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겐 ‘그림’, 누구에겐 ‘가난한 현실’
식구들 누울 자리도 부족한 비좁은 아파트에 빨래 널 공간이 넉넉할 리 없었다.누군가 베란다와 마주 보이는 나무기둥에 도르래를 걸어 빨래를 널자 하나둘씩따라하기 시작했고 이 빛나는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4개 동 전체로 퍼졌다. 빨래판대신 세탁기가 베란다를 차지한 지금도 녹슨 도르래는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5층에 사는 주민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빨래를 널고 있다. 빨래 한 장 널고 줄 한 번 당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알록달록한 수건의 행렬이 하늘을 수놓는다. 노트북도 없이 카메라 가방만 달랑 메고 부산행 KTX에 오른 것은 2012년 4월에 접어든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지방 출장은 보통 운전기사가 딸린 취재차를 배차 받지만 왠지 홀연히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 열차를 택했다. ..
2012. 6. 11.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