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금기어인 핀란드 언론, 그 이유는?

2014. 5. 2.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핀란드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산타의 나라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특유의 편안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복지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평화로운 국가가 한때는 자살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가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핀란드의 숨은 이면이 있다는 사실이 의외인데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자살률이 현재에는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언론에 있었죠. 5월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이해 언론의 올바른 기능을 엿볼 수 있었던 사례를 우리는 핀란드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헝가리, 일본, 핀란드 등입니다. 핀란드는 1955년 이후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이 20명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으며 가장 높았던 90년대에는 30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 당 28.4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핀란드가 왜 자살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는지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출처_핀란드 관광청



하지만 최근 핀란드의 자살률은 급격히 감소해 한때 15명까지 떨어졌었는데요. 국가 차원에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었고, 자살자들에 대해 ‘심리적 부검’이라는 것을 실시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국가적 차원의 정책 외에 언론보도에 있어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언론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금기시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된 것입니다.



http://goo.gl/TjQaeg



위의 사례처럼 핀란드에서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함에 있어 극도로 주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말을 쓴다고 그것이 법을 어긴다거나 처벌을 받는 건 아니지만,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에 핀란드의 언론에서는 언제부턴가 이런 보도 방침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살률을 낮추는데 절대적인 이유는 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면, 언론에서는 신문의 1면을 장식하거나 자살과 관련한 다양한 뉴스기사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자살의 전염성을 말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현상이 있듯,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져다 주는 부작용을 핀란드에서는 미연에 방지해 자살률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자살공화국이라고 불리던 핀란드가 자살률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자살 예방 국가 프로젝트’와 함께 언론과 대중들이 합심해 자살을 여론화 시키지 않고 대규모 상담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이라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언론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자각해 갔다는 점은 전 세계 언론에서도 배워야 할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핀란드 언론의 순기능을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바로 ‘언론 자유 지수’이기도 합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송한 설문항목을 토대로 국경없는 기자회의 협력기관과 전 세계 130명의 특파원, 언론인, 연구원, 법률전문가와 인권운동가 등이 작성해 보고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Press Freedom Index)’는 언론과 미디어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공격과 언론의 자유와 연관이 높은 지수입니다.


핀란드는 지난 2012년 1위(우리나라는 44위)를 기록하는 등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과 함께 꾸준히 상위권에 등록돼 있는 국가입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것만 다루며 저널리즘의 질에 대한 평가는 다소 낮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언론의 활동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고 외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결국 언론 스스로 그 어떤 외부의 요구도 없이 ‘자살’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할 수 있었던 핀란드 언론의 힘은 바로 언론의 자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_daum 검색화면 캡처



살기 좋은 나라, 언론에 의해 자살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는 나라가 언론의 자유에 있어서도 1등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올바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언론의 역할은 그만큼 무겁고 책임감이 크다는 것을 핀란드의 사례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권에 위배되는 것과 뉴스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죽음을 당하는 것과 구금되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1993년 12월 20일 UN총회에서는 매년 5월 3일을 ‘세계 언론 자유의 날(World Press Freedom Day)’로 정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지난 10년간 취재 과정에서 피살된 전 세계 언론인들이 6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오늘날까지 수많은 언론인들은 탄압과 위협, 폭력에 노출돼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언론자유의 보장을 외친지 20년이 넘는 시점이지만, 오늘날까지 사회의 투명성과 신뢰를 위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아픔을 겪는 것입니다.



출처_Flick by Gwydion M. Williams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이해 언론에 대한 자유를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될 때 온 세상이 이롭게 된다”고 당부하며 건강한 사회의 핵심 가치가 언론의 자유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데 언론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 언론의 참모습을 얼마나 보고 있을까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언론도 대중도 서로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방향을 찾아보는 뜻깊은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 다독다독