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7. 12:59ㆍ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지난 11월 20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오금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을 위한 독한습관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쉼 없이 달려온 고3 학생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개최되었는데요. KBS 예능 프로그램 <1 대 100>의 MC 한석준 아나운서가 함께해 주셨습니다.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그가 건넨 위로의 말, 함께 들어볼까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들은 청소년에게 독서를 권장한다고 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게 독서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책을 읽으면 100년 전 혹은 더 먼 과거에서 지금 여러분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책을 읽으며 그들의 인생이 지금의 나와 같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그리곤 그들에게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능 준비 때문에 이런 시간이 적은 게 아쉬워요” 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그 놀라움의 나라
과거 베이징에서 연수를 한 한석준 아나운서, 그는 중국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자성어를 소개할 경우, 그 뜻과 해설을 함께 기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반면 중국에서는 의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한석준 아나운서는 삼국지 속 한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칠보지재 [七步之才] (두산백과)]
조조의 아들인 조비와 조식. 조식은 어릴 적부터 재주가 남달라 조조의 총애를 받았는데요. 그래서 조비는 아우인 조식을 견제하게 되지요. 조조가 죽은 뒤 조비는 왕위에 오르게 되고, 눈엣가시였던 조식을 죽이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시를 지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곤 시를 짓지 못할 경우 중벌에 처한다는 말을 하죠. 결국 조식은 형을 콩대에, 자신을 콩에 비유하여 우리는 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느냐는 시를 쓰게 되지요.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이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이에요. 중국의 외교부관리들은 인터뷰에서 남북한 문제를 언급할 때 이 다섯 글자를 인용하며 관계를 설명해요. 그리고 중국의 대중매체는 오직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만 표기하곤 이와 관련한 삼국지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죠. 성인은 물론 어린아이들도 이 말의 뜻을 안다는 가정 하에 기재 하지 않는 것이에요. 오직 이 다섯 글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중국인에게 놀라웠죠. 그리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건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책을 읽어 서입니다”라고 말하며 책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세상에 쓸데없는 책은 없다.
“책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 감이 안 잡히시는 분들 계시죠? 모두 읽는 베스트셀러? 행동을 변화시킬 자기계발서?”
한석준 아나운서는 이 질문에 ‘오만잡서’를 읽으라고 답하며 무협지를 예로 들었습니다. “남학생들은 무협지를 좋아할 거예요. 무협지를 읽는 사람은 공감할 것인데, 무협지를 읽으면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져요. 책을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빨아드려 읽는다고나 할까(웃음)” 이어서 “그러면 당연히 언어영역 점수도 잘 나올 거예요. 그래서 세상에 쓸데없는 책이란 없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곤 “만약 읽어서 이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상한 책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그것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오만잡서를 읽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시간과 선택 연습의 책
다른 매체와 비교해 책이 나은 점은 뭘까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책은 시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 책을 읽으며 선택을 연습 할 수 있다는 점이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드라마는 초반부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아야 해요. 전개 속도가 빨라지죠. 시청자들은 그 속에서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게 돼요. 행동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책은 생각할 시간을 줘요”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 시간이 정해진 드라마 · 영화와 달리 시간적 제약이 없는 것, 그래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책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선택을 연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 책 속 상황을 경험할 수 있어요. 주인공의 상황에 놓여 선택의 기로에 서 보는 거예요. 이를 연습해 보면 나중에 소설 밖 현실 속에서 책으로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다가왔을 때, 보다 수월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강연의 질의응답은 평소 한석준 아나운서에게 궁금했던 점을 종이에 적어내면, 이 중 질문을 선별해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질문에 채택된 학생의 이름이 불리면 연신 환호성을 질러주는 다른 학생들 덕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Q. 예전에 비해 책에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어떡해야하나요?
보고 싶은 걸 보세요. 관심 있는 것, 좋아하는 것, 웃기는 것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흥미도 다시 생겨날 거예요. 책에 흥미가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Q.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가요? 아님 한 권의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중요한가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10년 이상 잘 팔린 책은 여러 번 읽을수록 좋아요. 그 중 100년 이상 내려오는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말 할 필요도 없이 매우 좋아요.
Q. 책을 읽을 때 주제어나 핵심어를 쉽게 찾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그게 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생긴 질문이에요.(웃음) 책은 공부를 하기위해 읽는 게 아니라, 일단 나 좋으라고 읽는 거예요. 핵심어를 찾고, 주제를 파악하는 등 공부로 책을 읽지 마세요. 그래도 단 한 가지 노하우가 있다면, 목차를 많이 읽는다는 건데요. 목차를 읽으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순서별로 정리되고, 큰 그림으로 볼 때 각자의 글이 어느 위치에 놓여 지는지 정리가 되거든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강연시간 내내 유쾌하고도 진중한 태도로 책을 읽고 살던 대한민국 고3 학생들에게 독서의 의미를 재조명해 주었습니다.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하죠? 큰 산을 넘은 19살의 학생들은 이제 20살, 청춘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세계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들이 울고 웃을 때, 그들 옆에 함께할 인생의 책은 과연 무엇이 될까요? 고3 학생들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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