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화합을 이뤄낸 ‘넬슨 만델라’, 그를 추모하며

2013.12.17 10:3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

나는 그 어떤 신이든, 그 신께 감사하노라

내게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티 헨리의 ‘인빅터스(invictus·정복당하지 않는)’의 첫 부분인데요. 이 시는 반역죄로 27년이나 수감생활을 했던 만델라가 즐겨 낭송하고 동료에게 들려주었던 시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흑백화합을 이뤄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2월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그의 타계 소식에 전 세계인이 애도의 성명을 내비췄는데요.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그가 평화 속에 잠들었다”며 “남아공의 위대한 아들을 잃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반기문 UN 총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MS 의장,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방송인 래리 킹, 축구선수 호날두 등도 트위터 등을 통해 애도했는데요. 오바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용기 있으며, 매우 선한 인물 한 명을 잃었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이 되기까지




[출처 - 서울신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18년 트란스케이의 수도 움타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추장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남아프리카 흑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고, 1944년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청년동맹을 설립하는 등 흑인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1952년에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흑인들의 희망이 됐는데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에 대항해 싸우던 만델라는 1956년 반역죄로 기소됐으나 1961년 무죄로 석방됐습니다. 1960년 70여 명이 숨지는 ‘샤프빌 대학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만델라는 비폭력 노선을 포기하고 폭력 무장투쟁으로 돌아섰으며, 1962년 체포되어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수감 중이던 1964년 6월에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약 2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백인 정부는 흑인들의 굽힘 없는 투쟁과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하여 1990년 2월 만델라를 석방하게 됩니다. 석방 후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아공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공적으로 1993년 드 클레르크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1994년 4월에는 남아공에서 최초로 흑인이 참여하는 자유 총선거를 통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데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평등 선거 실시 후 뽑힌 최초의 대통령이었죠. 과거 청산을 위해 그가 만든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전 세계가 본받고자 하는 롤 모델이 되어 용서와 화해의 참뜻을 깊이 새겨주었습니다. 흑인들의 투쟁을 화형과 총살 등의 잔악한 방법으로 탄압한 국가폭력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사면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 무덤에 비석을 세워줌으로써, 아파라트헤이트 시절의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잊히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넬슨 만델라의 삶을 다룬 책과 영화


그의 삶을 보여주는 것들은 자서전과 어록집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입니다’라는 말을 했던 그를 떠올리며 그의 삶 뿐 아니라 그가 생전 즐겨 읊었던 시와 그를 소재로 한 영화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처 - 예스24]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넬슨 만델라 저 | 김대중 역 | 2006 | 두레)


지난 날의 자유의 투사에서 오늘의 성자로 바뀌어가고 있는 만델라, 이 책은 한 인간의 드라마 같은 인생 역정을, 치열한 싸움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그 긴 여정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성숙되고 완성되어 가는가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구성이 치밀하고 잘 씌어진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은’ 뛰어난 문학작품이자, 굴곡 많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만델라의 자서전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다음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반인륜 범죄체제라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에 맞서 만델라가 왜, 어떻게 싸웠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고난을 겪고, 어떻게 극복하였는가를 기록한 책입니다.


만델라는 모든 인간의 깊은 마음속에는 자비와 관용이 있다는 점을 늘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피부 색깔이나 가정 배경과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증오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증오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증오를 배운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 마음에서 사랑은 그 반대보다 훨씬 더 본성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착함이란 가려 있으나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억압받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억압하는 사람도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만델라: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드라마 | 2013 | 독일 | 저스틴 채드윅 감독 | 이드리스 엘바, 나오미 해리스 출연)


유년기부터 인종차별정책에 항거한 시절, 27년간의 감옥살이, 남아공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과정 등 만델라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모두 담고 있는 영화. 



아직 개봉 전인 <만델라: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은 영국 런던의 오데온 극장에서 시사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서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영회장이 울음바다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사회에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둘째 달인 제나니, 셋째 딸인 진지와 윌리엄 윈저 왕세손,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비 등이 참석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만델라 전 대통령 딸들의 부탁으로 영화는 끝까지 상영됐고 2분 동안 묵념을 진행하며 만델라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고 합니다.




죽어서도 이어지는 넬슨 만델라의 정신




[출처 - 서울신문]


지난 10일, 오하네스버그 FB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90여 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는데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그 자리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하며 만델라가 외쳐온 평화의 정신을 보여줬습니다. 2006년 정권을 넘겨받은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지금까지 미국 정상과 만난 적이 없는데요. 위대한 거인의 죽음 앞에서 두 정상은 반목을 잠시 미루고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타계 후에도 화해의 가르침 전하는 만델라의 정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지난 15일 고향 쿠누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됐습니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과 만델라 부인 그라샤 마셀 여사 등 가족을 포함한 약 5000명이 참석했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진행된 장례식은 TV를 통해 남아공과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만델라의 시신이 든 관은 인근 가족 묘원에 매장됐습니다. 이날 장례식을 끝으로 만델라를 애도하는 10일간의 국가적 추모행사가 모두 종료됐는데요. 만델라가 사라진 남아공은 생전 그가 남긴 ‘인종차별 없는 민주주의’라는 유지를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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