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 관전법 4가지

2013. 9. 17. 14: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 서울신문


드디어 그곳에 선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1)이 대선배이자 '아시아 축구 아이콘' 박지성(31·PSV 에인트호번)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 7년간 누빈 '꿈의 무대' 영국 올드 트래포드를 밟는다. 그가 몸담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이하 레버쿠젠)은 1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 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와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최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아이티, 크로아티아전을 치르고 독일로 돌아간 손흥민은 지난 14일 3-1로 이긴 볼프스부르크와 정규리그 5라운드에서 79분을 뛰며 예열을 마쳤다. 맨유 원정 경기에서 슈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과 함께 공격 삼각편대 요원으로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다독다독' 독자들을 위해 관전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1장 : 서로가 꿈이었던 손흥민과 맨유,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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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형이 뛰는 맨유를 가장 좋아한다. 언젠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해보는 게 꿈이다." 지난 2011년 만 19세 손흥민이 기자와 만났을 때 꺼낸 얘기다. 맨유, 올드 트래포드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여하는 그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10대의 모습을 발견한 게 엊그제 같다. 그러던 그가 2년 만에 한국은 물론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해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자신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유를 거쳤다는 것 또한 심장을 뛰게 한다. 로빈 판페르시, 웨인 루니, 마루앙 펠라이니 등 유럽 정상급 공격수들과 맞대결을 벌이게 된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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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맨유 또한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손흥민의 에이전트인 티스 블리마이스터는 지난 10일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맨유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손흥민의 영입을 추진했다"고 털어놨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스카우트를 독일에 보내 당시 함부르크 소속인 손흥민 관찰을 지시한 것이다. 이후 퍼거슨 감독의 동생인 마틴 퍼거슨도 독일로 날아와 손흥민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시기는 달랐지만, 서로가 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드 트래포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2장 : 레버쿠젠을 선택한 진정한 이유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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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12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오른 손흥민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수많은 빅클럽의 구애를 받았다. 그러나 손흥민의 선택은 분데스리가 전통의 강호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몸담은 레버쿠젠이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큼 발전하는 분데스리가, 프로선수의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열광적인 팬들의 성원이 그를 남게 했다. 또한, 이적 과정에서 내세운 두 가지 조건으로 주전으로 많이 뛸 수 있는 팀,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설 수 있는 팀에 똑 들어맞았다.


맨유전은 손흥민이 레버쿠젠을 선택한 모든 이유를 입증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리그에선 5경기를 뛰며 1골을 기록 중인 그가 맨유라는 팀을 상대로 꿈에 그리던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다는 것은 드라마틱한 일로 여겨진다. 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료들과 시상식장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와!'하고 함성을 지르는 장면을 꿈꾼다. 지난해 여름부터 아버지인 손웅정 아시아축구아카데미 청소년재단 총감독과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영상을 보며 정상급 선수의 동선을 파악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3장 : OT 한국인 두 번째 골 도전, 월드스타 밀알 놓는다


지금까지 올드 트래포드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21명에 달한다. 그중 13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에 속한 선수들이 브라질과 4강전에 출전한 것이다. 클럽 축구를 통해 이 무대를 밟은 건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이청용 조원희 박주호 지동원 뿐이다. 손흥민이 출전하면 22번째 한국 선수가 된다. 그런데 '꿈의 무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건 박지성 뿐이다. 그는 맨유에서 뛰는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만 18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2012년 여름 박지성마저 맨유를 떠나면서 한국 선수의 골 소식은 없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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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최근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아이티를 상대로 멀티 골을 터뜨리는 등 골 감각을 끌어올렸다. 왼쪽 날개로 출전이 예상되는 그가 맞닥뜨릴 맨유의 오른쪽 수비 자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맨유는 주전 오른쪽 수비수인 하파엘 다 실바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대체 구실을 한 필 존스마저 발목을 다쳤다. 레버쿠젠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크리스 스몰링과 파비우 다 실바가 있으나 탐탁지 않다. 손흥민이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 모습도 상상할 만하다. 




4장 : 미니 한일전! '뜨는 해' 손흥민 vs '지는 해' 가가와




[출처] 서울신문


이번엔 설욕을 노린다. 손흥민이 '일본 축구의 기둥' 가가와 신지와 그라운드에서 만난 건 지난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당시 대표팀 막내로 후반 교체 출전한 손흥민은 가가와가 뛴 일본에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일본에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시간이 흘러 손흥민과 가가와는 나란히 양국 축구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해 만난다. 겉으로 보면 맨유에 진출한 가가와의 행보가 두드러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둘의 상승곡선은 정반대다. 손흥민은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레버쿠젠에서 주전으로 도약했다. 반면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유로 둥지를 옮긴 가가와는 올 시즌 모예스 체제에서 4경기 연속 결장했다. 일본은 물론 영국에서도 가가와가 더는 맨유에 부적합한 자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그에서 결장을 거듭한 가가와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가능성은 있다. 그가 출전하게 된다 어느 때보다 박진감 있는 '미니 한일전'을 볼 전망이다. 이번엔 누가 눈물 흘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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