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9. 13:1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신문 기사를 매일 읽으시는 분께는 새삼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신문은 계속 진화해 왔습니다. 최신 정보와 심도 있는 칼럼을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과연 신문은 어떤 변화를 거쳐 독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요? 읽기 쉽게 진화한 신문에 대해 살펴볼게요.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한문에서 한글로 진화하다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데요. 그런데 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 기사를 읽을 때 눈동자는 좌우가 아닌 상하로 움직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사가 한문 중심의 세로쓰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한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역사적으로 세로쓰기를 사용했습니다. 가로쓰기는 공간이 가로로만 한정된 간판이나 현판 같은 곳에서만 사용되었었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해례본도 세로쓰기로 되어 있을 정도로 세로쓰기는 문서와 활자의 기본 체계였습니다. 당연히 신문도 이 체계를 그대로 이어받았죠.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 가로쓰기가 적극적으로 도입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하며 근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가로쓰기로 된 서양 서적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그 영향으로 점차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체계가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신문은 세로쓰기를 고수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가로쓰기가 등장한 적도 있습니다. 1897년 주시경 선생이 한글은 가로쓰기가 적합한 글자라는 취지의 글을 독립신문에 기고하기도 하였으나 세로쓰기라는 대세를 거스르진 못 했습니다. 1947년 창간된 호남신문은 한국 최초로 가로쓰기를 신문 기사에 도입했으나 이내 세로쓰기로 되돌아갔죠. 하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적이 가로쓰기로 전환되어 대세는 가로쓰기로 기울었습니다.
대대적으로 가로쓰기가 신문에 도입된 것은 언제일까요? 1985년 스포츠서울이 가로쓰기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중앙지로서는 1988년 창간한 한겨레신문이 최초라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1988년 5월 태어난 한겨레신문은 가로쓰기를 택했다. 이를 결단하는 데는 아주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 것과 같은 용기가 필요했다. 다른 신문들이 기득권 세력에 기대 그 이익을 누리는 상황에서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내용과 논조를 펴고 한글만으로 쓰고 그 대표적 표징으로서 가로쓰기를 고집한 것은 그야말로 위대한 거부의 몸짓이었다.
가로쓰기 구획편집 선구 보고 읽기 쉬운 신문 거듭나다(한겨레, 1998-05-16)
또한 한글만으로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한겨레가 최초라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한문과 한글을 섞어 기사를 쓰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며 독자들은 세로쓰기와 한문을 버거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로 쓰면 기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한문만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던 거죠.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컴퓨터의 도입입니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가로쓰기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널리 쓰이면 쓰일수록 가로쓰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다른 신문사 모두 가로쓰기에 동참합니다. 현재는 세로쓰기를 하는 신문사가 없죠. 독자가 더 읽기 쉽도록 변화를 받아들인 겁니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신문의 시각화
[출처 - 한국신문협회]
90년대는 신문 지면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시기였습니다. 신문 지면에 컬러 사진, 컴퓨터그래픽, 일러스트 등 시각적인 요소가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만을 읽는 신문에서 여러 시각 정보를 유기적으로 조합해 보는 신문으로 변모한 거죠. 덕분에 독자가 기사를 이해하는 것이 더 쉬워졌습니다.
컬러사진 자체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였습니다. 1925년 2월 우리나라 신문사 중 최초로 조선일보에서 컬러 인쇄를 했다고 합니다. 기사 사진과 광고에 컬러가 등장한 거죠,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쓰일 뿐 대부분은 흑백이었습니다. 신문 지면이 본격적으로 컬러화 되기 시작한 건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의 생생함을 컬러 사진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출처 - 조선일보]
2000년 대 들어 본격적으로 신문이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변모하며 컴퓨터그래픽과 일러스트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것은 인포그래픽입니다. 글로만 읽으면 복잡하게 얽힌 사건도 일목요연하게 짜인 하나의 이미지로 보는 인포그래픽이라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죠. 이 때문에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경향신문, 연합뉴스 등은 적극적으로 인포그래픽을 기사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 다독다독 기사 - 신문에서 인포그래픽이 중요해지는 이유 [바로가기]
나아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기사의 경우에는 동영상 같은 시청각 자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희미한 흑백 사진에 한문 세로쓰기 된 활자만 가득하던 옛날 신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쉽고 재밌게 기사를 볼 수 있도록 진화해온 우리나라 신문. 앞으로도 독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갈 수 있도록 진화해 나갈 신문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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