 노래를 전혀 몰랐던 요즘 세대가 친근하게 노래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기본 토양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멘토 열풍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을 찾는 요즘 세대들에게 가왕이라는 전설적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조용필이 젊은 어법으로 다가오는 열린 어른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군요.
[출처 - 서울신문]
이동연 한국종합예술대 교수는 “(조용필이) 래퍼를 데려와 피처링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용필의 창법에는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젊어지려는 노력이 기존에 그렇지 못했던 기성세대들에게 더욱 대단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후략)
이렇게 젊은 세대가 바라는 개방적이고 열린 어른이라는 모습에 조용필 자신의 창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젊은 층의 트렌드를 가미했기 때문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이는 전 세대를 막론하고 시대를 거슬러 가요계를 장악하고 그 전설을 함께 누리고 있다는 영웅담을 청자들에게 선사했다고 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나아가 조용필이 보여주는 이런 면모가 지금의 어른들, 즉 진정한 보수가 지녀야 할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네요.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조용필의 경우 음악에 있어서 보수적인 가치인 정서를 지켜가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지니고 있고, 이를 통해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수용성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누구나 이런 지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0년 넘게 음악적 가치를 지켜온 그의 고집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후략)
자기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자기 가치를 지켜나가지만 새로운 트렌드는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점이 젊은이들이 알아서 찾아와 존경하고 열광하게 하는 포인트라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 존경받은 어른의 상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조용필의 또 다른 도전, 록페스티벌
이 시대의 존경 받는 어른 상인 조용필이 이번에는 젊은이들의 장이라고만 여겨졌던 록 페스티벌에 도전, 헤드라이너로 나선다고 합니다. 데뷔 45년 만에 처음인데 출연료를 후배 가수들이 오를 수 있는 무대 설치와 운영비용으로 전액 기부했다고 하네요.
[출처 – 슈퍼소닉 2013 공식 홈페이지]
조용필은 “19집을 향한 대중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면서 “도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인 만큼 다양한 음악 문화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후배 가수들이 오를 수 있도록 ‘헬로(Hello) 스테이지’를 마련하고, 자신의 출연료를 무대 설치와 운영비용으로 기부한다.(후략)
조용필, 데뷔 45년만에 ‘록페스티벌’ 무대에 (서울신문, 2013-05-08)
디너쇼를 생각하기 쉬운 연세에 가장 뜨거운 여름의 록 페스티벌에 새로운 도전을 하다니 정말 가왕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움에 도전하는 존경스런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젊은이들도 자연스럽게 존경을 하고 그 뒤를 따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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