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4. 14:14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지난주부터 세계는 터키의 반정부 시위로 떠들썩합니다. 이스탄불 중심부의 유서 깊은 녹지인 탁심공원을 정부가 쇼핑몰로 재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시민들이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며 세가 불어나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발사했습니다. 그 와중에 중경상자들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세가 더 불어나 반정부 시위로까지 발전한 사건인데요.
출처 - 서울신문
이때 믿을 수 없는 연합이 펼쳐졌습니다. 절대 협력하는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터키 프로축구 빅3 팀의 서포터들이 함께 경찰에 맞섰기 때문이죠. 터키 프로축구의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 페네르바체 서포터 들은 평소 물과 기름보다 더한 앙숙 관계로 이들 간의 경기가 끝나면 서포터들의 난동으로 폭력사태가 빚어지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이 시위가 있기 얼마 전만해도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이스탄불 더비가 끝난 후 페네르바체 팬 1명이 갈라타사라이 팬들에게 집단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까지 있을 정도였어요. 이 정도면 라이벌이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원수에 가깝죠. 그런 그들이 반정부 시위대를 경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탁심공원을 위한 의지에 공감한 그들이 적대관계를 일단 접어두고 더 큰 무언가를 위해 힘을 합한 거죠. 전세계의 축구팬들은 지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일이라며 경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현실 속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런 공상과학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진보지의 대명사인 한겨레와 3대 보수지 중 하나인 중앙일보가 손을 잡은 공동기획 ‘사설 속으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사설 속으로’
서로 물과 기름 같아서 한 데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던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21일 서로의 사설을 비평하는 지면을 내놓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겨레·중앙은 20일 ‘알림’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세상을 보는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기획은 사회적 갈등 사안을 놓고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던 신문이 지면을 통해 열린 시각을 보여주려는 취지로 보인다. 신문사가 공동협력으로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개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설 속으로’는 한겨레 추천 2인, 중앙일보 추천 2인의 교사가 번갈아가며 맡는다. 이번 기획은 종합적 사고를 바라는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언론사간 협력기사 모델이 확장될지도 주목된다.
한겨레와 중앙일보 ‘협력기사’에 언론계 주목 (미디어오늘, 2013-05-21)
한겨레와 중앙일보 두 신문사는 매주 화요일 ‘사설 속으로’라는 이름의 공동 기획면을 통해 그 시기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갈등 사안을 함께 다루기로 했다고 합니다. 각자 진보와 보수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사설을 양쪽에서 2명씩 선발한 교육 전문가가 비교 분석해 각 신문의 관점과 논거를 정리하는 것이죠. 두 신문사의 사설과 핵심 키워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읽으면 좋을 도서 추천 등 토론을 위한 전방위적인 비교분석을 행한다고 합니다.
5월 21과 28일 이미 2회에 걸쳐 사설 속으로가 발행되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60세정년 ‘사설’ 비교해보니…, 허병두(한겨레,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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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필요성엔 공감… 임금피크제엔 다른 시각, 허병두(중앙일보,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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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신문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남양유업 사설 비교해보기(한겨레,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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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 책무 일깨운 중앙, 약자 못 지킨 정부 비판한 한겨레(중앙일보,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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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 중앙일보의 합작의 의미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그런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신문 중 하나입니다. 탄생부터 그러한데 한겨레는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성립된 6월 항쟁 이후 국민 모금으로 창간되었고, 중앙일보는 이제는 한국 넘어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의 초대 회장인 이병철이 창간했죠. 그렇기 때문에 경제에 있어서는 서민과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념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신문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세계 어디든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의 충돌이 심한 나라인데요. 서로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처럼 보수는 진보를 종북 빨갱이라고 낙인 찍으며 탄압해왔고, 진보는 보수를 돈만 밝히는 수구 꼴통이라고 조롱해왔습니다. 최근 시끄러운 일베 역시 이런 충돌 가운데 하나겠지요. 이렇게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증오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건전한 토론이 없이는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야기를 나눌 자세가 되어 있어야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겠죠. 여기에 이번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공동 기획인 사설 속으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서로의 사설을 제3자의 눈을 통해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해 보고 입장차이와 그 논거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보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진보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는 건전한 토론 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토양입니다. 두 신문사는 사설 속으로의 취지 설명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죠.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건강한 토론 문화를 뿌리내리고 청소년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주기 위한 뜻있는 일을 시작합니다. 사설은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신문사의 책임 있는 주장입니다.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깊이 살피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바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설 속으로’ 시작합니다. (한겨레, 중앙일보, 2013-05-20)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사설 속으로는 민주주의를 위한 건전한 토론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키워드 분석에 도서 추천까지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교재로서도 안성맞춤일 듯합니다. 종이 신문의 위기라지만 이런 합작이라면 신문을 통한 교육인 NIE가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입장이 서로 다른 두 신문사의 합작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고 열린 사고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의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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