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신문의 뉴스 사이클 이해하는 노하우

2014. 1. 14. 09:53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대학재학 시절, 처음에는 영어실력이 중간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회화와 영작실력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영어로 토론을 하면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영자신문을 매일 꼼꼼하게 읽는 공부를 몇 달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영자신문을 통해 “같은 주제의 기사를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해서 같은 주제의 기사를 몰아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 제 학번이 ‘응답하라 1994’보다 약간 더 올라갑니다 ㅜㅜ) 도대체 어떻게 같은 주제의 영어기사를 주기적으로 공부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매일 영자신문을 읽다 보니 뉴스 사이클을 자연스럽게 따라간 것 같습니다. 


뉴스 사이클을 3단계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뉴스 사이클 3단계>


1. 스트레이트: 새로운 사건이나 사안이 스트레이트 뉴스로 처리됩니다. 


2. 분석/피쳐: 스트레이트 뉴스가 한차례 지나가면 해당 주제를 분석(analysis)기사나 피쳐(feature)기사로 다루는 시기가 옵니다. 


3. 사설/칼럼: 분석/피쳐 기사가 나오는 시기와 동시, 혹은 그 이후에 사설(editorial)이나 칼럼(column)에서 동일한 주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룹니다. 


특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일단 사실(fact) 위주의 기사가 일단 보도됩니다. 보통 400단어 내외의 기사로 사실관계를 중요도 역순으로 나열하지요. 기사의 가장 상단인 lead 문단에 가장 중요한 정보가 모두 압축되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중요도가 떨어집니다. 신문의 편집체제로 인한 이런 기사 구성은 앞부분에 있는 3~4 문단만 읽어도 핵심적인 내용을 빨리 이해하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면 영자신문 기사의 사이클의 상당부분을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면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사를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이트 기사작성을 가장 먼저 배우지만 오랜 기간 실전에서 기사를 써도 매번 쓰기 어렵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제나 배경지식, 흐름, 새로운 정보 등은 비교적 누적되어 속도가 빨라지지만, 스트레이트 뉴스의 구조인 가장 중요한 정보를 첫 문단에 압축하는 작업은 상당한 경험과 직관, 현재 상황판단, 분석력, 기사가치에 대한 이해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스트레이트 뉴스가 주로 ‘무엇이 일어났다’라는 공식에 맞추고 있다면 분석/피쳐기사는 그런 사안이 ‘왜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을 많이 취합니다. 개인적인 사례나 인터뷰 내용이 많이 포함됩니다. 분석/피쳐는 길이가 700단어 혹은 그 이상인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관점이나 의견이 취합되어 종합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길이가 길어지는 편이지요. 


사설이나 칼럼은 해당 사안에 의견이나 제안을 혼합해서 다룹니다. 사설은 좀더 격식을 갖추고 이슈를 설명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럼은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가거나 좀 더 친근한 문체를 취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사설에는 기명저자가 없는 반면 (보통 논설위원실에서 쓰지만 신문사의 공식입장이고 협업이기 때문에 바이라인이 없습니다) 칼럼은 사진과 저자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스트레이트 → 분석/피쳐 → 사설/칼럼 



3단계의 순서는 상황에 따라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사 총파업’이라는 기사가 일종의 패키지로 같은 날짜에 처리될 수 있습니다. 



- 1면에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스트레이트 뉴스가 나갑니다. 

- 사회면에는 분석기사가 실리면서 의사-정부의 갈등의 원인과 향후 전망 등이 들어갑니다. 

- 사설면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사설이 실리면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들과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가 설명됩니다. 



이렇게 동시에 처리하는 경우 독자는 뉴스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영어학습자가 많은 영자신문 독자의 경우 같은 사안을 같은 날자 신문에서 여러 번 다른 기사와 칼럼에서 보기 때문에 내용 이해도와 표현 응용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3개의 다른 장르의 기사를 같이 준비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일단 스트레이트를 처리하고 다음날 분석, 사설이 따라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의 초기전투가 벌어지는 분야가 바로 스트레이트 기사고, 바로 이 스트레이트 뉴스에서 특종이 많이 나옵니다. 모든 기자는 다른 어느 곳에도 나오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나 특종(scoop)을 쓰고 싶기 때문에 눈과 귀를 활짝 열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분석이나 피쳐도 특종이 나오는데, 보통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들여서 준비하고 작성하는 기획기사의 형태가 많은 편입니다. 


3단계의 뉴스 사이클과는 다르게 스트레이트 뉴스가 계속 ‘진화’하는 다른 종류의 사이클도 동시에 전개됩니다. 



<뉴스의 주기적인 반복패턴> 


스트레이트1 - 분석/사설/칼럼 - 스트레이트2 - 분석/사설/칼럼 - 스트레이트3 - 분석/사설/칼럼



A라는 사건이 일어난 뒤에 B신문사에서 단독 스트레이트 기사로 나옵니다. 단독/특종기사의 경우 다른 신문사에서 관련 기사의 내용을 참조해서 소위 ‘따라가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거의 모든 신문사의 1면이나 주요 섹션 탑을 차지하게 되지요. 


