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본질

2013.06.04 10:5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별을 사랑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 별똥별을 볼 때마다 소원을 빌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보다 광해(빛공해)가 훨씬 덜하던 어린 시절, 여름 밤 하늘의 쏟아지던 별들을 관측하기 위해 지붕 위나 나무 위에 올라, 하염없이 별빛을 쫓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그 때 바라보았던 우주는 과학 지식이 없어도 이해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던 동경의 대상이었죠.

 

 

 


칼 세이건, 우주를 눈뜨게 해준 저자


젊은 시절 카뮈를 통해 소설을 깊이 읽는 방법을 배웠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통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욕망에 포위된 적이 있습니다. 역사학자 토인비의 저서를 읽고 난후 역사책 읽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각 분야마다 깨달음을 전해준 저자들이 있고, 그들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나갔죠. 독서가 아니라면 어른의 세계는 정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배운 지식으로 일평생을 살아가는 용기 있는 분들이 있지만, 그들은 결국 일천한 지식을 우려먹는 과정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맙니다. 저에게 과학자 칼 세이건은 별과 우주를 눈뜨게 해준 저자입니다.

 

 

 

 

NASA의 자문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프로젝트에 참여해 무인우주선을 화성이나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공헌한 과학자가 바로 칼 세이건이었습니다. 그는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시키고 대학에서 인문학을 배웠고, 훗날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1996년 62세 때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일평생 하버드와 코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로 살았습니다. 이것이 공식적인 그의 프로필이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야 정확하죠. 그는 세계적 과학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700 여 페이지가 넘어서는 이 책은 전세계 600만 독자의 마음을 빼앗은 과학책이었죠. 출판된지 30년이 넘었지만 과학계의 빠른 발전에도 여전히 이 분야 최고의 책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그리고  유고작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칼 세이건은 유능한 학자였고, NASA의 연구요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강의실과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걸 좋아하지 않았죠. 우리는 지식인들이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걸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을 가끔 봅니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은 부지런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소통해야 합니다. 철학자가 고전을 해석하는 경향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같은 논란과 논쟁 때문에 학자는 더 깊이 연구하며 대중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니까요. 칼 세이건은 20세기 말 가장 대중적인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과학지식을 가르치는 대중의 교사였죠. 티브이 다큐멘터리, 강연, 교양과학서 집필 등의 작업을 통해 그는 대중과 끝없이 소통하는 학자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코스모스>와 같은 대작들이 나올 수 있었던거죠.

 

 

 

 

<코스모스>의 성공은 다큐멘터리와 서적 모두 압도적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작업은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온 지병으로 끝을 맺습니다. <코스모스>의 첫 장에서 칼 세이건은 아내에게 이 책을 헌정하는 문장을 남깁니다. 그 사랑하는 아내 앤 드루얀은 1985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열린 자연 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을 남편의 유고작으로 묶어내게 됩니다. 세이건의 또다른 명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이 탄생한 배경이죠. 칼 세이건은 문학과 예술, 역사와는 거리가 멀단 편견을 가질만한 이공계의 학자였습니다. 천문학과 문학, 우주와 예술, 과학과 종교는 이질적 느낌이 앞섭니다. 그가 뛰어난 과학자였던 이유가 바로 이 편견을 극복한 데 있습니다. 세이건은 시카고 대학에서 인문학을 먼저 배우고 천문학으로 전향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들에서 이같은 이점을 적극 활용하지요.

 

은하수 은하의 구석진 나선팔에 위치한 태양계의 지구라는 작은 행성, 이 미시적 공간속에 존재하는 인간이 코스모스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한 건 겨우 100년에 지나지 않죠. 우주의 나이 150억년, 지구의 나이 45억년에 비하면, 정말 헤아릴 수 없이 짧은 찰나의 시간입니다. 백악기 제3기에 멸종한 공룡은 이 지구를 3억년 동안 지배했지만 인류가 지구의 터줏대감이 된 것은 겨우 1만년입니다. 우리의 은하수 은하에만 3000억 내지 5000억 개의 별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별은 항성(태양)을 가리키죠. 그렇다면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 이렇게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풀이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본질

 

칼 세이건의 저서들은 대중적 교양 과학서를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그 깊은 철학적 물음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또, 감히 그 어떤 과학자도 쉽게 내뱉지 못한 인간의 정체성을 선언합니다. 우주의 탄생에 신이 개입했는가, 그렇다면 우주를 창조한 신은 누가 창조했는가, 처럼 도발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그 답을 회피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살면서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는 것에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죠. 칼 세이건의 이 책이 생각의 깊이와 지평을 넓혀 준 것은 바로 이같은 용기있는 저자의 태도 때문입니다.

 

인간은 지구라는 자그만 행성에 거주하는 우주의 멸종 위기종이기에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하나하나의 생명은 모두 귀중하다, 고 칼 세이건은 선포합니다. 그러면서 지구의 모든 도시들을 수천번 파괴하고도 남을 핵무기의 위험성과 정치인들의 무모함을 경계합니다. 20세기가 끝날 즈음엔 수많은 국가들이 핵폭탄을 소유할 것이며, 그 제조기술은 가내 수공업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그는 예언합니다. 그가 떠난 후 21세기 입구에 들어선 우린 그 예언의 실현을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신이 아니라 우리 손에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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