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1. 10: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최근에 주변에 보면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영어학습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어민 강사가 지도하는 영어학원의 경우 수업료가 상당히 비싼데도 불구하고 자녀의 영어교육을 위해서 억지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투자를 합니다.
이런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부분은 주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분야건 일찍 시작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제는 학습자가 배울 의사가 있고 학습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2가지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1. 어린 아이는 무조건 외국어를 빨리 쉽게 배운다.
2. 성인은 외국어를 배우기에 너무 늦은 시기라서 시도할 가치가 없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부분인데, 아직 한국어도 서툰 어린 아이를 미국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를 가지고 원어민 강사가 지도하는 수업에 보내는 것은 1번의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성인인 부모들은 영어를 공부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2번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자신들은 늦게 배워서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자식이라도 빨리 배워서 가장 중요한 수업과목이면서 취직에도 도움이 되는 영어가 유창해지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과연 그럴까요?
1. 어린이가 언어습득에 투자하는 시간 = 깨어있는 모든 시간
어린 아이들은 언어(모국어+외국어)를 빨리 쉽게 배울까요? 대략 5~7세 정도의 아이는 어른과 대화해도 문법적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합니다. 어려운 학술적 내용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는 대부분 잘 알아듣고 또래는 물론 어른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영어공부를 해도 계속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고민하는 어른들이 보면 어린아이의 언어 능력은 일견 초능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상적인 관찰에는 많은 오해와 편견이 숨어 있습니다.
일단 어린이와 어른들의 외국어 습득 능력의 근본적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반복해서 말해보고 실전에서 문맥에 맞게 사용해보는 훈련을 거쳐서 유창성과 정확성이 높아지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집중하고 노력을 들여 언어를 배우는 시간을 투자하는가에서 아이와 어른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7세 정도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하루 종일 언어습득 활동을 합니다. 어른처럼 회사에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생존을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그저 잘 놀고, TV보고, 유치원이나 유아원에 가서 또래 집단 친구들, 선생님과 대화하고, 집에서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어린이가 눈을 뜨고 활동하는 시간을 잘 관찰해 보면 대부분이 언어활동과 관련돼 있습니다. 어린이의 경우 언어를 배우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어린이는 단어를 쉽게 외운다?
어린 아이들이 처음에 말을 배우고 단어를 암기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옆에서 관찰해 보면 어른도 깜짝 놀라는 수준입니다. 하나의 단어를 제대로 암기하기까지 정말 많이 반복하고 발음도 처음에는 틀리지만 계속 노력해서 비슷하게 나오게 연습하고 실제 사용하며, 듣기에 투자하는 시간도 성인은 엄두를 못 내는 수준입니다.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모국어를 듣고 또 듣습니다. 계속 말하고 또 말해봅니다.
주변에 어린 자녀나 조카가 있으면 한국어 단어를 어떻게 습득하는지 살펴보시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실 겁니다. 4~5세가 되면 아이들의 언어 능력에 많은 향상이 있는데, 잘 보면 처음부터 단어나 문장을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입으로 옮길 때 약간의 기다리는 시간(delay)이 있습니다. 바로 표현이 막 나오지는 않는 시기가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실전에서 계속 사용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대기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윽고 생각하는 바를 동시에 입으로 쏟아냅니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속도로 말하는 단계로 진화합니다.
3. 절대적인 언어 사용시간
5세 아이가 모국어를 제대로 듣고 말을 하기까지 만 2세부터 한 실제 언어 연습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하루 15시간×365일×4년 = 2만1900시간
자그마치 2만1900시간이라는 기간 동안 아이는 모국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항상 실전 상황에서 연습하고, 주변에서 자신의 언어 수준에 맞춰서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해서 쉽게 이야기해 주는 최고의 원어민교사(부모님)와 함께합니다.
한국의 성인 영어학습자가 하루에 1시간 성실하게 영어를 공부하면 60년이 걸려야 5세 아이가 학습한 2만1900시간을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네, 6년도 아닌 60년입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무조건 매일 2시간씩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현실적으로 대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매일 1시간씩 집중해서 영어학습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언어 노출시간을 생각해보면 영어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답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성인 학습자가 아무런 의무사항이 없이 하루 종일 한 가지 외국어만 배울 수 있고 주변에 최소 2명 이상의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언어 학습을 도와준다면 얼마가 걸릴까요? 기존 사물에 대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학습전략이나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같은 수준에 도달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 학습은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혹은 나이가 많다고 언어학습 능력이 없어지거나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내지 못하는 성인의 환경적인 한계에 기인합니다.
4. 결정적시기 가설 (Critical Period Hypothesis)
기존에는 결정적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해서 모국어 습득에는 특정한 시기가 있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외국어 학습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습니다. 사춘기(12세) 이전에 배워야 제대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으로, 이후에는 제대로 된 외국어 습득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다국어 사용자나 성인이 된 이후에 외국어를 배워 유창하게 구사하는 수많은 연구사례가 나와 SLA (second language acquisition) 이론상에서 나이 결정론은 퇴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이중언어자(bilingual)들이 사춘기 이후 혹은 성인이 되어서야 외국어를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원어민과 동등한 수준의 언어사용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외국어 습득은 어렸을 때 시기를 놓치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본인의 동기의식과 구체적인 목표, 제대로 된 학습방법, 투여하는 학습시간에 따라 원어민과 비슷하거나 동등한 수준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집중해서 공부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음의 경우 외국어 학습자가 원어민을 따라가기 힘들지 몰라도 독해력과 작문실력의 경우는 사춘기 이후 영어를 공부한 사람의 경우라도 원어민을 앞서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5. 언제(when)보다 어떻게(how)에 관심을
영어조기교육 열풍현상을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격화된 경쟁으로 인해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영어 자체를 억지로 공부해야 하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생각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비싼 영어학원에 어린 자녀를 못 보내서 가슴이 아픈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유아반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의 전체적인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빨리 배운다고 해봐야 제가 볼 때는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얼마나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이후 성인이 되어 지식습득과 의사소통에 영어를 제대로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조기영어교육을 받지 않은 대다수 한국 성인 영어학습자의 경우 영어 학습과 관련해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은 스스로 낮은 동기의식을 유발하고 결국 습득을 방해하는 자기암시를 하게 됩니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언제 시작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소 늦게 시작하더라도 강한 동기의식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본인이 집중해서 공부하는 절대시간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법론과 관련해서 성인의 경우 영어 자체를 ‘지식’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활용을 위해서는 ‘도구’로 배워야 합니다. 특히 제 칼럼의 주 독자층인 직장인 분들의 경우 현실적인 활용의 도구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영자신문을 읽으면서 시사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바로 이런 영어 활용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
1) 어린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모국어를 습득한다
2) 어린이도 부단한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단어와 문장을 습득한다
3) 성인도 같은 시간과 노력을 언어학습에 투자하면 더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
4) 외국어 학습에서 결정적시기 이론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5) 많은 수의 이중언어, 다중언어 사용자가 성인이 되어 새로운 언어를 성공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하고 있다
6) 주위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배워야 한다
7) 영어학습을 언제 시작하는 것보다 어떻게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하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8) 동기의식과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학습해야 한다
9) 매일 집중해서 공부하는 절대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10) 외국어 습득은 나이에 제한되지 않는다. 배우려는 열정과 노력에 따라 언제든지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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