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9. 09: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저널리즘은 혁명적인 변화를 격과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저널리즘 매체인 신문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요. 장기적인 전망은 더 암울합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매체가 쇠퇴하는 동안,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이용한 이용자 중심의 정보 생산, 유통, 이용 방식이 점점 강화되고 있죠. 이에 따라 저널리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혼란의 시기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는 변화가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일찍이 해롤드 라스웰은 커뮤니케이션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변 환경에서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환경 감시(surveillance)’ 기능, 수집된 정보를 해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주는 ‘관계 설정(correlation)’ 기능, 구성원에게 지식과 가치를 전수하는 ‘사회화’ 기능이 그것이죠. 이런 측면은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존재가 다를 뿐, 시대에 따라 계속 유지됐습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이 달라져도 저널리즘이라는 기능자체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기능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어떤 매체가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지에 따라 진화를 거듭했죠. 저널리즘에서도 특히 뉴스를 중심으로 보면 19세기 이후 형설된 저널리즘이란 제도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것들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변화되었을까요?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혁신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문, 특히 대중지의 등장인데요. 똑같은 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전파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신문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이런 경로가 없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거나, 소집단이나 대인관계를 통한 교류로 국한돼 있었죠. 신문은 이러한 국한된 커뮤니케이션을 깨고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로 등극을 합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인쇄술의 발달로 짧은 시간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종이를 똑같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죠. 또한, 뉴스 생산에 소요되는 자금을 신문 광고를 통해서 조달하고 신문값을 낮추는 운영방식도 도입됩니다. 이후에 나온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저널리즘 매체에도 광고방식이 계승되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사건이 되었죠. 신문에서 시의성이 중시되고 기사 판단을 언론인의 독점 권한이었기 때문에 지속해서 관행처럼 문자 중심의 메시지로 주는 논리적 설득 형태가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문 이후 새로 등장한 방송 매체의 특성들은 뉴스와 저널리즘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는 문자 텍스트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죠. 시각적, 음성적 요소, 화자의 개인적 특성 등도 메시지의 중요부분으로 포함됐습니다. 이것이 신문 이전 시기의 구어적 전통을 부분적으로 부활시켰죠. 특히 뉴스의 영상화는 단순히 사건 관련 사실들의 논리적 구성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요소를 연결하여 연상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뉴스 전달 방식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답니다.
이렇게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는 정보의 가치의 무게가 속보성, 시의성에 중점을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날 하루 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속도로 전달했죠. 그래서 뉴스 가치(news values)라고 불리는 새로운 가치는 시의성이 강조됩니다. 현재 일어나는 사건의 측면만 부각되어,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세계와 뉴스의 세계 사이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계기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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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등장으로 혁명적으로 사회 변화가 일어났던 가장 큰 것은 공동체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관심사를 정해주고 토론을 유발하며 정책 이슈 선정과 결정에도 큰 영향을 행사하게 됐죠. 가령 대중 매체에서 특정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 시민들이 여러 이슈 중에서 그 주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실제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주제가 부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신문의 초기 역사부터 시작해 텔레비전으로 이어지는 시기 내내 대중 매체는 이러한 상상의 공동체를 묶어주고 지탱하는 기능을 했습니다.
단순히 매체의 기술적 발전 단계로만 보면 인터넷은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이어 또 하나의 정보 유통 테크놀로지에 불과하죠. 하지만 뉴스 개념의 측면에서 보자면 온라인 테크놀로지는 앞서 언급한 저널리즘 관행을 상당부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첫째, 온라인 공간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정보의 송신자와 수용자,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오랜 구분을 무너뜨렸습니다. 온라인에서 이용자 참여는 직업 언론인/생산자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 수준을 넘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주제를 설정하는 역할로까지 확대되고 있죠.
둘째,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정보의 가치를 판별하는 잣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뉴스라는 개념 자체까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가치에 대한 판단 잣대가 언론인이 아닌 개개인으로 위임되었죠. 개인적 관련성(personal relevance)이 높은 정보가 더 많이 소비되고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뉴스와 비뉴스 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수백 년간 유지되던 ‘뉴스’ 개념이 바뀌고 있죠.
셋째, 언론인이 선별하고 생산한 뉴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심사의 공동체는 점차 약화하고있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대중 매체의 뉴스 이용이 갈수록 감소하고 이용자마다 자신의 개별적 관심사를 추구하는 식으로 이용 패턴이 개인화, 세분화, 파편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죠. 정보 유통에서 공적인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구분도 더욱 흐려지고 있습니다.
넷째, 뉴스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이나 형식, 성격 역시 다원화하고 있죠.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메시지는 방송보다는 신문에 가깝게 텍스트 정보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텔레비전처럼 오디오, 비디오, 사진 등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죠. 텍스트 역시 신문 기사의 오랜 전통인 문자 정보의 논리적 구성보다는 훨씬 산만하고 구어적인 성격에 가깝게 바뀌고 있습니다. 문어적 메시지 구조에서 탈피라는 변화는 원래 방송 매체에 의해 시작된 것이지만, 온라인 매체는 이를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인 수준으로 진전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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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은 인터넷을 시작으로 여러 변화를 가속화 하고 있답니다. 실시간 뉴스 생산과 이용이 가능해져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 진전을 이뤘죠. 이처럼 기술적 변화는 기계적인 기능의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저널리즘 문화의 혁명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아마 수백 년간 지속된 저널리즘의 관행,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구조까지도 흔들어 놓을 수 있죠.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거스를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죠. 대처 방향이 저널리즘이라는 제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4월호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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