이어 스트레이트를 보강하는 분석/사설/칼럼이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A라는 사건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C라는 세부사항을 D신문사에서 보도합니다. 이제 다른 신문사들이 D신문사의 내용을 기사에 포함시켜서 다시 비슷한 내용의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정부에서 지금까지 나온 A와 C에 대한 입장을 다음주에 밝히겠다고 공지합니다. 이제 정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정부 입장에 대한 예측기사가 하나의 사이클을 만들면서 만들어집니다. 실제 기자회견이 있던 날의 E라는 내용이 다시 스트레이트 뉴스로 나오고, 관련 내용이 분석/사설/칼럼으로 다시 재해석되어 생산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사이클을 만들면서 새로운 정보와 반응, 해당 관계자의 입장추가 등이 이루어지면서 기사가 계속 만들어집니다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내용의 기사가 사이클을 가지고 신문에 나온다는 사실은 영자신문 독자가 최대한 활용해야 할 부분입니다. 



<영자신문 읽기에 뉴스 사이클 활용하기> 


1) 특정 주제의 스트레이트 기사가 발생할 경우 반복되는 사이클의 부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기사를 찾아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쌓는 기초작업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영어기사로 배경지식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 상황에 따라 국문신문에 나오는 내용을 정리해도 좋습니다. 


2) 이미 공부한 주제의 기사의 경우, 스트레이트 기사라면 새롭게 추가된 내용, 즉 기사의 처음 3~4 문단에 집중합니다. 분석이나 피쳐의 경우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배운 기본 영어표현과 내용을 토대로 ‘원인, 이유, 전망’에 집중해서 읽어 나갑니다. 빈도가 높은 영어 표현이 중첩되어 나오기 때문에 활용도 높은 영작용 표현을 많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3) 기사에 나오는 ‘향후 전망’이나 ‘예측’에 대한 부분을 유의해서 봅니다. 내일 관련 기사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일까 본인이 직접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스트레이트만 나왔다면 사설이나 칼럼의 내용을 예상해 보거나 본인이 직접 기존에 나온 스트레이트와 분석기사를 이용해 직접 간단한 칼럼을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실전응용] 


최근 영자신문에는 ‘의사 파업’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Doctors threaten to strike in March


The Korea Medical Association vowed Sunday to go on an all-out strike on March 3 if the government pushes ahead with its plan to allow telemedicine and for-profit medical subsidiaries.


The move by the country’s largest group of doctors is to pressure the government to abandon its plan, which doctors see as a step toward commercializing the country’s medical sector. 


The announcement prompted the government to say it would actively negotiate with the group to prevent the country’s medical sector from immobilizing completely.


기사전문 [바로가기



기사내용은 대한의사협회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3월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부분을 스트레이트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자회사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대해 의협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관련 이슈 자체도 복잡하고 아무래도 건강보험제도와 연관되기 때문에 영어표현의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관련기사를 검색하면 기사의 주기와 장르를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검색결과는 시간 역순) 



[정치분야에서의 의료 민영화 논란] - 분석기사 

DP vows to block medical commercialization


...l aware that allowing medical foundations to set up (profit-seeking) subsidiaries and operate telemedicine services would not make the services more expensive and has nothing to do with privatizing th... [2014/01/10 20:21]

기사전문 [바로가기


[보건복지부 장관의 파업저지] - 스트레이트 기사 

Health minister urges doctors to call off strike


...ations, such as an appendectomy. Doctors are also against the government’s plan to introduce telemedicine in 2015. “Telemedicine” refers to the use of information technologies for the delivery of clinical care. Doctors fea... [2014/01/08 20:15]

기사전문 [바로가기]


[의사들의 집단행동] - 사설 

[Editorial] Doctors’ collective action


...government withdraws its plans to introduce telemedicine and allow hospitals to establish for-profit... well as their patients. Physicians oppose telemedicine on the grounds that it would worsen the alr... [2014/01/06 20:01]

기사전문 [바로가기]


[의사파업에 따른 의료 업계 분쟁사] - 분석기사

Health care sector in turmoil as doctors threaten strike


...t “tolerate” the government’s plan to allow telemedicine and for-profit hospital subsidiaries. A se... and Welfare released a final plan to start telemedicine in 2015. “Telemedicine” refers to the use o... [2014/01/01 20:01]

기사전문 [바로가기]


[정부 2015년 원격의료 추진] - 스트레이트 (위의 기사들을 촉발시킨 정부조치 내용) 

Korea plans to start telemedicine in 2015


...e said Tuesday that it will push ahead with telemedicine despite resistance from doctors as part of ...fare of the public and curb medical costs. Telemedicine refers to the use of information-communicat... [2013/10/29 20:04]

기사전문 [바로가기]



위에 정리한 10월 나온 기사부터 시간 순으로 읽으셔도 되고, 아니면 최신 기사부터 시작해서 시간 역순으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뉴스 사이클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기사의 내용이 업데이트 되고 기사가 <스트레이트-분석-사설> 장르 사이를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것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일종의 사이클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기자 경력의 상당부분을 경제부와 문화부에서 근무했는데, 2012년에 디지털미디어부 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말에 다시 인사발령이 났는데, 2014년 1월부로 정치사회부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주기적으로 ‘장르’를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다독다독 독자 여러분도 2014년에는 영자신문을 통해 다양한 국내외 시사뉴스도 습득하고 영어실력도 훌쩍 높이는 사이클로 진입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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