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9. 10:28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 - 스포츠서울닷컴]
가슴을 졸이게 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이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한국 시각)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주 휴양지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H조에 포함됐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 축구가 2회 연속 16강 진출을 위한 주판알 튕기기가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을 경험한 팀들이 모두 출전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바탕으로 시드국을 배정한 건 강호 간의 맞대결 가능성을 증폭하게 했다. 홍명보호도 사상 최악의 '죽음의 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비교적 '해볼 만한 팀'과 한 조에 묶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무난한 조에 속한 것일까.
조 편성 긍정론, 이유는
H조에서 소련 시절을 지낸 러시아를 제외하면 역대 월드컵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팀은 한국과 벨기에다. 각각 2002 한일월드컵과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H조에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팀은 없다. 강력한 우승후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로 세계 톱클래스 팀들의 경쟁에선 현지 적응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남미 팀의 강세를 예상한 이유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남미 팀을 상대로 1무4패로 부진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남미 팀이 없는 두 개 조(G, H) 중 하나에 속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번만큼은 '같은 처지'에 놓인 팀과 경쟁하게 됐다.
상대국을 들여다봐도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벨기에는 FIFA 랭킹 11위에 오른 강호다. 에당 아자르(첼시)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의 주력 선수가 뛰고 있다. 유럽 예선에서 8승2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포트1(시드국)'에 속한 팀 중 국제무대 경험이 가장 적다. 한국이 최근 10년 사이 월드컵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낸 것과 다르게 벨기에는 2002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재능들이 많아도 '경험'이 부족한 건 큰 약점이다. 또한, 한국과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선 0-2로 졌고, 1998 프랑스월드컵에선 1-1로 비겼다. 벨기에도 한국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출처 - KBS1 캡처]
최상의 조편성이다. 한국이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를 상대로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린다.
한국은 7일 새벽 브라질의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조추첨 결과 H조에 속했다. 미국, 멕시코,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일본, 이란, 호주 등 북중미와 아시아 국가가 배정된 3번 포트에 속한 한국은 톱시드 벨기에, 아프리카 알제리가 먼저 뽑힌 상황에서 H조에 포함됐다. 이탈리아의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가 한국의 운명을 결정했다.
[월드컵 조추첨] 한국 '최상의 조편성', 벨기에-알제리-러시아와 격돌(종합)
스포츠서울닷컴, 2013-12-07
알제리는 애초 이번 월드컵 최약체 중 한 팀으로 꼽혔다. FIFA 랭킹은 56위인 한국보다 높은 26위에 자리하고 있으나 역대 세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월드컵에선 20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1무2패로 탈락했다. 아프리카 2차 예선 H조에서 5승1패 선두를 기록하며 최종 예선을 치른 알제리는 부르키나파소와 1차전 원정에서 2-3으로 진 뒤 홈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1, 2차전 합계 점수 3-3 타이를 이뤘으나 원정 다 득점 원칙에 따라 본선에 올랐다.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점은 물론 과거 청소년 국제 대회 시절 박주영(아스널) 손흥민(바이어 레버쿠젠) 등이 뛴 한국이 모두 이기기도 했다. 베일에 싸인 '복병'으로 불리지만,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FIFA 랭킹 22위의 러시아는 본선에 오른 유럽 팀 중 가장 순위가 낮다. 최근 두바이에 열린 한국과 친선 경기에서 국내파 선수로 꾸리고도 2-1 승리를 거뒀으나 잉글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포함된 포트4에서 단연 반가운 팀이다. 유럽 예선에서 7승1무2패를 기록한 러시아는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월드컵에선 아직 두드러진 성적을 내진 못했다. 과거 소련 시절 한 차례 4강(1966 잉글랜드 대회)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로 바뀐 뒤 유로 2008에서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메이저 대회 성적은 저조하다. 개인 전술보다 힘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하는 것 또한 한국으로선 편안한 상대다.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를 떠올리며 조직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빅토르 페이즐린, 로만 시로코프(이상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상대 주력 선수와 미리 겨뤄본 경험이 있는 점도 호재다.
2006 독일의 아픔 잊지 않았다
예상을 뒤집은 조 편성 결과로 각 매체의 머리기사엔 '최상'이란 단어가 채워졌다. 하지만 문득 8년 전 2006 독일월드컵 조 추첨이 열린 라이프치히의 기억이 스쳐 간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G조에 속했다. '한물간' 팀으로 불린 프랑스가 조 최강으로 예상된 가운데 스위스는 '알프스의 강호'로 불리면서도 당시 FIFA 랭킹 45위(現 7위)로 53위인 한국(現 57위)과 2위 다툼이 예상됐다. 토고는 월드컵 처녀출전으로 FIFA 랭킹 56위의 약체였다. 늘 남미 팀 또는 유럽 전통의 강호와 한 조에 묶여 고난의 행보를 보인 한국 축구 사상 최상의 조 편성으로 불렸다.
[출처 - 스포츠서울닷컴]
8년 전 2006 독일월드컵 조 추첨이 열린 라이프치히. 한국이 프랑스 스위스 토고가 속한 G조에 포함되자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대표단은 환하게 웃었다. 독일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를 제외하면 스위스와 토고는 해볼 만한 상대였다. 스위스는 '알프스의 강호'로 불렸으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5위(現 7위)로 53위인 한국(現 57위)과 2위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았다. 토고는 객관적인 전력상 월드컵 처녀출전이며 FIFA 랭킹 56위의 약체였다. 늘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와 남미팀과 한 조에 묶여 고전한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대진운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조 최강이었던 프랑스가 초반 스위스, 한국을 만나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둬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토고를 제외한 세 나라가 혼전 양상을 띠었다. 16강이 결정된 팀이 한 팀도 없었다. 한국은 토고를 2-1로 잡고 프랑스와 1-1로 비기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스위스와 최종전에서 0-2로 져 1승1무1패를 거두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최상 - 2006 독일월드컵 (프랑스 스위스 토고), 스포츠서울닷컴, 2013-11-22
반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등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으나 1승1무1패로 16강에 올랐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가 3전 전승을 거두면서 일찌감치 1위를 확정한 게 컸다. 즉 한국 축구가 16강에 오를 확실한 전력이 아닌 이상 전통의 강호 한 팀이 묶이는 게 도움이 됐다. 이는 다른 조에서도 두드러졌다. 오히려 최고의 대진 운이 16강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 모두 '최상의 조'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절대 강자와 약자가 없는 조가 '죽음의 조'로 역설되는 이유다.
월드컵에선 '꼼수'란 없다. '한국형 축구'를 앞세운 홍명보호는 사소한 고정관념 없이 자신들의 길을 잘 닦고 가는 게 중요하다. 16강 진출은 2승 또는 최소 1승2무의 성적이 돼야 가능하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철저한 준비는 물론 방심하지 않는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최상의 조 편성으로 여기기보다 2006 독일의 아픔이 진정한 교훈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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