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등골브레이커' 한국사회의 잘못된 결혼문화

2013. 9. 26. 09:5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스타커플 결혼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많은 축하와 함께 모두의 부러움을 산 이병헌-이민정 커플과 이효리-이상순 커플 등. 많은 연예인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었죠. 스타커플의 결혼식 치러질 때면 그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무엇인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갔는지 끊임없이 관련검색어가 올라옵니다. 살펴보면 대부분이 누구나 부러워 할 법한 물건들과 여행지이지요.




[출처-서울신문]


하지만 현실의 예비신혼부부는 이들의 모습과 조금 다릅니다. 날이 갈수록 매체에서 비춰지는 결혼식 장면은 화려해지지만 현실에선 많은 커플들이 결혼자금 문제로 한숨짓는 경우가 많은데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증명해야 할 결혼이 이제는 무거운 ‘과제’처럼 남겨졌습니다. 오늘은 현실 속의 결혼준비과정의 허와 실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할 보금자리 마련부터가 과제인 예비신혼부부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혼남성 68.0%가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주택 구입 등 결혼자금 문제’를 꼽았습니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은 결혼준비 중 가장 큰 난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신혼부부=하우스푸어”라는 풍토가 생겨날 정도로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보금자리마련은 쉬운 일이 아니죠.



미혼남성 응답자의 68.0%가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주택 구입 등 결혼자금 문제'를 꼽은 반면, 초식남은 '자유로운 독신의 삶(15.5%)'과 '육아 문제(5.2%)'를 답한 비중이 높았다. 또한 육식녀의 25.3%는 '주택 등 결혼자금'을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밝혔다.


미혼男女 30~40% "나는 초식남·육식녀…결혼은 글쎄"-<아시아경제>,2013.8.21



자식 교육비마저 모자라 결혼자금까지 걱정해야하는 부모들에게도 결혼준비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에게 돈을 받는 것도 모자라 은행에 대출까지 신청해야 그나마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살 수 있는 신혼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하니 오늘 날 많은 결혼 적령기의 커플들이 섣불리 결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지난 8.28일 정부는 전월세대책을 위해 ‘공유형모기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9월 23일부터 ‘공유형모기지’에 관한 상담을 시작했는데요. ‘공유형모기지’란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부부라면 연 1%의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최대 6000만 원까지 집값을 절약할 수 있어 많은 예비신혼부부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오고 있지요.




[출처-서울신문]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당장 예비 신혼부부의 주택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정책운영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5천 가구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수익공유형’과 ‘손익공유형’이라는 두 상품으로 나눠진 공유형 모기지의 효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택난 해결을 위해 정부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재 결혼을 마주한 현실의 커플들에게 지금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두 사람의 장밋빛 인생을 함께 펼치며 오순도순 지내야할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예비신부 두 번 울리는 혼수,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결혼준비 과정에서 흔히들 속된 말로 남자가 집을 준비해 오면, 여자는 그 안을 채워넣을 것들을 준비해오면 된다고 말합니다. 결혼준비 중 ‘내 집 마련’의 문제가 남자들에게 조금 더 비중이 높은 문젯거리였다면 한국 사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혼수문화는 여자들에게 더욱 집중된 문제입니다.




▲혼수 장만을 위해 상담 중인 예비부부 [출처-서울신문]


혼수는 본래 ‘혼인에 드는 물품’이라는 간단한 말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현실 속 여자들에게 혼수는 시댁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준비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화혼수의 원조는 가락국 김수로왕과 결혼한 야유타국의 허황옥이라고 합니다. 16살 신부 허황옥이 시집오면서 가져온 혼수품은 실로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요. 물론 역사를 살펴보면 호화혼수에 대해 우리 조상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으나 오늘 날은 혼수 문제로 인해 고부갈등이 빚어지는 상황들을 마주하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허황옥 만큼은 아니어도 값비싼 예물과 어떤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준비해오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미혼 직장인 155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수 준비를 위해 여성이 들이는 돈은 평균 5484만원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악’소리 나는 돈이 오고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혼을 거래로 표현할 만큼 우리나라의 잘못된 결혼세태를 꼬집고 있지요.  심지어 혼수 마련을 위해 은행 강도까지 감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현실 속에서 벌어지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결혼인지 의문을 들게 합니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주류업자로 10월예정인 결혼혼수 비용 등의 금전문제로 고민하던 중 배달을 통해 알게 된 비교적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직원이 적은 새마을금고를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중략) 경찰은 김씨가 이틀동안 가져간 돈의 거의 절반을 혼수구입비와 빚을 갚은 데 사용한 점을 확인하고 남은 2900만원은 회수했다.


[종합]혼수비 마련위해 새마을금고 턴 30대 이틀만에 검거-<뉴시스>,2013.8.11




평균 결혼비용 4468만원, 눈물의 웨딩마치를 올리는 이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주택비를 제외한 결혼 비용이 4062만원이었던 것에 비교해 3년 새 결혼준비 자금이 600만원이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추세에 맞춰 결혼하려면 2~5년차 직장인들 저축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 일반인들의 의견입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44세 기혼자들의 평균 결혼비용(주택 제외)은 4468만원이었다. 2009년 4062만원과 비교해 3년 새 60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중략)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는 "결혼을 하려니까 남들이 하는 수준 같은 사회적 통념이 있더라"며 "그런 것만 줄여도 결혼비용을 많이 덜 것 같지만 정작 그럴 수 없는 혼례 문화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혼자금난' 예비·신혼부부 한숨 -<인천일보>,2013.9.23



결혼준비자금이 늘어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남들 보는 눈’ 때문에 이것저것 더하다 보니 돈 쓸 곳이 늘어난다는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 꼼꼼히 따져보면 여러 웨딩패키지를 통해 식을 간소화 하여 비용을 줄이는 방안과, 각종 기관을 통해 결혼 준비 자금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 이런 방안은 예비부부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고 하는데요. 남들과 같은 수준의 식을 올리고 싶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무리한 결혼준비를 감행하는 것이지요.




[출처-서울신문]


물론 알뜰살뜰 결혼 준비를 하는 신혼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결혼과정을 간소화 시키려고도 노력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잘못된 혼례문화가 많은 예비신혼부부들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오늘 날 결혼의 의미, 진정한 사랑의 서약을 위하여


‘신(新)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결혼자금은 예비신혼부부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까지도 짊어져야할 짐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결혼에 관련된 누구하나 기쁘지 ‘않은’ 결혼 준비를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이죠. 오늘 날 현대인들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사랑의 서약을 하기 위한 자리가 맞는 걸까요?




▲단돈 1파운드(약 1700원)로 결혼식을 올린 영국의 부부 [출처-서울신문]


매체 속에서 그려지는 화려한 결혼식의 모습과 그 이후의 생활이 그 부부의 행복을 대변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둘이 함께한다는 점, 그리고 남은 인생을 같이 개척한다는 점이 바로 그 둘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지요. 상대의 ‘조건’ 또한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어버린 오늘 이지만 어떤 모습의 결혼이 더욱 아름다울지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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