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책을 '또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바치는 책

2013. 7. 29. 11:07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또 읽어 줘!>는 아마도 아이가 있는 집에선 모두 공감하는 내용일 겁니다. 부모님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걸 알고 있지요.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줘야지 생각했다가도 잠자리에서 같은 책을 몇 번이나 또 읽어달라고 하면 목이 아프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피하고 싶어집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너무 재밌어서 잠자는 것조차 잊은 아기 용입니다. “이제 잘 시간이에요.”라는 엄마 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기 용은 얼른 책을 건네죠. 엄마 용은 아기 용을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합니다. 엄마 용이 읽어주는 책의 페이지를 독자들에게도 펼쳐 보여주는 형식이라 아기 용이 어떤 내용을 좋아하는지 독자도 알 수 있습니다. 





아기 용은 ‘새드릭’이라는 빨간 용에게 마음이 빼앗겨 버렸습니다. 세드릭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자 본 적이 없는 용이죠. 멋진 성 안에 살면서 모두가 잠든 밤이면 쿵쾅거리며 시끄럽게 구는 심술꾸러기고요. 성 밖에 있는 아기 도깨비들에게 못된 장난을 걸기도 하고, 배가 고플 땐 공주들을 붙잡아 파이로 만들기도 하지요. 아기용은 잠도 안자고 심술궂은 장난만 치는 세드릭에게 빠져 엄마에게 자꾸만 또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세드릭은 아기 용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밤에 잠을 자는 것보다 장난치며 맘껏 놀고 싶은 아기 용의 심리를 세드릭이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기 용은 세드릭이 좋습니다. 보면 볼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또 읽어줘.”라는 아기 용의 말이 엄마 용은 무섭습니다. 그래도 피곤한 눈을 비비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지요. 엄마 용은 얼렁뚱당 책의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어 버립니다. 세드릭이 아기 도깨비들에게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하고, 파이를 가져가서 아기 도깨비들하고 나눠 먹는 걸로요. 그래도 아기 용은 그런 세드릭도 좋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은 엄마 용의 꼬리를 붙들고 또 읽어달라고 말하죠. 


밤이 깊어 완전히 지친 엄마의 눈꺼풀이 푸욱 내려앉았습니다. 엄마는 책 내용을 완전히 바꾸어버립니다. 한 번도 자 본 적이 없는 세드릭이 졸려서 침대에 가는 걸로 말이죠. 파이로 만들어 먹었던 공주는 세드릭과 친구가 되어 잘 자라고 인사까지 합니다. 세드릭처럼 아기 용이 잠자기를 바라는 엄마 용의 마음을 가득 담아서 말이죠. 





하지만 아기 용은 이미 이 책을 아주 많이 읽었기 때문에 세드릭이 어떤 용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기 용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책을 덮고 자려고 하자 아기 용은 화난 표정으로 외치죠. “또 읽어줘! 또 읽어줘!” 엄마는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립니다. “세드릭은 더 이상 새빨간 용이 아니에요. 세드릭은... 용... 너무... 졸려서... 잠...을...” 그리곤 그만 쿨쿨 곯아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아기 용은 잠든 엄마 용의 등에 올라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또 읽어줘! 또 읽어줘! 또 읽어줘!” 하지만 엄마 용은 너무 깊이 잠들어 버렸죠. 





아기 용은 엄청, 무진장 화가 납니다. 책속의 세드릭처럼 빨개질 정도로 말이죠. 글자를 모르는 세드릭은 책을 펴놓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읽어줘!”라고요. 그러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아기 용은 “또 읽어달라고!”라는 외침과 함께 불을 뿜어내고 맙니다. 책은 세드릭의 불길에 구멍이 뻥 뚫리고 말죠.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모두 ‘공감’해주고 있는 것이죠. 공감의 가장 큰 장점은 소외감을 해소시킨다는 겁니다. 공감은 통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되고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엄마도 아이도 이 책의 인물에게 동일시를 하게 됩니다. 


책 읽기가 반복될수록 지쳐가는 엄마 용의 모습을 보며 엄마들은 엄마 용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똑같은 아기 용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거나 아기 용이 내뿜는 불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죠. 그리곤 점점 지쳐가는 엄마 용의 리얼한 표정과 몸짓을 보며 우리 엄마의 고단함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지요. 


이처럼 <또 읽어 줘!>는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읽어도 자꾸만 또 읽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엄마의 고단함을 모두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밤마다 조르는 아이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떤 가요? 화가 날수록 책속 동화의 심술꾸러기 세드릭을 닮아 가는 아기 용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 가요? 내 사랑스러운 아이처럼 말이죠. 



<또 읽어 줘! / 에밀리 그래빗 지음 / 공경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1-09-23 / 원제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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