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포유 논란, 시청자들은 무엇때문에 분노했나

2013. 9. 30. 10:1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일주일 동안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TV프로그램 송포유가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도 그 논란은 쉽게 가라 않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가요계 대표 멘토인 이승철과 엄정화가 나서서 문제아들을 지도하고 결국 세계합창대회에서 화합을 이루어낸다는 기획 의도만 보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어보이고 오히려 감동적이어야 할 거 같은데, 시청자들은 무엇 때문에 송포유에 분노하는 걸까요? 송포유 논란을 신문기사를 통해 풀어봅니다.




[출처 - SBS]




실화를 다루면서 안이한 접근, 방송 위한 자극적인 편집이 화를 불러


문제만 일으키던 불량아들이 운명처럼 멘토를 만나 삶의 새로운 면을 접하게 되고 합창대회를 매개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영화 같은 면이 있죠. 실제 이런 스토리를 가진 영화도 적지 않게 개봉했었고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던 베네수엘라 빈민가 오케스트라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엘 시스테마는 송포유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로서 접근했던 관객들은 음악의 힘으로 개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었죠.




[출처 - 오마이뉴스]


아마 송포유 제작진도 그런 감동을 노리고 만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는데요. 이는 우리 사회에 속한 아이들의 실화를 다루면서 다른 나라 혹은 가상의 이야기처럼 안이한 접근을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이나 외국 영화의 경우 우리 사회에 속한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 속 상황을 일종의 가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송포유처럼 우리나라라는 한 공간 같은 시간 속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살고 있고 피해자가 이 방송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일방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송은 안이하다고 할 수 있죠.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송포유에 저를 괴롭혔던 아이가 나온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누리꾼은 “저를 괴롭혔던 학생이 합창단으로 선발돼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을 보다가 울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학생의 괴롭힘 때문에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 조차 무서웠다. 그 학생을 다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게 어이없다”고 썼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이는 또 다른 커뮤니티에 “왕따 당했다고 방송한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썼다. 그는 “우리반 장애인 친구에게 니가 안 입는 옷 사라면서 돈 달라고 했잖아. 심심하면 니네 무리에서 한 명씩 돌려 가면서 왕따 시키고 놀이터 데려가서 때리고 그랬잖아”라는 글을 올렸다. 방송을 본 한 누리꾼은 “누구나 두 번째 기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시청자는 “어이없다. 애들 땅에 묻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저런 가해 학생들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피해 학생들을 생각하면 이런 방송은 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일진 미화논란 ‘송포유’ 착한예능 맞나요? (스포츠경향, 2013-09-22)




[출처 - 국민일보]


실제로 방송이 나간 직후 송포유에 출연한 학생에게 맞은 경험이 있는 피해 학생은 방송을 보다가 울었다는 게시물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겨 송포유 논란에 불을 붙였죠. 1회가 방송되고 가장 큰 공분을 샀던 장면들은 가해 학생들이 과거의 자기 폭력이나 일진 활동을 자랑이라도 하듯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전치 8주라거나 묻어버렸다거나 하는 부분들 말이죠.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1, 2부 카메라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연예인을 더 많이 좇았다. 아이들이 왜 문제 학생이 됐는지는 잘 말해주지 않았다. 합숙하러 가는 여정, 게임 같은 예능적 장치도 많았다. 프로의 중심도 음악이 아니라 경연이다. 음악으로 인한 내면의 변화보다 미션 도전, 승패에 집중했다. 2부 합숙에서 엄정화는 아이들에게 담배를 내놓으라고 한다. “방송 나가잖아요. 카메라 끄면 낼게요”라는 여학생에게, 엄정화는 “카메라가 있어야 돼”라고 답한다. ‘우리 지금 방송하잖아’라는 자막과 함께다. 사소하지만 핵심적인 장면이다(물론 카메라는 여기서 꺼졌다). 문제 아이들과의 소통이나 교화보다 방송이 먼저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땅에 묻었다”는 학생들의 문제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보여준 것도, 그들을 미화해서라기보다 극적 반전을 최대화하기 위한 구성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오합지졸들의 감동 도전기’란 스토리를 위해 문제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다.


[분수대] 논란의 예능 … 이건 '송 포 유'가 아니라 '주홍글씨 포 유' (중앙일보, 2013-09-28)




[출처 - 경향신문]


이는 가해학생들만큼이나 방송의 잘못이 큽니다. 송포유를 비롯해 방송은 기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을 빼는 편집이 들어갑니다. 상황을 부연하는 자막도 마찬가지고요. 가해 학생들의 일진으로서의 화려했던 과거 행적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방송 제작진의 편집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이나 변화에 주목하기보다 보기 좋은 스토리를 가져다 놓고 거기다 아이들을 예능 방송처럼 끼워 맞춘 거죠.




