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 ‘으르렁’으로 살펴본 짐승남 열풍, 고전에서 찾아보니

2013. 9. 25. 14:4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아이돌 그룹 엑소(EXO)

[출처] 서울신문 


으르렁대는 늑대들이 가요계를 점령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EXO) 이야기인데요. 늑대의 몸짓에서 영감을 받은 춤에,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지킨다니,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네요. 초콜릿 복근으로 상징되던 ‘짐승남’에서, 늑대까지. 이렇게 거친 남성의 이미지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출처] 예스24


1847년에 처음 발표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남주인공 히스클리프는, 오늘날 ‘짐승남’의 원조 격으로 추대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리고 있는데요.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파행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연유로, 출간 직후부터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톰 하디, 샬롯 라일리 주연의 2009년作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출처] 네이버 영화 


소설 속의 히스클리프는 단순히 거친 남자가 아닙니다. 그는 아픈 상처를 입은 것을 계기로, 기존의 그릇된 질서를 전복시킨 인물이지요. 계급 차이와 현실적인 문제들로,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과 이루어질 수 없었던 히스클리프. 그는 ‘으르렁’대면서, 자신을 가로막았던, 불합리한 사회의 장애물들을 하나씩 제거합니다. 생존을 위해, 사회의 기준을 무시할 수 없었던 캐서린이었지만, 남모르게 그를 응원합니다. 그녀 역시 그 기준이 그르다는 것을 아주 명백하게 알고 있었거든요.




카야 스코델라리오 주연의 2011년作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출처] 네이버 영화 


슬프게도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의 육체는 비록 사라졌어도, 히스클리프의 ‘전복 과정’은 계속됩니다. 잘못된 기준이 없는,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에서의 재회를 암시하면서요. 자세한 그의 사연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비비안 리, 말론 브란도 주연의 1951년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가 하면, 여기 정말 ‘나쁜 남자’가 있습니다. 처형을 파멸에 이르게 한, 조금은 다른 의미의 ‘짐승’남인데요. 바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남자 주인공 '스탠리'입니다.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자주인공 '블랑시'가 현실에 철저하게 적응해 동물적으로까지 보이는 남자주인공 '스탠리'를 만나 파멸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희곡 속에서 스탠리는 블랑쉬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철저하게 무너뜨립니다. 두 인물 간에 서로 다른 욕망이 충돌하면서, 스탠리의 야만성이 블랑쉬라는 한 인간을 파괴시켰다는 점에서, ‘짐승남’을 과연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겠죠?




[출처] 서울신문


두 권의 책을 통해 살펴본, ‘짐승남’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과거의 상징들은, 오늘날에도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주 세련된 형태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다는 점이 다르지요. 이번 주말,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늑대’를 떠올려 보는 것, 추천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