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가 ‘펜트하우스’를 권한 이유

2013. 12. 3. 09:45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 출처 - MBC '나혼자산다'] 



여러분, 혹시 ‘식사’와 ‘사료’의 차이를 아시나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식사의 의미를 재조명하여 이슈가 되었던 분이 계시죠. 바로 철학계의 아이돌 강신주 박사! 동서양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구로 ‘강신주 철학’이라는 고유명사까지 탄생시키셨다고 하는데요. 준비하는 청춘들을 위해 철학자 강신주가 준비한 독한 강연이 지금 시작됩니다.^^ 




‘책’과 ‘교재’를 구별하라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읽는 것은 ‘교재’와 ‘책’,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둘에 대한 구분 없이 모두를 ‘책’으로 생각하는데요. 강신주 박사는 ‘교재’와 ‘책’을 구별하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특성으로 두 가지를 살펴보면, 학교에서 봤던 교재는 학기가 끝나면 버려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책은 버려지지 않죠.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라도 다 읽었다고 불태우거나 버리는 사람은 대부분 없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 둘의 차이가 더욱 분명해질 텐데요. 페이지에 침 자국과 필기체가 뒤엉킨 자국이 있다면 이것은 ‘교재’, 반면 잠을 깨게 만들고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책’이라고 합니다. 즉 나를 밀어내느냐, 글 속에 몰입하게 만드느냐가 이 둘을 구분 짓는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책과 교재의 차이는 겉표지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읽은 나만이 알 수 있다는 것! 강신주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 둘을 구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죄와 벌이 아닌 펜트하우스일지라도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어떤 책을 보셨나요? 강신주 박사는 10대 시절 가장 많이 읽었던 책으로 음란물인 ‘펜트하우스’와 ‘플레이보이’를 꼽았습니다. 학창시절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 두 잡지에 그토록 열광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읽다가 혼이 난적도 있다고 합니다.^^





강신주 박사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독서를 시작하는 방법이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호기심을 잡아당기는 것’, 그리고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잡아끄는 것’입니다. 설령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아닌 살색이 난무하는 <플레이보이> 일지라도 말이죠. 섹시한 지하의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책이 다가오고, 시간이 지나면 성스러운 지상의 책으로 다가가게 된다고 하네요.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 아껴 읽는 책을 만나라


여러분의 책장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강신주 박사는 책장이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기 전 나의 책장이 토익 책과 교재로만 빼곡히 채워져 있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냐며 객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는데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책, 여러분을 기쁘게 하는 책, 몰입할 수 있는 책이 한 권만 있어도 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 것이 되겠죠. 





‘오늘은 여기까지. 그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 있으신가요? 다음이 궁금하지만 내일 봐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책, 아주 맛있는 음식처럼 조금씩 맛보는 책, 지금 먹어야 가장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 마르더라도 내일로 미뤄 먹고 싶은 책. ‘강신주’ 박사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다면 서점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4~5시간 서점을 유랑하며 타인의 시선과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책을 고르기 보단 내 몸과 마음이 이끄는 책을 만나라고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아껴먹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신랄하고 솔직한 표현으로 진행된 독한습관 1부 강신주 박사의 강연이 끝나고, 2부 질의 응답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무대와 관객석을 오가며 소통한 강신주 박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간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Q. 서점에 가면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이 옵니다. 몸이 찾는 책과 머리가 찾는 책이 달라요. 이럴 땐 어떡하죠?


처음에 걷기 시작한 아이를 백화점에 데려가면 그 아이도 '멘붕'이 옵니다. 하지만 그 아이를 수백 번 같은 곳에 데려가면 태도가 달라지죠. 서점을 많이 가세요, 그리고 몸이 흐르는 대로 원하는 책을 고르세요. 대부분이 서점에 갈 때 살 책을 정해놓고 가요. 하지만 서점에서 책을 살 때는 내가 처음 의도했던 게 아닌 책을 사는 거예요. 그래서 현금인출기로 가서 돈을 뽑아 그렇게 급작스럽게 사게 만드는, 몸이 이끄는 책을 사는 거죠. 



강신주 박사의 독한 강연, 재미있게 보셨나요? ‘교재’와 ‘책’의 의미를 구별하고, 점잖고 고상한 책만이 의미 있다고 착각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발길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책을 찾으라’는 간단명료한 이야기를 강신주 박사만의 매력으로 풀어주셨는데요. 강신주 박사의 강연을 끝으로 올해의 독한습관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내년에 새롭게 찾아올 독한습관이 기대가 됩니다. 2014년 독한습관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주실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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