피해자 배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증폭되는 논란들


이 모든 논란의 출발은 같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조금도 없이 가해자들의 이야기에만 주목했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도 피해자들이 받게 될 정신적인 충격에 대해 걱정하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손재환 조교수는 “학교 폭력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 제일 문제”라며 “가해 학생이 폭행 사실을 무용담처럼 얘기하게 되면 피해자에겐 2차 피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도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노래하는 모습만 앞세운다면 방송의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일진 미화논란 ‘송포유’ 착한예능 맞나요? (스포츠경향, 2013-09-22)



이런 상황에서 송포유 1회 방송직후 논란에 대한 PD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송포유 출연학생들을 섣부르게 옹호하다가 해명에 앞뒤 맥락이 없으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송포유>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스포츠경향과 전화 통화에서 “인터뷰 취지는 ‘어떻게 해서 이 학교에 오게 됐나’ 팩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교조주의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서 PD는 “이 아이들은 이미 소년원에 갔다 왔고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로, 이미 죗값을 치른 아이들에게 대체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일진 미화논란 ‘송포유’ 착한예능 맞나요? (스포츠경향, 2013-09-22)



또한 제작진의 옹호도 허무하게 송포유에 출연해 폴란드 합창대회에 진출한 학생들도 불미스러운 일들을 저질러 구설수에 오릅니다. 폴란드에서 클럽에 출입하거나 술과 욕설 등을 하는 등 계속해서 논란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송포유'에 출연한 학생으로 보이는 김모군의 페이스북 글 캡쳐 사진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김군은 지난 14일 "폴란드 클럽 좋구만. 굿", "폴란드 클럽 5시에 마감인데 7분 남았다. 이제 폴란드의 밤도 지나가는구나. 한국 가서 소주나 X나게 빨아야지"라고 적었다. 또 몇일 뒤 '송포유'가 방송되고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린 데 대해 "씨X TV 한 시간 나왔다고 악플 X되네. 자살할란다"라고 글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합창하라고 폴란드 보내놨더니 클럽에서 마감때까지 놀았다고 인증샷 찍고 술 마신 거 페북에 올리고. 도대체 뭘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인지 모르겠어요. 갱생은 커녕 허세만 더 키워주는 꼴인 듯"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송포유' 출연 학생, 폴란드 클럽 출입 인증샷? (뉴스원, 2013-09-23)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도 없이 안이하게 시작한 방송이 논란을 일으키자 잘못된 해명으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가해학생들은 불미스런 행동으로 기름을 부은 셈이죠. 물론 송포유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작진과 출연 학생들도 억울한 점과 과도하게 비난 받은 부분이 없지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한 기사는 PD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의 균형잡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서 PD는 ‘송포유’의 논란이 거세지던 시점, ‘교조주의, 구시대적 발상’이란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만 언론에 공개되면서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PD는 “‘왜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시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학교를 왜 그만두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질문자의 가치를 담아 ‘너 사과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교조주의적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교조주의이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정상인가”라고 말했다. 서 PD는 또 성지고 학생의 폴란드 클럽 출입 사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앞서 SBS는 “관리소홀이었다”며 공식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서 PD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관리소홀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방을 잡고 관리를 했지만 같이 잘 수는 없었다. 아이들 개개인이 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케어를 전혀 못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술, 담배가 기본 일상이었던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충격적이었지만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시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사회인처럼 살고 있었지만 아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26일 방송된 ‘송포유’ 마지막회 이후 새벽 2시까지 아이들과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다는 서 PD는 성지고, 서울도시과학기술고 학생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무분별한 ‘신상털기’에 대해 우려를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송포유’ 서혜진 PD “신상털기·융단폭격, 참 힘들었다” [직격인터뷰] (이투데이, 2013-09-28)




마지막까지 대회 수상 논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만 남겨


크나큰 논란 끝에 마지막회가 방영된 송포유. 그래도 1회에 비해서는 감상평에 감동어린 호평도 있었습니다. 100일 동안의 경험으로 조금은 달라진 아이들이 폴란드 합창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으니까요. 하지만 방송 직후 은상 수상도 사실상 참가상에 가깝다는 소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인일보]



송포유 성지고 은상 수상 논란에 따르면 온라인 게시판에 주장된 ′수상하지 못했다′는 글에 따르면 해당 대회에서 수상했다고 말하려면 우수상(GP), 지휘자상(CP), 특별상(SP)에 송포유가 이름을 올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코페르니쿠스 국제합창대회 참가해 팝&재즈 부문의 우수상은 폴란드 팀에게, 특별상은 멕시코 팀에게 돌아갔다. 사실상 송포유는 실버(silver)등급, 즉 참가상을 받았다고 설명돼 있어 ‘송포유 성지고 은상 수상 논란’이 사실상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


송포유 성지고 은상 수상 논란 ‘사실상’... 참가상 수상? (매일신문, 2013-09-27)




[출처 - 오마이뉴스]


결국 송포유는 제작진 측의 아이들보다 방송을 우선한 자극적인 편집과 섣부른 옹호 그리고 불미스러운 에피소드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논란만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분노한 시청자들 중에서도 엇나간 아이들이지만 충분히 반성하고 죗값을 치렀다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송포유는 그런 설득을 해내는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출연한 가해학생들과 이 방송을 보았을 피해학생들 양쪽에 상처만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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